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이가 찢어지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가랑이가 찢어지다’는 표현은 본래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다리)가 찢어진다”나 “촉새가 황새를 쫓아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에서 앞부분이 생략된 것이다.
이들 속담의 주인공은 ‘뱁새’와 ‘촉새’이고, ‘황새’는 조연에 불과하다.
‘뱁새’는 몸 전체의 길이가 약 13센티미터인 아주 작은 새이다.
날개 길이 5센티미터에 꽁지 길이가 6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 새인 것이다. “뱁새는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와 같은 속담을 통해서도 이 새가 아주 작은 새임을 알 수 있다. 뱁새는 몸집이 매우 작아 행동이 민첩하다. 움직일 때 꽁지를 좌우로 쓸듯이 흔드는 버릇이 있어 경망스럽기까지 하다.‘
뱁새’는 다른 새보다 작고 민첩해서 흔히 ‘작고 빠른 것’을 비유하는 데 이용된다.
‘촉새’ 또한 작기로는 ‘뱁새’ 못지않다. 몸의 길이가 ‘뱁새’와 비슷한 14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까불어대는 것은 ‘뱁새’보다 더 심하다.
그래서 언행이 가볍거나 방정맞은 사람을 흔히 ‘촉새’에 비유한다.
반면, ‘황새’는 몸집이 아주 큰 새이다. 몸의 길이가 1미터나 되고, 활짝 편 날개의 길이가 66센티미터나 되므로 새치고 이만한 새가 없다. ‘황새’라는 말 자체가 ‘큰 새’라는 의미의 ‘한새’에서 변한 것이므로 이 새가 ‘큰 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새’는 몸집이 크기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부리’와 ‘다리’가 길기로도 유명하다. 긴 부리를 앞으로 숙인 채 긴 다리로 겅중겅중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키가 큰 사람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몸집이 작고 다리가 짧은 ‘뱁새’나 ‘촉새’가 몸집이 크고 다리가 긴 ‘황새’를 쫓아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종종걸음으로 내달아도 성큼 앞서가는 황새를 따라잡을 수 없다. 물론 날아서 간다든지, 황새 등에 올라타고 간다든지 하면 황새’를 따라잡을 수도 있겠지만 걸어서 갈 때에는 역부족이다. ‘뱁새’나 ‘촉새’가 짧은 다리로 무리하게 ‘황새’를 쫓아가다가는 탈이 나게 마련이다. 결국에는 ‘다리’나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때 ‘다리’보다 더 심각한 것이 ‘가랑이’이다. 걷거나 달릴 때에는 ‘가랑이’를 적절히 벌려야 한다. 급하다고 무리하게 벌려서 걷거나 달리면, 그리고 ‘가랑이에 두 다리를 넣듯’ 너무 빨리 걸으면 당장은 빨리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내 ‘가랑이’가 찢어질 듯 아파온다. 심하면 정말로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생긴 속담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다리)가 찢어진다”와 “촉새가
황새를 쫓아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이다.
‘가랑이’를 너무 많이 벌려 걷거나 달리거나 하여 ‘가랑이’가 찢어지면 더 이상 걷거나 달릴 수가 없게 되어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하다. 그래서 두 속담에 ‘힘에 겨운 일을 억지로 하면 도리어 해만 입는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이 말은 분수에 넘친 행동은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속담에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이나 ‘촉새가 황새를 쫓아가다가는’이 생략된 ‘가랑이가 찢어지다’는 표현은 속담의 본래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 모르고 덤비고 있군”에 쓰인 ‘가랑이가 찢어지다’는 속담 본래의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일을 잘하려면 정말 가랑이가 찢어지지”에 쓰인 ‘가랑이가 찢어지다’는 힘에 부쳐 일을 해 나가기가 몹시 벅차다’는 의미이다. 곧 ‘일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더 나아가 ‘가랑이가 찢어지다’는 ‘몹시 가난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가랑이가 찢어질 형편에 누구를 돕겠느냐”에 쓰인 ‘가랑이가 찢어지다’가 바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살림이 빈궁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먹고살기에 ‘가랑이가 찢어지다’에 ‘가난하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똥구멍이 찢어지다’는 표현에 이끌려 그것에 그와 같은 의미가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똥구멍이 찢어지다’를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로
부연 설명하듯이 ‘가랑이가 찢어지다’를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로 부연 설명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