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반성 없고 대책 없는 10년입니다. 기억은 ‘동사’라고 고미숙 고전철학자가 말합니다. 늘 움직이는 것이지요
컴퓨터. 통장 비번을 0416으로 사용하고 있는 제자가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기억의 단편이겠지요. 하여 세상은 조금씩 전진 하는가 봅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사람이 다 같이 지켜봤고 구하지 못했고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참사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이제 지겹다” 말하는 당신이 특별히 나쁜 사람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해선 안 됩니다 더 이상 밝혀낼 의혹이 없을 때까지 그들의 비애에 ‘동감’해야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말을, 반값 임금에 혹사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을, 차별 당하는 소수자들의 말을 그 고통을 알겠어서 차마 도망칠 수 없어서 무슨 일이라도 할 사람 그런 사람이 22대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 청명합니다. 4월 5일 식목일이고 22대국회의원 사전투표일입니다.
아이들과 그림놀이를 합니다. 저학년들은 식목일을 주제로 .고학년은 정치포스터를 주제로 그리기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늘 새로움의 일상입니다.
-가야-는 탕자가 되어 7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왜 요리교실로 갔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수업시간 내내 저를 괴롭혔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고 변명이 있어야 겠지만 듣고 싶은 마음을 눌러내었습니다. 이 다음번 수업엔 음식에서 맛에대한 그림놀이 수업이니 대화를 해볼 참입니다. 공양간 앞 배롱나무를 멋지게 표현합니다.
-상률-의 만화는 그림보다 스토리가 뛰어납니다. 본인의 에너지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소수 부자들의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초코렛과 축구공을 나눠주고 전 국민 가정에 비데를 설치 한다네요. 오락가락한 공약이지만 오늘은 3장의 만화를 완성합니다.
-민재와. 재민-은 수업태도만큼 진지합니다. 민재의 젊은당의 공약은 모든 게임을 무료화 하겠다는 것과. 재민의 포도당 공약은 빨간 날 공휴일을 모두 검정 날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조금 이상하다싶은 공약인데 듣고 보니 이해가 갑니다. 여러분도 한번 경청해보시길... 대결이 흥미롭습니다. 제법 그럴싸한 포스터입니다.
-선민-의 공약은 의문문입니다. 선거 카피가‘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걸까요’?.입니다. 내가 주인이 아닌 주권자가 주인 된 참된 세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놀라운 표현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만큼이나.
-서준-은 괴로운 마음으로 태율과 티격 태격하면서 등나무와 민들레를 그렸습니다. 오늘 서준에게는 만화그리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률옆에서 만화를 그리는데 수업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신난다 샘이 스쳐 지나며 제게 한 말처럼 끝장을 보고 맙니다.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태율-은 항상 심란하고 요지불통이고 주체적 자아가 강한 만큼 오늘도 10분 만에 그림을 두장 그려놓고 사라졌는데 찾아보니 운동장에서 혼자 말을 합니다. 몸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중입니다. 남에게 관심받기 위해 누군가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아이입니다. 보통사람들은 하기 힘든 구도자의 모습니다. 매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당황스럽지만 언젠가는 태율의 혼자 말이 모두에게 다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유화-의 그림에는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주제는 나무였는데 유화는 마지막에 나비를 채워놓습니다. 나비가 유화인지 유화가 나비인지...장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몰아일체의 경지를 표현합니다. 제게 껌처럼 달라붙어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하지만. 아는‘척’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입니다. 늘 새로운 아이입니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묻는 건 수치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내 지혜가 부족하면 남의 지혜를 빌리는 게 진짜 지혜(智慧)란 뜻으로 군자는 소인에게서도 배운다고 했습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 <금강경>의 ‘벼락’같은 가르침입니다.
늘 배우고 있습니다.
첫댓글 몽피의 눈길을 함께 느끼며 저도 즐겁게 잠시 머물며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태율이가 운동장에서 '뭐야, 오늘도 물감놀이가 아니네',,,,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
ㅎ,ㅎ 구독 잘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몽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