서울 1969년 5월 어느 날 / 신석정
눈물이 피잉 돌았다.
햇빛이 너무도 눈부신 오월 어느 날, 남산(南山)을 내려오던 내 시야(視野)에는 그 숱한 고층건물들도 보이지 않았다. 황량한 벌판만 같아 보였다. 내 항상 사랑하던 한강(漢江) 물줄기도, 백운대(白雲臺) 산자락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짙푸른 나뭇잎새와 나뭇잎새마다 부서지는 햇빛이 내 흐린 눈망울을 스쳐가고 그 햇빛 속에서 셈없이 울어 예는 휘파람새 소리가 흡사 꿈같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꼬옥 한라산 어느 내리막 기술인 것만 같은 그런 착각 속에 남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끝내
피잉 돌던 눈물은 사뭇 철철철 가슴 벽을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 오고 있는 것을 나는 느꼈다.
문득 나는
지금 쯤 고향에서 태산목(泰山木) 꽃을 무심코 바라보던 아내의 눈에서도 어쩌면 눈물이 피잉 돌았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러울 것도 기쁠 것도 없는 나날의 무사(無事)를 축원하는 아내의 서투른 염불이 시작되었을 무렵, 우리들은 명동(明洞) 어느 다방에서 커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은
일천구백육십구 년 오월 어느 날 오후의 일이었다.
첫댓글 신선한 시로 대상을 하신 석보현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이번 신석정 시낭송 대회 대상 수상 시 입니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왜 이제 눈에 들어오는지요
시낭송대회 대상 오늘 여러번 읽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