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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신인상 당선작
{시안}도 2명의 당선자를 냈다. 그런데 최금지의 [길이 된 벼메뚜기] 외 4편은 아마추어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쁘게 말하면 설익은 시편이고 좋게 말하면 소박한 시편이다.
햇살 짱짱한 오후 중인리 들녘 나들이 갔다 낱낱의 벼들 서로 어우러진 알갱이 속내를 길섶 감나무가 꺼끌꺼끌 훑어내린다
논둑 길 후미진 곳에 등 터져 죽은 메뚜기 한 마리가 섬찟하다
한때는 至心 깊은 벼 모감 위로 生의 촉수를 번뜩이며 튀어오르기도 했을
한때는 풀잎 푸른 기차를 타고 어린 바람 무등의 꿈을 환히 키웠을
견고한 그의 뒷다리를, 툭 불거진 겹눈을 떠올리면 식어버린 더듬이의 흔들림이 슬프다
― 최금지, [길이 된 벼메뚜기] 앞 4연
총 7연으로 된 시의 앞 4연이다.
절반 이상을 읽었지만 새롭게 발견한 시의 영토가 보이지 않는다.
상상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언어의 세공술도 보이지 않는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노래한 시인데, 신인다운 참신한 자기 세계가 없다.
소재와 주제는 물론 낱낱의 표현에 있어서도 '신인다운 것'이 없다.
어느 한 곳에서도 긴장감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인인 만큼 덕담을 해주고 싶은데,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게 된다.
눈 내리는 아침
홀로 산길을 걷는다
눈의 가장 낮은
세상 어디라도 몸 부리면
꽃이 되어
하르르르 키보다 더한 어둠을 벗긴다
잎 떨어진 갈참나무 가지와 가지 사이
세월 깊이 가라앉은 마른 풀잎과 풀잎 사이
억 만 꽃 번 져
그만 환해진다
지난날,
어깨 겯고 돋아난 나무와 풀들에
꽃이 되길 거부했던 삶의 어혈들
오솔길에 반질반질 족적으로 되살아나
언 땅 건너야 할 가슴 더욱 시리다
숲 언저리
여윈 종아리 세운 강아지풀처럼
모른다 모른다 갸웃거릴 때
대숲을 걸어나온 청바람
한정짓던 마음의 문 한 짝
슬그머니 걷어내고
어둠 걷힌 속, 빈 가지마다 오늘은
한 生 건너도 좋을
하얀 눈꽃이 핀다.
― 최금지, [눈꽃] 전문
심사위원의 말대로 "맑고 깨끗한 자연서정의 감각"이 깔려 있고, "언어의 조탁에 상당한 공력을 들인 흔적이 있"으며, "주제를 두 번 세 번 접어서 표현하는 솜씨"를 지니고 있기에 당선된 것이리라.
하지만 신인에게 기대되는 신선한 감수성과 새로운 감각은 보이지 않는다.
2편 시의 서정은 참으로 낯익은 것임에, '진부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정신이야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바뀔 것이 없지만 내용과 형식 모두 옛것을 답습해서는 곤란하다.
사람도 '온고지신'이니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시골 얘기를 해도 좋고 과거지사를 다뤄도 좋지만 동시대인의 아픈 영혼을 감싸안을 줄 알아야 한 명의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꽃이 되길 거부했던 삶의 어혈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다뤘더라면 좋은 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시인이 뻔한 이야기 감을 뻔한 방법으로 풀어나가면 독자는 지루해 한다.
새로운 영토 개척을 위해 최 시인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신인이므로 등단작이 조금 허술한 것이야 당연한 노릇, 앞으로는 보다 견고한 언어의 집을 지어 한 선배 시인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기를.
보험 없는 도시인들은 차라리
시인이나 되라지
보험이 멈춘 두 달 동안 겨우
나는 시인이었고 삶이 위험하였다
빨간 신호등 아래 기생하는
앵벌이 할머니가 십자가처럼 빛나는
후레쉬껌을 들이민다
잔뜩 껌을 씹는 하늘에는
보험 연체된 별들이 알알이 씹히고
잔뜩 밀린 별들은 서쪽 하늘로 이주하였다
어수선한 불빛을 맞으며 꺼내든 독촉장에는
좋은 말씀이 한 가득 묵직하다
― 김원국, [서쪽의 별] 가운데 연
대학 4학년 학생의 시여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상력이 발랄하고 시어가 상큼하다. 소재 선택, 주제 설정, 세부적인 표현에 있어서도 진부함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게다가 현대인의 땀 냄새가 물씬 풍기고, 생활의 실감이 느껴진다.
흠이라면 건조한 문장의 나열로 정제미가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허술한 느낌을 준다. 즉, '언어의 집'이 견고하지 못하다.
시인 운운하더니 보험이 멈추고(연체되고?) 앵벌이 할머니가 나타난다.
마지막에 가서는 화자가 "근심걱정 많은/서쪽이 목성"이 되겠다고 한다. 시상이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런 것이 매력일 수도 있겠다.
특유의 유머러스한 상상력도, 재치 있는 언어 구사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어 앞날이 기대된다.
나는 창녀들을 욕하지 않는다
나는 돈을 받고 몸을 건네주는 그것을 못 견디므로
참을성 깊은 그들을 뭐라 하지 않는다
오늘 한 선배가 술을 건네고
내 허벅지를 더듬었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시집
알렌 긴스버그의 아우성
이 인간을 한 대 후려칠까 하다가
참을성이 깊은 창녀들을 떠올렸다
담배 한 대 물고 밖으로 나와
이 시집을 어떻게 할까
이길 저길
창녀처럼 헤매 다니다가
첫눈을 맞았다
― 김원국, [첫눈] 전반부
'첫눈'이라는 시어가 등장하는 것은 제14행이고, 사실 이 시가 첫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적 화자가 첫눈 내린 날 겪는 일이 한 편의 시가 된 것이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그렇듯 이 시도 한 개인의 일상사가 시시콜콜 이야기됨으로써 한 편의 작품이 되었다. 이런 시에서 어떤 주제를 도출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창녀들과 시집과 동성애자인 듯한 선배와 첫눈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시적 대상들이 별 연관성 없이 나열되고 있기에 언어의 집이 허술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사고가 활달한 언어 구사에 힘입어 시가 꽤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래도 박연준처럼 대상을 가볍게 다루는 몸놀림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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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오감도 시 제1호 ~ 제15호 전문
오감도(烏瞰圖)
이상
시 제1호
13인의 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4일)' 발표작
시 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5일)' 발표작
시 제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5일)' 발표작
시 제4호
ㅡ환자의容態에관한문제
진단 0,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8일)' 발표작
시 제5호
전후좌우前後左右를재除하는유일唯一의흔적痕跡에있어서
익은불서翼殷不逝 목불대도目不大覩
반왜소형矮小形의신神의안전眼前에아전낙상我前落傷한고사故事를유有함.
장부臟腑라는것은침수浸水된축사畜舍와구별區別될수있을는가.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8일)' 발표작
시 제6호
앵무鸚鵡 ※ 2필
2필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2필을아아는것은내가2필을아알지못하는것이니라. 물론나는희망할것이니라.
앵무 2필
"이소저小姐는시사이상李箱의부인이냐""그렇다"
나는거기서앵무가노한것을보았느니라. 나는부끄러워서얼굴이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나는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것까지도없이자퇴하였느니라. 나의체구는중축中軸를상실하고또상당히창량하여그랬든지나는미미하게체읍涕泣하였느니라.
"저기가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것은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너로구나"
나는함뿍젖어서그래서수류獸類처럼도망하였느니라. 물론그것을아아는사람혹은보는사람은없었지만그러나과연그럴는지그것조차그럴는지.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1일)' 발표작
시 제7호
구원적거久遠謫居의지地의일지一枝·일지一枝에피는현화顯花·특이特異한사월四月의화초花草·삼십륜三十輪·삼십륜三十輪에전후前後되는양측兩側의명경明鏡·맹아萌芽와같이희희戱戱하는지평地平을향向하여금시금시낙백落魄하는만월滿月·청간淸澗의기氣가운데만신창이滿身瘡痍의만월滿月이의형당刑當하여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地를관류貫流하는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근근僅僅히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 한월아月芽·정밀靜謐을개엄蓋掩하는대기권大氣圈의요원遙遠·거대巨大한곤비困憊가운데의일년사월一年四月의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성좌星座와성좌星座의천열千裂된사호동死胡洞을포도逋逃하는거대巨大한풍설風雪·강매·혈홍血紅으로염색染色된암염岩鹽의분쇄粉碎나의뇌腦를피뢰침避雷針삼아침하반과沈下搬過되는광채光彩임리한망해亡骸·나는탑배塔配하는독사毒蛇와같이지평地平에식수植樹되어다시는기동起動할수없었더라·천량天亮이올때까지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2일)' 발표작
시 제8호
ㅡ 解剖
제일부시험第一部試驗 수술대手術臺 일一
수은도말평면경水銀塗抹平面鏡 일一
기압氣壓 이배二倍의평균기압
온도溫度 개무皆無
위선마취爲先痲醉된정면正面으로부터입체立體와입체立體를위爲한입체立體가구비具備된전부全部를평면경平面鏡에영상映像시킴. 평면경平面鏡에수은水銀을현재現在와반대측면反對側面에도말이전塗沫移轉함. (광선침입방지光線侵入防止에주의注意하여)서서徐徐히마취痲醉를해독解毒함. 일축철필一軸鐵筆과 일장백지一張白紙를지급支給함.(시험담임인試驗擔任人은피시험인被試驗人과포옹抱擁함을절대기피絶對忌避할것)순차수술실順次手術室로부터피시험인被試驗人을해방解放함.익일翌日.평면경平面鏡의종축縱軸을통과通過하여평면경平面鏡을이편二片에절단切斷함. 수은도말이회水銀塗抹二回.
ETC 아직그만족滿足한결과結果를수득收得치못하였음.
제이부시험第二部試驗 직립直立한평면경平面鏡 일一
조수助手 수명數名
야외野外의진공眞空을선택選擇함. 위선마취爲先痲醉된상지上肢의첨단尖端을경면鏡面에부착附着시킴. 평면경平面鏡의수은水銀을박락剝落함. 평면경平面鏡을후퇴後退시킴.(이때영상映像된상지上肢는반드시초자硝子를무사통과無事通過하겠다는것으로가설假說함)상지上肢의종단終端까지. 다음수은도말水銀塗抹.(재래면在來面에)이순간공전瞬間公轉과자전自轉으로부터그진공眞空을강차降車시킴. 완전히이개二個의상지上肢를접수接受하기까지.익일翌日.초자硝字를전진前進시킴.연連하여수은주水銀柱를재래면在來面에도말塗抹함.(상지上肢의처분處分)[혹은멸형滅形]기타其他.수은도말면水銀塗抹面의변경變更과전진후퇴前進後退의중복重複등等.
ETC 이하以下미상未詳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2일)' 발표작
시 제9호
ㅡ 총구
매일每日같이열풍烈風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황홀恍惚한지문指紋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소화기관消化器管에묵직한총신銃身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銃口를느낀다. 그리더니나는총銃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배앝었더냐.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3일)' 발표작
시 제10호
ㅡ 나비
찢어진벽지壁紙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秘密한통화구通話口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鬚髥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通話口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아가리라.이런말이결決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3일)' 발표작
시 제11호
그사기컵은내骸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엿슬때 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接木처럼도치더니그팔에달린손은 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여부딧는다. 내팔은그사기컵을死守하고잇스니散散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骸骨이다. 가지낫든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前에내팔이或움즉엿든들洪水를막은白紙는찌저젓으리라. 그러나내팔은如前히그사기컵을死守한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4일)' 발표작
시 제12호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空中으로날라떨어진다.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戰爭이끝나고평화平和가왔다는선전宣傳이다.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不潔한전쟁戰爭이시작始作된다.공기空氣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4일)' 발표작
시 제13호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威脅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대燭臺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裝飾하여놓았다.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怯을내이는것만같다.나는니러한얇다란예의禮儀를화초분花草盆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7일)' 발표작
시 제14호
고성앞에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모자를벗어놓았다.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니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공중을향하여놓안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별안간걸인은율률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나는벌써기절하였다.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어지지않았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7일)' 발표작
시 제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室內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外出中이다.나는지금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덜고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陰謨를하는중中일까.
2
죄罪를품고식은침상寢床에서잤다.확실確實한내꿈에나는결석缺席하였고의족義足을담은군용장화軍用長靴가내꿈의백지白紙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室內로몰래들어간다.나를거울에서해방解放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沈鬱한얼굴로동시同時에꼭들어온다.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未安한뜻을전傳한다.내가그때문에영어囹圄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囹圄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缺席한나의꿈.내위조僞造가등장登場하지않는내거울.무능無能이라도좋은나의고독孤獨의갈망자渴望者다.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自殺을권유勸誘하기로결심決心하였다.나는그에게시야視野도없는들창窓을가리키었다.그들창窓은자살自殺만을위爲한들창窓이다.그러나내가자살自殺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自殺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거울속의나는불사조不死鳥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心臟의위치位置를방탄금속防彈金屬으로엄폐掩蔽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券銃을발사發射하였다.탄환彈丸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貫通하였으나그의심장心臟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模型心臟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내가지각遲刻한내꿈에서나는극형極形을받았다.내꿈을지배支配하는자者는내가아니다.악수握手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封鎖한거대巨大한죄罪가있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7일)' 발표작
정지용이 이상을 처음 발견하고 카도릭 청년지에 작품발표의 기회를 주는 한편 9인회에 가입시키고, 또한 이태준은 이상의 오감도를 조선 중앙일보에 연재하게 하였다.
문제작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당초 30회 예정이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말미암아 15회로 끝을 맺었다. 독자들의 항의는 과격하여 "시<오(烏)감도>는 <조(鳥)감도>의 오자가 아니냐" "미친놈의 잠꼬대가 아니냐" "무슨 개수작이냐" ""그게 대체 어쩌자는 시냐" "당장 집어치워라" 등등의 투였다. 사실 당시 우리 시단이나 독자들의 수준에서 볼 때 이와 같은 항의에도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이 때 조선중앙 학예부장으로 있으면서 오감도의 연재를 기획했던 이태준은 독자들의 항의 때문에 사표를 써서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15회까지 연재를 밀고 나갔지만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하고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있다.
미발표된 作者(이상)의 말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 십년씩 떨어지고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빠지게 놀고 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봐야 아니 하느냐. 여남은 개쯤 써 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글과는 물건이 아르다. 二千點에서 三千點을 고르는데 땀을 흘렸다. 31년 32년 일에서 용대가리를 딱 꺼내어 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 꼬랑지커녕 쥐꼬랑지도 못 달고 그냥 두니 서운하다. 깜박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李泰俊 朴泰遠 두 형이 끔찍이도 편을 들어 준 데는 절한다.
鐵 - 이것은 내 새길의 암시요 앞으로 제 아무에게도 屈하지 않겠지만 호령하여도 에코 ㅡ 가 없는 무인지경은 딱하다. 다시는 이런 ㅡ 물론 다시는 무슨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고 위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따는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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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오감도 시 제4호 / 이상
<이상 시인 오감도 시 제4호 자필원고 >
이상(李箱) 시인 연보
1910. 9.23. :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부 김연창과 모 박세창 사이의 장남으로 출생(본명 : 해경(海卿), 본관 : 강릉)
1912 (3세) : 부모를 떠나 아들이 없던 백부 김연필(金演弼)댁에서 24세까지성장.
1917 (8세) : 누상동에 있는 신명학교(新明學校) 입학
1921 (12세) : 신명학교 4년 졸업. 그해 4월, 조선불교중앙교무원 경영의 동광(東光)학교 입학
1924 (15세) : 동광학교가 보성고보(普成高普)로 병합. 동교 4학년에 편입학.
1926 (17세) : 보성고보 5학년 졸업. 그해 4월 동숭동에 있는 경성(京城)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제1학년에 입학.
1929 (20세) : 경성고공 3년에 졸업.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
12월 조선 건축회지『조선과 건축』회지 소화5년도 표지도안 현상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
1931 (22세) : 7월 처녀시「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BOITEUX·BOITEUSE」, 「공복」
8월, 일문시 「오감도」
10월,「삼차각 설계도」를 각각 『조선과 건축』에 발표. 이 해에 백부 사망.
1932 (23세) : 『조선과 건축』회지 소화 7도 표지도안 현상모집에서 제4석에 당선.
비구(比久)란 익명으로 시「지도의 암실」을『조선』에 발표.
7월 이상(李箱)이란 필명으로 된 시「건축무한 육면각체」를 발표
1933 (24세) : 3월 심한 각혈로 총독부 기수직을 사임. 통인동 백부의 유산을 정리하여 효자동으로 이사.
요양차간 배천 온천에 서 기생 금홍과 알게됨. 7월, 서울 종로 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 동거생활 시작.
7월부터 국문으로 시 발표.「이런 시」,「꽃나무」,「1933. 6. 1」을 (가톨릭 청년),「거울」발표.
1934 (25세) : 구인회에 입회 본격적인 문학활동 시작. <매일신보>에 시 '보통기념'을 발표.
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발표, 물의가 일어 10회 연재후 중단.(원래는 20편).
8월 신문소설「소설가 구보(九甫)씨의 1일」이라는 작품에 하융(河戎)이라는 화명(畵名)으로 삽화를 그림.
1935 (26세) : 시「지비(紙婢)」(가톨릭청년),「정식」(조선중앙일보)' 수필「신촌여정」(매일신보)을 발표.
9월 경영난으로 다방 「제비」를 폐문하고 금홍과 헤어짐. 인사동에 카페 「쓰루(鶴)」을 인수하였으나 실패,
1936 (27세) : 창문사에서 구인회 동인지『시와 소설』을 편집 1집만 내고 창문사 나옴. 「지비 1·2·3」(중앙),「역단」(가톨릭청년)을 발표.
수필「선망률도」(조광)「조춘점묘」(매일신보),「가외가전」,「여상」,「낙수」, 「Epigram」,「매상」등을 발표.
단편「지주회시」,「날개」등을 발표.
전부터 알았던 이화여전 출신 변동림과 결혼. 새로운 재기를 위하여 일본 동경으로 떠남(음력 9월3일).
동경에서 「공포의 기록」,「종생기」,「권태」,「슬픈 이야기」 , 「환시기」등을 씀.
시「위독」(조선일보), 수필「행복」(여성), 「추등잡필」,「1세기식」(삼사문학)등 발표.
소설「봉별기」(여성),「동해」(조광), 동화「황소와 도깨비」(매일신보)등을 발표.
1937 (28세) : 사상 불온혐의로 일본 경찰에 유치. 건강이 악화되어 보석으로 출감.
4월17일 오전 4시,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객사. 향년 만 26년7개월. 그 전날(16일) 부모와 조모 사망.
아내 변동림에 의해 유해는 화장 후 환국하여 미아리 공동묘지 안장되었으나 후일에 유실.
5월에 「종생기」(조광),「권태」 발표.
1939년 : 「실락원」(조광),「실화」(문장)등 유고로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