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묘
‘드롭스, 드롭스’
춤사위로 행복하던 단발머리 네 살 소녀 사연 지금은 아스라하다 피난소 나무 밑창 구더기 받으며 하늘로 떠난 어미의 사연도 반딧불 놀이에 취해 잊어버렸으니, 괜찮다 멍든 상처 보듬는 우산 속으로 폴랑폴랑 들어오던 누이의 단맛으로 포연(砲煙)까지 다독다독 쓰다듬는데
‘반자이, 천황폐하’
일장기 흔드는 수수깡 팔뚝 포위망으로 빙빙 싸이기도 했다 ‘일본이 이기고 세계를 먹는다’그 구호로 헛배 메우며 황국의 젊은 청춘들 모가지 밀어넣는 중이다 거대한 항공모함 굴뚝으로 자폭 명령 받은 가미카제 영혼들 쏙쏙 들어가라며 마지막 술잔 채워주지만
열네 살 세이타는 다르다 공습 굉음 터질 때마다 피란민 역방향으로 치달리는 생존 타법 몸에 익었다 주인 없는 부뚜막 눌은밥으로 주린 배 채우는 포만감 마치자마자 ‘세츠코 기다려 푸하하’ 비단옷과 화장품, 쌀자루 훔치는 오라비에게 행복의 조건 묻지 말아야 한다
‘반딧불은 창문의 눈(目)이야’
동굴에 붙은 불빛 이름 지을 때까지도 가끔은 행복했다 오줌 누며 등허리 기대던 깊은 밤 남매의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다슬기 다듬다가 이맛살 맞대던 그림도 아주 잠깐만 아름다웠다 전쟁 나간 아비만 돌아오면 기우는 집 일으킬 수 있었는데
‘날씨가 화창하니 활활 잘 타겠구나’
네가 떠난 꿈나라 열차는 왕복 티켓이 없는 편도행이다 해군 장교 부친 소식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물그림자 보며 홀로 가위바위보 나누던 세츠코도 조금 먼저 떠나야 한다. 패전국 지하도 어디쯤 댕강댕강 뒹구는 드롭스 깡통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