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2019 저널리즘 토크쇼 "내일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뉴저널리즘, '소통'과 '공감'이 중요


지난 25일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린 한국 프레스센터 모습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의 강연들 중 지난 25일 토크콘서트 <내일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가 객석 자리를 가득 채우며 인기를 뽐냈다. 언론계 현직 기자들과 인기 작가가 현 대한민국 저널리즘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토크 콘서트 <내일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는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손재일 MBC 디지털제작2부 팀장, 이지상 중앙일보 기자, 임홍택 작가가 패널로 참여하고 신지혜 KBS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패널들은 레거시 미디어 경력을 바탕으로 트렌드에 맞는 저널리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면과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따로 전하면서 대중과 소통해나가고 있다.



토크콘서트 <내일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의 진행 모습
▲새로운 저널리즘 물결에 적응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현직 언론·방송인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는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 중이다. 정지, 경제 등 거창한 기사가 아니다. 악플 100개 읽어보기, 브래지어 체험기 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후기형 기사다. 남기자는 “처음에는 이런 아이템이 기사가 될까 의문 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이 오히려 독자들에겐 신선한 흥미로 전해졌다. 남기자는 “조회 수 올리려고 이렇게 까지 하는 구나”라는 말을 들을 까 걱정했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너무 공감을 잘해줬다’ 등의 따뜻한 댓글들이 많아 보람차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가 자기 기사에 댓글 다는 것은 처음 본다’라는 댓글을 보고 “기사를 생산하는 사람이 기사를 본 사람과 공감과 소통하는 것이 어색한 것은 아닌데 그동안 독자와 소통을 잘 못한 언론활동을 해왔구나. 뉴저널리즘은 소통이 생명이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그는 댓글, 이메일로 즉각적인 소통을 하며 기사 오탈자도 수정하고 독자들로부터 얻은 아이템으로 글을 연재 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독자들은 남형도 기자를 ‘이 시대의 기자’로 가깝게 느끼고 있다.
<손재일 MBC 유튜부 채널 ‘14F’>
유튜브 채널 <14F>의 손재일 MBC 디지털제작 팀장은 TV를 떠난 20, 30대 공략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광고시장도 모바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어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시도를 해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팀장은 “뉴 미디어 시장을 겨냥했다고 해서 기존의 뉴스 틀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 만들어진 MBC뉴스를 20,30대 눈높이에 맞게 소통할 수 있게끔 변형시켰다. 짤 등을 넣어 20,30대들이 다른 채널로 넘어가지 않게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또 “유투브 플랫폼의 장점과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적용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독자 댓글을 반영해 곤텐츠를 구성하는 경우 많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진행 중인 취재방향과 비슷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젠 뉴스제작 과정에서 시청자 피드백이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라고 전했다.
<이지상 팟캐스트 ‘듣똑라’>
이지상 기자는 10년가량 기자로 활동하며 느낀 점을 털어놨다. “취재를 10개정도 하면 그 중 5개 이하만을 기사로 쓸 수 있었다. 기자로써 취재 한 내용을 기사에 다 못 넣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또 “취재 현장 분위기와 느낌은 기사에 담지 못해 아쉽다. 그래서 오늘날 독자들이 원하는 생생한 소비 형태로 녹음해 전달해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 팟캐스트”라고 밝혔다. <돋똑라>의 주 타겟은 밀레니얼 세대다. 모든 연령이 다 이해하는 뉴스를 만드는 옛 언론의 틀에서 벗어나 영향력이 큰 젊은 층을 위해 제작하고 있다. 이기자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바쁘다. 마침 언론인인 우리는 그들의 상황에 맞춰 뉴스를 엄선해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원활히 소통하고 공감하는 구조가 됐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취재원과는 가깝지만 독자와는 멀다고 느낀 적 많다. 내부자적 시선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팟캐스트를 통해 진정성을 담은 목소리로 구독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다 보니 독자와 가까워지고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들어주시는지 알게 됐다. 글로 기사를 쓸 때와 무게감도 다르다. 훨씬 아프고 무겁다”라고 덧붙였다.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 작가는 자신의 글솜씨를 뽐내기보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려고 노려가는 작가다. 그는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잘 적응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특성에 맞춘 콘텐츠가 트렌드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하며 “점점 소통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직까지 일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언론인이 많다”라고 언급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정치 등의 내용을 보며 흥미와 미래를 품는가? 언론이 젊은이들의 희망을 더 뺐진 않을까? 고민해보아야 한다. 언론사의 관심 대상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이제는 뉴스를 읽어야 빠삭해지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뉴저널리즘의 지향성
<듣똑라>의 이기자는 청자가 불편해 하지 않는 콘텐츠 제작을 지향하고 있다. “기존 언론과 달리 방송을 듣고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 등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청자와 소통하며 뉴스를 공감대에 맥락 있게 만들려고 노력 한다”라고 말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 효능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너무 어려서부터 지속된 자기개발로 아픔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상처주지 않고 희망적인 소통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는 정보전달 보다 독자의 마음을 느끼는 것을 지향한다. “공감을 기사로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세대 언론인은 직접 경험하면서 디테일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14F>손재일 팀장은 “조회 수를 위해 ‘썸네일 쌔게 써볼까’ 솔직히 유혹에 흔들린다. 하지만 기성언론처럼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지 않게 느리더라도 착하게 제목을 달아보려 노력한다”고 발언했다.
▲뉴저널리즘 시대의 정보유통 방식에서 유의해야할 점
<듣똑라> 이지상 기자는 “밀레니얼 세대 청자들은 제작자의 태도를 확인한다. 어떤 진정성으로 콘텐츠,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지를 많이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팟캐스트는 목소리에 감정을 숨기기 어려워 더 태도에 신경 쓴다”라고 덧붙였다.
▲레거시 미디어에 기초한 뉴미디어 채널들의 강점
<14F> 손재일 팀장은 “MBC 뉴스나 드라마 모두 워크 플로어가 정해져 있다. 협업해 제작하다 보니 1인미디어 결과물보다 고퀄리티다”라고 말했다. “독점 영상이 많아 TV에 방영되지 않은 이면의 것들을 온라인에서 스페셜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다. 유투버나 팟캐스트 등은 새로운 것에만 도전하고 있어 80, 90년대 영상이나 생소한 장면들은 건들기 힘들다”라고 언급했다.
▲방청객 질문
여러 강연들 중 방청객 질문이 가장 많았다. 심지어 주최 측은 세션에 할애된 시간을 늘렸다. 언론·방송계 진출을 꿈꾸는 커뮤니케이션 전공 대학생들의 질문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방청객이 패널에게 질문하는 모습
김모(이화여대 언론정보 전공)씨는 패널들에게 “뉴미디어 시대에서 기성언론의 역할과 필요성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14F> 손재일 팀장은 “온라인에서 제작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에서의 경험을 변형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만 온라인으로 넘어갔을 뿐이다”라고 답하며 “내용은 뉴스인데 장르는 예능 등으로 바꿔 전달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듣똑라> 이지상 기자는 “팟캐스트도 현장감 있는 뉴스를 전달 할 줄 아는 현직 기자들의 게스트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 뉴스의 영역은 살아있으면서 서비스를 새로 만든다는 개념이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방청객은 “뉴미디어 시대에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는 “언론은 독자들이 뭘 원하고 어떤 뉴스를 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물결에 적응하려는 실천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언론사는 구독률 하락과 뉴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하기에 앞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여러 시도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요즈음 이런 기자 많지 않은데...’라는 댓글이 달리는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방청객들의 질문은 종이신문과 TV방송이 죽어가고 있는 과도기인 현 시점에서 기성 언론·방송사들의 생존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주류였다. 질문의 답은 언론인들은 뉴저널리즘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뉴저널리즘은 기존 언론·방송이 기초가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널리스트들이 뉴저널리즘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리거시 미디어 활동 경험에 기초해 대중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기사를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황선우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