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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봄철 날씨가 좋은 날을 선택하여, 평소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던 부녀자들이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하루를 즐기곤 했다. 이때에 찹쌀로 부침개에 꽃을 함께 부친 화전(花煎)을 먹고 즐겼기에, 이렇게 노는 여성들의 모임을 화전놀이라 했다. 술과 화전을 마음껏 먹고 노래나 가사를 불러 서로의 솜씨를 뽐내기도 했는데, 이때에 불렀던 가사들을 화전가라고 하였다.
화전놀이가 끝난 후 화전가들을 필사하여 돌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간직하면서 후대에 전승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지어진 이른바 화전가류 가사들은 지금가지 전해지는 것이 수백 편이 넘는다고 한다.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조리기도 하고, 때로는 과부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며, 시집살이의 설움을 가사에 풀어놓기도 하였다. 대체로 서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덴동어미 화전가>는 앞과 뒷부분은 다른 화전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본문은 덴동어미라는 여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그려지고 있다. 평범한 여성이 결혼을 하고 남편이 사고로 죽게 되고, 다시 재혼을 하면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지만 그 결과 역시 사별로 귀결된다. 이렇게 하여 4번의 결혼을 하게 되어 마침내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지만, 엿장수로 큰돈을 벌자던 남편도 엿을 만들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 와중에 어린 아들은 엿에 데어 불구가 되고, 덴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제 덴동어미로 불리는 그녀의 삶에는 조선 후기 하층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축약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녀가 토해낸 삶의 이력이 가사라는 형식을 통해 그대로 옮겨지면서, 어느 다른 형식보다 그 핍진성이 잘 전달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비록 가사라는 생소한 형식이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그녀의 삶의 이력을 접해보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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