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블록
새들은 너울성 파도로 깊어져
파고 높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벽을 유리로 덮자고 한다
고층 빌딩 안에서 몰려갔다 흩어지는 해안선 따라
뼈의 힘으로 헤엄쳐 가는
투명한 목숨들 시야를 집어삼키며 휩쓸려간다
발끝 닿는 데로 수족관의 물고기들
일정한 크기의 물방울을 뱉어놓는데
도시의 죽음이 반짝이는
유리와 유리 사이 생의 지느러미 바깥으로
햇살의 그림자가 지나갈 수 있을까
벽을 부수면 어슬렁거리는
환영처럼 내 안에 닿는 감촉
환히 보여도 넘어설 수 없는 경계에서 너머로
바다 뒤편의 칼날이 번쩍인다
뼛속까지 생을 꿈꾼다 섬처럼 떠 있는 세계에서
눈동자 소금기 뒤집어쓰고 번득이는
사각에 갇힌 유리창의 안과 밖
우리는 미끈거리는 물결 어디에 갇혔는가
절벽을 사이에 두고 한 무리의 새들
모래알갱이를 뱉어낸다 유리 그늘 부푼 배 속으로
『시와소금』 2024년 봄호 발표
카페 게시글
발표시
유리블록 - 양소은
양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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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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