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 일지.
순례 1일 차(2020. 10. 6. 화)
우리는 원래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아몽이 부산에서 동대구로 가지 말고, 순천에서 서대구로 갔다가 동대구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1시간 35분 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원래 가려고 했던 노선은 네이버 추천 경로였다. 아직 인터넷만을 믿기에는 빠른 것 같다. 그것만을 믿고 더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은 나와 오늘이의 잘못이기도 하다.
순천에서 서대구로 가는 버스에 어떤 할머니가 입석으로 타셨다. 그래서 바닥에 앉으셨다. 그런데, 아무도 자리를 비켜주려고 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랬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순례 2일 차
우리가 걷고 있는 자전거 도로가 태풍으로 인해 통행이 금지되어있었다. 그 옆에 길 하나가 있었는데 개인 사유지라고 출입금지가 쓰여 있었다. 그래서 속으로 뭐가 이렇게 짠돌이 갔냐 하면서 무시하고 그냥 올라갔다. 그랬더니, 그곳 주인아주머니가 개를 잡아주시면서 얼른 지나가라고 하셨다. 개 때문에 그렇게 써 놓으셨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또 추측했다.
우리가 자려고 했던 해변은 잘 여권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걸었다. 공원이 하나가 나와서 살펴봤더니 그곳도 잘 여권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들어갔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8km나 더 걸었다.
순례 3일 차
아침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환히가 나보다 더 이불을 예쁘게 개었다. 솔직히 놀라기보다는 기뻤다.
환히가 무릎 뒤쪽이 아프다고 했다.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환히랑 나는 우리가 잘 곳에 버스를 타고 먼저 가 있기로 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바닷가로 갔다. 그곳에는 쓰레기가 많았다. 그래서 환히랑 쓰레기로 조형물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은 물고기의 배 안에 쓰레기가 차 있는 것이었다. 그 밑에 Save The Earth라고 썼다. 지나가는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보고 자연환경에 대해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다.
순례 4일 차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밤새 차들이 많이 와있었다. 연휴여서 그런 것 같다. 아몽은 차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하셨다. 한 번 캠핑을 오면 에너지도 많이 쓰고, 일회용품도 많이 쓰게 된다.
우림이 초를 보내 주셨다. 설거지하고 있었는데 향기가 났다. 설거지를 다 하고 나서 냄새를 맡아보니 향기가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향기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향기가 맡아진 것이다. 신기하다.
순례 5일 차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먹을 만한 곳이 나오지 않았다. 순례에서는 밥 한 끼 먹기도 힘들다.
준성이가 고추장을 열었는데 고추장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바람에 지호의 ‘흰’ 옷에 빨간 고추장이 묻었다. 지호가 옛날 같았으면 난리도 아니었을 것인데 소리만 조금 지르다가 말았다.
저녁에는 한식 뷔페에 갔다. 7,000원이었는데 맛있었다. 숨어있는 맛집이었다.
순례 6일 차
아침에 밥을 하지 못해서 점심은 외식했다. 중국집에 갔다. 어떤 형이 짬뽕을 먹고 많이 남겼다. 혹시 맛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와 그 형의 입맛이 다를 수도 있으니 짬뽕을 시켰다. 맵기는 했지만, 맛이 있었다. 그 중국집에는 요리하는 분이 두 분 계셨다. 한 분은 그냥 그래 보였다. 다른 한 분은 무서워 보였다. 우리가 밥을 다 먹어갈 때 그분이 오셨다. 그런데, 얘기해보니 괜찮은 아저씨였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휴게실에서 일지를 쓰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어떤 아줌마가 이 숙소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저분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싸게 들어왔다. 1인당 10,000원도 안 되게 들어왔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시설이면 아주 좋은데 불평을 계속 늘어놓는다.
순례 7일 차
어제는 국군 콘도에서 잤다. 오늘 아침은 PX에서 사서 먹기로 했다. PX로 가보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곳은 물건들을 싸게 팔아서 다들 엄청 많이 사 간다. 내가 갔을 때는 라면이 있었는데, 5분 뒤쯤에 간 아몽은 라면이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라면을 못 샀다.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해서 숙소에 들어갔다. 승강기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의식 속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순례 8일 차
쉬다가 아몽과 한국 전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몽은 한국 전쟁이 상대방과 자신의 생각이 달라서 일어난 전쟁이라고 하셨다.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치러야만 했을까? 절대 아니다. 일상에 이것을 적용해보면 코카콜라가 맛있나 펩시콜라가 맛있나를 갖고 싸우는 것이다. 더 큰 차원이기는 하지만……. 뭐가 맛있냐로 싸우는 것은 참 한심하다. 한국 전쟁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저녁에는 반찬이 없었다. 그래서 순대(순례 대장)인 오늘이와 밥당인 준성&지영이가 편의점에 갔다. 그런데, 무엇을 사야할지 몰라서 그냥 나왔다. 그랬더니, 그 편의점 아저씨가 괜히 서 있었다고 욕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편의점은 그곳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갔다. 컵라면을 사서 물을 따르려고 했는데, 쏟아버렸다. 다행히 물은 없었다. 그래서 그 아저씨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치운다고 했다. 우리가 무엇을 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못된 아저씨다.
순례 9일 차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밥집이 없었다. 그래서 2시가 다 돼서 국숫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앞에 백반집이 있었다. 그곳도 문이 닫혀 있었다. 결국, 편의점에 가서 라면과 김밥을 사 먹었다. 요즘 라면을 너무 많이 먹는다.
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엄청나게 큰 배낭을 메고 있었다. 무슨 가방이 저렇게 크냐 하고 생각을 했다. 가까이에서 봤는데 준성이 아버지였다. 봉봉도 오셨다.
저녁에는 육개장을 먹었다. MSG 맛이 많이 났다. 집밥이 먹고 싶었다.
순례 10일 차
오전에는 오산 신석기 박물관에 갔다. 밖에서 봤을 때는 꽤 커 보였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관람할 수 있는 곳은 적었다. 나는 박물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박물관은 재미가 있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내가 생각하기에 학교에서 아몽에게 신석기에 대해서 배우고 나서 봤기 때문인 것 같다. 배우고 보는 것과 배우지 않고 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오후에는 인제군에 있는 DMZ 생명 평화 동산에 갔다. 그곳 건물은 재활용이 가능한 철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흙으로 지었다고 했다. 우리에게 그곳에 관해 설명해주셨던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의 후세에게 자연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물려주니 미안하다고 하셨다. 지금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 또한 앞 세대처럼 자연을 훼손하고 후세에 넘겨줄 수도 있다.
순례 11일 차
어젯밤, 늦게까지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봉봉이 TV를 틀어놓고 나가셔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보았다. 아몽의 허락도 받지 않았다. 결국, 아침에 아몽이 이 사실을 아시게 되었다. 그러나 많이 혼내시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다음에는 아몽과 봉봉의 허락을 맡고 봐야겠다.
요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거나 대충 받기 때문이다. 오후에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건너오고 계셨다. 공교롭게도 길이 좁아지는 구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멈춰서 우리가 먼저 건너기를 기다려 주셨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분이 인사를 밝게 받아주셨다.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좀 그렇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순례 12일 차
어제저녁, 몰래 ‘남산의 부자들’을 존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몽이 이런 순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끼신 것 같았다. 아몽은 오늘 순천으로 내려가신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느낀 우리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다. 좋게 말하면 나는 그 과정에서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나는 그 과정에서 의지가 없는 우리의 모습을 봐버렸다. 아무튼, 우리는 아몽에게 편지를 썼다. 그 덕분인지, 다행히 아몽이 순천으로 가시지 않았다.
오늘 잔 곳도 취사가 되지 않아서 아침부터 외식하게 되었다. 아침이라서 그나마 몸에 좋은 것을 먹으려고 했는데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제저녁에 될 수 있으면 컵라면을 먹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습관처럼 또 컵라면을 사버렸다. 불과 13시간 만에 결심이 깨졌다.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라면을 버릴까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 먹어 버리고 다음에는 조심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은 몸이 무거웠다. 그래서 앞을 따라가지 못했다.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다. 열심히 갔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내 속도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같이 걸어주시는 봉봉도 있었고, 앞에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속도를 맞추어 걷지 않은 것이 좀 후회됐다. 다음에는 속도를 맞추어서 걸어야겠다.
순례 13일 차
오늘은 우리의 종착지인 통일 전망대에 갔다. 나는 그곳으로 가는 길에 군 시설이 엄청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적었다. 군 시설이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과연 이게 군사력 TOP 10안에 드는 나라인가 싶었다.
전망대 위로 올라가 보니 금강산, 바다, 군 시설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번 순례에 오기 전에는 통일이 되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 순례를 오면서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우리가 통일하지 않고 있어서 얼마나 큰 나쁜 영향을 받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루빨리 통일해야 한다. 한국 전쟁 체험관에서 전쟁 때문에 발생한 인명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전쟁은 양방향에 다 안 좋다. 인간이 하는 어리석은 짓 중의 하나가 전쟁이 아닐까 싶다.
DMZ 박물관에도 갔다. 그곳에는 북한이 한 악행들이 쭉 나열돼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쓰여 있지 않았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떠한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을까?
순례 14일 차
숙소를 떠나 순천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잤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 점퍼를 놓고 갔다는 것이었다. 화가 났다. 알고 보니 오늘이가 점퍼를 놓고 왔었다. 다행히 화를 참았다.
차를 타고 오면서 오리온 오징어 땅콩을 먹었는데 한살림에서 만든 것이 더 맛있었다.
라디오를 들었다. 쓸데없는 말만 하는 채널이 많았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했다. 짐을 싸는 것보다 정리하는 것이 더 힘든 것 같다.
바보
SF를 보다 침이 뚝뚝
로맨스를 보다 침이 뚝뚝
어느 세, 수영장이 생겼다.
인간
인간은 진화했나
인간은 퇴화했나
햇빛은 햇빛이다.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햇빛은
얄미운 햇빛
수영하고 나온 사람에게 햇빛은
고마운 햇빛
누구든 햇빛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면 안 된다.
햇빛은 그냥 햇빛이다.
관계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한 이유는 학교에서 환히와 다툰 후에 잠깐씩 생각해 보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관계’라는 낱말의 한자 뜻을 찾아보았다. 관계할 ‘관(關)’자에 맬‘계(契)’였다. 웃기지만 관계를 맺는 것이 ‘관계’이다.
인간은 관계로 인해 기쁘고, 재밌고, 행복한 감정, 그러니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렇지만, 반대로 슬프고, 외롭고, 불행한 감정, 그러니까 부정적인 감정 또한 관계로 인해 느낀다. 그렇다면, 관계는 꼭 있어야 할까? 생각해 본 결과, 관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람은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모이면 무한한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관계의 폭은 어느 정도나 될까? 내 생각에는 지나가며 하는 인사부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는다. 관계는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관계를 어떻게 해야 잘 맺을 수 있을까?
나는 수학의 방정식처럼 x와 y를 대입하면 정답이 나오는, 그런 나의 관계에 대한 방정식을 만들어 보았다. 나의 관계에 대한 방정식은 이렇다. 상대의 본능과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A라는 나라와 B라는 나라가 있다. 모든 나라는 자국민에 이득이 되는 쪽으로 운용된다. 무역 도중 A 나라가 B 나라에 잘못(자국민을 위해)된 행동을 했다. 그러면, B자라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는 자국민의 이득을 위해 운용되고,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려면 어느 한쪽은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이해하자’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라는 아주 큰 집단이니 이런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친구가 실수했을 때는 ‘동물은 실수하면서 성숙해 가는 생명체이다. 인간도 동물이니 실수를 한다.’이다. 순례 도중, 이것을 연습해보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번 질문을 발판 삼아 좀 더 관계를 잘 맺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을 순례 도중에 연습
2. 서른 즈음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몽이 우리에게 다 똑같은 질문을 주셨다. ‘내가 30살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였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나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여기서 나의 중심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외부의 압박 때문에 접지 않고, 나의 뜻을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요즘 사회적 문제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해서가 아닌가. 예를 들어보자. 몇 달 전,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의사들은 아주 격하게 반대를 했다. 내가 의사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밖에서 봤을 때는 자기들 수익이 줄어드니까 반대한 것 같다. 의사들과 의사의 가족들이 이 정책을 반대하면 그 숫자는 아주 작다. 그런데, 이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일까.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냈을 정책인데도. 정부에서 이 정책을 실행하지 못한 까닭은 너무 많이 눈치를 본 것 같다.
이번 부동산 대란으로도 예를 들어보자. 자기 자신의 집이 없이 임대로 사는 것이 부끄러워 어떻게든 자신의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려는 B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지 않은가. A에게는 B가 부르는 값이 그 집의 값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집값이 뛰는 것이다. 이 일 또한 A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서 일어난 일이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 이유들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자기 생각과 의지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순례 마무리 글.
나는 이번 순례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이번 순례는 8학년인 오늘이와 내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순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이나 어렵지는 않았다.
이번 순례의 이름이 2020 천. 지 평화 순례다. 한국 전쟁, 그리고 분단을 우리 순례의 주제로 삼기로 해서 평화 순례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전쟁과 분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횟수는 적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배우고 느낀 것은 있었다. 한국 전쟁은 미국&남한(자본주의)과 소련&북한(공산주의)의 다른 생각 체계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불과 물 같은 것이다. 서로 세력을 키우려다가 언젠가 생길 갈등이 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무튼,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고 싸우는 것은 몇 살짜리가 하는 짓인가. 그런데, 몇 살짜리가 해야 할 만한 일을 다 큰 어른들이 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전쟁은 참 부끄럽고 어리석은 전쟁이다. 어떤 전쟁이든 다 어리석기는 하지만, 한국 전쟁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전쟁은 이미 일어났다. 분단도 이미 됐다. 중요한 것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요즘은 상대적으로 통일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왜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남한의 한(2018) 해 예산이 447조 2억 원이다. 그런데, 남한의 국방 예산이 48조 7,935억 1,000만 원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 국방 예산 투자 순위 중 10위를 차지한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국방비가 1/10 정도를 차지한다. 만약, 한반도가 통일을 하게 되면, 이 돈의 전부는 아니어도, 많은 금액이 남아돌 거다. 그러면, 세금을 내릴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이 많은 돈을 쓸 수도 있다.
하나 더 예를 들면, 배는 많은 물자를 실을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비행기는 빠르지만, 물자를 많이 실을 수가 없다. 하지만, 통일되면, 대륙진출이 가능해져서 많은 물자가 우리 한반도를 통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기차를 이용하여 많은 물자를 빨리 나를 수 있고, 석유 대신 전기를 쓸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외세에 반도의 단점만 이용되었다면, 이제는 반도의 장점(통일되면)을 살릴 수 있다.
순례 중, 일이 하나 있었다. 그날, 우리는 두 방으로 나누어서 잤다. 한 방은 봉봉, 나, 오늘, 준성, 환히가 잤고, 또 다른 한 방은 아몽, 서윤, 지영, 지호가 잤다. 봉봉이 TV를 틀어놓으시고 씻으러 들어가셨다. 우리(나, 오늘, 준성, 환히)는 보고 싶은 채널을 틀었다. 봉봉이 다 씻고 나오셔서 같이 보시다가 밖에 나갔다 오신다고 하셨다. 결국, 우리는 계속 TV를 보다가, 결국 12시쯤에 잤다. 다음 날 아침, 이 일이 아몽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몽은 주의만 조금 주시고 마셨다. 그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저녁이었다. 나는 내 일지에 이 일에 관해 썼다. 그런데, 아몽이 내 일지에서 우리가 봉봉의 허락도 맡지 않고 TV를 본 것을 알게 되셨다. 아몽이 내 일지를 본 후 우리를 부르셔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몽이 아침에 그냥 넘어간 이유는 우리가 봉봉에게라도 허락을 맡았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는 순례를 하는 이유가 없다고 내일 순천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여서 얘기를 나눴다. 나는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좋게 말하면, 나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고, 의지 또한 없는 우리의 모습을 봐버렸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하는 순례가 의미가 있을까. 헛고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순례인데 끝을 내야지 않겠나. 우리는 아몽에게 편지를 썼다. 그 덕분인지 아몽은 순천으로 가시지 않으셨다. 아무튼, 과연 순례가 이 고생, 이 돈, 이 시간을 써서 가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투자하면서까지 해야 하는가를…….
이번 순례를 통해 느낀 것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