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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https://brunch.co.kr/magazine/grit
글 순서
1. 창직의 능력 배양을 위한 미래교육의 방향
2. 비인지능력, 성취를 위한 마음근력
3. 전두엽, 마음근력의 기반 - 전두엽과 편도체의 밀당
4. 당신의 뇌를 바꾸는 법 - 뇌의 가소성
5. 마음근력의 세가지 구성 요소 -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
6. 그릿(GRIT)이 몰려온다 - 인공지능 시대와 비인지능력
7.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확실한 방법 - 긍정적 정서의 힘
작가소개: http://1boon.kakao.com/bookclub/whatreadingnow11
1. 창직의 능력은 왜 필요한가?
창직(job creation)은 세상에 없던 직업이나 직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직 그 자체를 목표로 해서 창직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 창출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자신이 하는 일이 멋진 직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창직의 능력이란 문제해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창직의 능력" 배양에 관심을 갖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상이 빠르고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상투적인 말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이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제 평균 수명 100세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대학생인 젊은이들은 2100년까지 살게될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가 전수해 주어야하는 것은 금방 낡아버릴 지식이 아니다.
검색만 하면 누구나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정보도 아니다.
앞으로 80년을 더 살아가야 할 이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떠한 세상이 되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과 나아가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본 역량이다.
지식이나 정보 전달이 교육의 목표이던 시기는 인쇄매체가 지배하던 때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을 바꿔 놓는 이제 교육의 목표는 역량강화여야만 한다.
구글은 1998년에, 페이스북은 2004년에, 카카오톡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뒤에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새로운 회사들과 서비스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온다해도 그에 잘 적응하고 발전해갈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직의 능력이다.
게임의 룰의 변화, 새로운 게임의 등장
모든 일들이 전부 스포츠로 이루어진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잠시 가정해보자.
현재 통용하는 상식에 따르자면,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학생은 일류 대학의 축구학과로 진학해서 드리블, 프리킥, 코너킥, 태클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축구 학위를 받아 축구 선수를 필요로하는 회사에 취직하면 된다.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학생은 야구학과로 진학하여 야구를 전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학에는 다양한 종목을 "전공"으로 개설하여 각 종목의 전문가를 육성하여 사회에 내보낸다.
그런데 갑자기 축구나 야구 등의 전통적인 종목의 인기가 시들해지더니 축구와 야구를 교묘하게 결합한 "축야"라는 새로운 종목이 등장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한편에서는 배구와 농구를 결합한 "배농"이라는 새로운 종목이 등장하여 시장을 평정해 나간다.
이러한 새로운 종목은 볼차기와 공던지기, 혹은 슛과 스파이크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게임의 룰이 바뀜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바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문적 전통과 권위를 중요시하는 대학이나 각급 교육기관은 계속 전통적 방식의 교육만을 고집하고 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축야나 배농을 한번도 제대로 연구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어 가르칠 수조차 없다.
그들은 대부분 수십년간 축구에서도 특정한 분야만을 연구해왔다. 평생 코너킥이나 프리킥 혹은 드로잉이나 오프사이드 만을 연구해온 그야말로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오늘날 대학에서 개설된 많은 과목들은 이러한 세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과목들은 교수들이 그동안 늘 가르쳐왔기에, 혹은 가르칠 수 있기에 개설되고 있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고려하여 과목이 새로이 개설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논문 많이 써내라는 압박에 시달릴 뿐이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라는 압박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연구 중심의 종합대학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곳의 교수들은 학생들을 위한 교과목 내용 보다는 자신을 위한 연구 논문 작성에 더욱 더 몰두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성실하고, 진지하고, 학자다운 교수들일수록 자신이 늘 해오던 전문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을 배반하게 된다.
무언가 매우 잘못되어가고 있다.
대학의 위기
대학에는 여러 분야의 전공들이 개설되어 있다. 각 전공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
그래서 법대 나오면 법조인이 되고, 경영대 나오면 경영 쪽 일을 하고, 공대를 나오면 엔지니어가 되고, 의대를 나오면 의사가 되고, 치대를 나오면 치과의사가 되고, 심리학과를 나오면 심리상담사가 되고, 간호학과를 나오면 간호사가 되고, 약학과를 나오면 약사가 된다.
물론 졸업생들이 모두 다 전공따라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 분야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이 대학 "전공"의 취지다. 그런데 요즈음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공을 해야하는가? 아마존이나 애플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카카오나 네이버에 취직하기 위해 유리한 전공은? 아무도 모른다. 에어비엔비나 우버같은 서비스를 새로이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공을 해 야 하는가? 그런 것을 가르치는 전공은 없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단 네개 회사의 가치만 합해도 코스피에 상장된 우리나라 기업들 전체의 가치를 전부 다 합친 것 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러한 새로운 회사들이 이미 이 세상을 지배하고 변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현재의 대학이나 초중고 교육 제도의 근간은 19세기나 그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며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 없다. 현재 교육 시스템으로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대비하게 하기는커녕 현재 당장 필요한 능력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다.
학위라는 권위의 몰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 지옥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일류 대학에 가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어느 대학을 나왔다는 졸업장(학벌)을 얻기 위함이다.(문화자본) 오늘날 대학들의 업의 본질은 교육콘텐츠 제공이라기보다는 졸업장과 학위 판매다.
지금까지 일류대학을 나왔다는 간판이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학벌이 평생 직장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거나 전문직에 진출하기가 유리하기에 먹고 사는 것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학위가 좋은 직장과 밥벌이를 보장해주던 시대는 급속히 저물어가고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직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대학의 학위 장사는 종말을 고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미 그러한 조짐은 이미 대학원 교육의 몰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류대라 할지라도 유능한 학생은 이제 더 이상 대학원에 진학하려 하지 않는다. 대학원 학위가 밥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특정 전공이나 학과가 살아남으려면) 이제 스스로가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가 밥벌이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전국의 모든 의과 대학에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는 의대를 가면 의사가 되어 먹고 살 걱정을 덜 해도 된다는 인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증의 능력이 없으면 순수 학문을 할 여력도 얻을 수가 없다. "순수 학문"만을 지향하는 대학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역사상 어느 시대에도, 어느 나라에도, 대학이 밥벌이에 도움이 안되는 "순수 학문"만을 했던 적은 없다. 순수학문은 장기적으로, 응용학문은 단기적으로 밥벌이에 도움이 되는 학문들이란 뜻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들은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학생들의 미래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 대학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교육 콘텐츠는 학생들의 미래 밥벌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기 보다는 교수들의 현재 밥그릇을 위해 제공되는 것에 불과하다.
창직의 능력을 위한 핵심 요소들
대학이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해 길러줘야 하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치 않을 인간의 기본적인 성취역량이다. 어떤 새로운 종목이 등장하든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기초체력을 우선 길러줘야 한다. 이제 대학은 특정한 종목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기초적인 "성취 역량"을 길러주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축구를 위한 드리블 기술이나 야구를 위한 공던지기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심폐기능 향상이나 코어 근육을 길러주는 훈련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축야"든 "배농"이든 미래에 어떠한 종목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든 심폐 기능이나 기초 체력은 반드시 요구될 될 것이며 그러한 기본 체력을 지닌 인재가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학자들은 이를 비인지능력이라 부른다. 마음 근력이라고도 한다. 마치 몸의 근육처럼 체계적이고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이제 대학과 각급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마음 근력 혹은 비인지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이다.
이것이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통해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창직의 핵심 요소들이다. 이러한 창직을 위한 핵심 역량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나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2)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는 끈기와 집념 발휘할 수 있는 자기조절력.
(3) 호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해내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소통능력과 대인관계력.
(4) 스스로 하는 일에서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고 열정을 발휘하는 자기동기력.
(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 도전성과 역경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회복탄력성 등이 있다.
먼저 마음근력과 문제해결력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2. 비인지능력, 성취를 위한 마음근력
비인지능력과 인지능력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은 존재하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창직을 위해서는 이러한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키워가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음근력이 필요하다.
상당한 기간동안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집념과 끈기, 사람들을 설득해내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소통능력, 스스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힘, 예상치 못했던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회복탄력성 등은 어떠한 분야에서든 성취를 지닌 사람들이 지닌 공통된 역량들이다.
제임스 헤크만을 비롯한 여러학자들은 이를 비인지능력이라 부른다(Heckman & Rubinstein, 2001)
인간의 능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인지능력인데, 머리좋고 똑똑한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인지능력이 인간의 기본적 역량을 결정짓는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그동안 주로 인지능력이 높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많은 연구들은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들은 인지능력보다는 끈기, 집념, 동기, 회복탄력성, 열정 등의 비인지능력의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계속 밝혀내고 있다.
인지능력과 비인지능력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도 발견되지 않는다. 둘 다 높거나 낮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만 높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비인지능력이 인간의 성취력을 결정짓는 근본 요인이다 (Heckman, 2006; Mofit et al., 2011). 비인지능력이 높은 사람은 성실하고 꾸준하고 정직하며, 열정적이고, 또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 자기조절력, 자기동기력, 대인관계력이 높기 때문이다. 즉 비인지능력이 높은 사람은 훌륭한 성품과 인성을 발휘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인지능력은 성취역량인성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마음근력, 세상을 바꾸는 힘
비인지능력은 체계적인 노력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마치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비인지능력은 마음근력이라고도 불리운다. 마음근력강화 훈련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관점은 매우 새롭고도 획기적인 것이다. 기존의 학문이나 교육철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과학은 사람을 액터가 아니라 리액터로, 즉 자극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해왔다. 특정한 액션이나 행위를 자발적으로 수행해내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심리학이든 교육학이든 경제학이든 정치학이든 사회학이든 어떠한 인간 학문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론들은 모두 다 환경과 외부적 변인들이 인간의 태도, 생각,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만을 분석해왔을 뿐이다. 예컨대 경제학의 구매행동에 관한 이론이라든가 정치학의 투표행태론 등 대부분의 사회과학이론들은 한 인간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와 환경이 그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결정짓는가하는 과정에 대한 이론이다. 가격이 구매 의도를 결정지으며, 사회 구조와 문화가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식이다. 이러한 학문들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인간이라는 한 개체를 결정짓는다는 전제 위에 수립되어 있다.
현대 학문은 세상이 인간을 결정한다고 본다. 자발성을 지닌 인간이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환경과 세상에 어떠한 변화와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한 인간이 그의 주변환경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고,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학문적 접근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본질 역시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식이나 정보를 주입시켜 주는 것이라 본다. 인간이 스스로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역량을 심어주는 것은 현대 교육의 목표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의무교육제도를 도입한 모든 나라의 교육 목표는 평균적인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벽돌 한 장 한 장 찍어내듯이 균일화한 사고방식의 사람들을 생산해내는 것이 현대 의무 교육 시스템의 존재 이유다. 세계 각국에서 언어와 수학 과목이 중요 과목으로 강조되는 이유는 로빈슨 경의 말처럼 임금노동자를 길러내기 위해서일 뿐이다(Robinson, 2011). 현대의 의무 교육 시스템은 기본적인 구조는 이미 주어진 것이고 따라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심어준다.
취업하는 것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길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만을 받아서는 창직이나 창업을 위한 능력을 길러나가기 힘들다.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내가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기도 힘들다. 그러한 생각이 아예 들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현대 의무 교육의 핵심이다.
미래교육의 방향
마음근력 훈련을 통해 인간의 비인지능력과 성취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한 인간이 스스로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 주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에 있어서 매우 새로운 관점이다. 미래의 교육은 내가 속한 세상과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변화해야 함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스스로 변함으로써 주변의 환경과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내가 속한 세상과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유능감과 자율성과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의 삶과 사고방식과 신념체계를 스스로 돌이켜보고 그것을 끊임없이 재구성해갈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하고 계속 변화해갈수 있는 마음근력을 지닌 인간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그래야 창직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3. 전두엽, 마음근력의 기반 - 전두엽과 편도체의 밀당
전두엽과 편도체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해결을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목표를 설정하여 꾸준히 집중해서 노력하고,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여 설득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하는 등의 능력은 모두 전두엽과 관련이 깊다. 창직을 위한 마음근력은 강력한 전두엽 기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전두엽은 대뇌 피질의 일부다. 겉뇌다. 한편, 분노, 공포, 짜증, 스트레스, 슬픔 등의 부정적 정서는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반면에 강력한 전두엽은 편도체를 차분하게 억제할 수 있다. 전두엽과 편도체는 이처럼 밀당 관계에 있다. 편도체는 변연계의 일부다. 저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속뇌다. 좌뇌냐 우뇌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전두엽(겉뇌)과 편도체(속뇌)의 관계다.마음근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결국 전두엽의 기능을 강화하고 편도체의 지나친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뜻이다. 전두엽은 긍정적 정서에 의해서, 편도체는 부정적 정서에 의해서 각각 활성화된다
뇌의 기본 구조
인간의 뇌는 크게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뇌의 가장 깊은 부분은 뇌간이라 불리는 곳으로, 인간의 생명작용과 직결된 기능, 예컨대 호흡, 수면, 심장박동 등을 주로 담당하는 부위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두 번째 층이 감정적 정보를 처리하는 변연계다. 부정적 정서 유발과 관련이 많은 편도체나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해마체, 역겨움 혹은 고통과 관련이 많은 인슐라 등 다양한 부위로 이뤄져 있다. 공감, 고통 등의 정서정보 처리와 관련이 깊은 전방대상피질은 대뇌피질에 위치하지만 변연계의 일부로 간주되기도 한다.
변연계를 둘러싼 두뇌의 가장 바깥 부분을 이루는 것이 대뇌피질이다. 이 대뇌피질은 많은 표면적을 좁은 두개골 안에 구겨넣어야 하므로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 있다. 이 대뇌피질의 앞부분이 바로 전두엽이다. 인간의 의식과 기억은 주로 대뇌피질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우리의 의식은 대뇌피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작용이다. 뇌의 깊은 곳에 있는 변연계나 뇌간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직접 인식하거나 의식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인 셈이다. 대뇌피질, 특히 그중에서도 전두엽은 감정의 중추인 변연계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전두엽과 편도체의 밀당
변연계와 전두엽은 끊임없이 서로를 견제하고 조절하며 통제하려 한다.
변연계 중에서도 특히 편도체에서 끓어오르는 여러 가지 감정적인 에너지는 호시탐탐 전두엽을 흔들어놓으려 하고, 전두엽은 시끄러운 편도체를 억제해서 차분하고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우리 행동의 대부분은 전두엽과 편도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난다.
전두엽(보라색)과 편도체(주황색)
스스로 감정의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하거나, 감정조절이 서투르거나, 갑자기 화를 내거나 혹은 슬퍼하거나, 자신의 충동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되어 편도체를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진 것이다. 전두엽의 기능이 무력화되면 마음근력을 발휘할 수 없게될 뿐만아니라, 폭력적 행동을 저지를 우려마저 높아진다. 스스로 분노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약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범죄자 중에는 전두엽 손상자가 상당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 살인범의 25%는 사고나 질병에 의해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떤 연쇄살인범은 여섯 살 때 심한 교통사고를 당해 전두엽이 크게 손상되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다. 이러한 범죄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고 불법이라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럼에도 자신의 행동이나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따를 의지력이 약화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폭력적 갑질 행위나 보복운전 등 분노조절장애는 모두 전두엽의 기능 약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전두엽은 마음근력의 기반
사람의 뇌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가장 늦게 완성되는 것이 바로 전두엽이다. 전두엽의 성장이 완성되는 것은 만 25세 전후다. 만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은 두뇌적으로는 아직 미성년자이며, 전두엽이 변연계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는 나이다. ‘질풍노도의 청년기’라는 말의 참뜻은, 아직 뇌가 미성숙해서 감정에 잘 휘둘리며 이성적 판단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전두엽은 가장 늦게 완성되기 때문에 유전적인 영향을 가장 덜 받으며, 동시에 환경적 요소인 교육과 훈련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부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전두엽의 자기조절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 교육의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전두엽의 기능이 이처럼 중요한데도 오늘날 청소년의 전두엽 기능은 현저히 약해져 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급속히 늘어가는 학교폭력, 청소년 우울증, 자살률 등이 바로 그러한 증거다. 전두엽을 위협하는 최대 적은 ‘스트레스’다. 두려움, 분노, 좌절감 등의 부정적 정서 유발은 전두엽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지만,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전두엽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킨다.
저소득층의 자녀가 학업성취도가 낮은 이유
어릴 때 학대를 받았거나 가정폭력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된 아이들은 자라면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스트레스로 인해 전두엽이 덜 발달되기 때문이다. 빈곤에 시달렸던 아이들도 전두엽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심지어 다섯 살 된 아이들의 전두엽 발달 정도나 활동성이 가정환경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경제적 격차가 뇌기능 발달의 차이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긴데,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 빈곤 자체가 전두엽 발달의 저하를 낳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빈곤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부정적 정서의 유발이 문제였으리라 추정한다. 역시 ‘스트레스’야말로 전두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학업능력이 낮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부모의 경제력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의 학업 성적도 높다. 왜 그럴까? 대부분 가난한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서 그렇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참고서 사거나 학원에 다닐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과학적이고도 엄밀한 분석을 토대로 에반스와 쉠버그는 그러한 이유가 아니라고 단언한다(Evans & Schamberg, 2009). 그들은 사교육 기회, 공부 시간 등 경제적 수준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여러 변인들을 하나 하나 통제해가며 이러한 변인들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설명 변인은 바로 아이들의 혈중 스트레스호르몬의 수준이었다. 연구자들은 빈민계층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측정하면서 이들의 스트레스 레벨을 동시에 측정하였다. 그 결과 스트레스 레벨이 높지 않은 아이들은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과 다름없는 학습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빈민계층은 흔히 가정불화나 폭력 등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체로 스트레스 레벨이 높으며, 바로 그 때문에 학습능력도 저하되었던 것이다. 즉 가난하다는 사실 자체는 아이의 학습능력과 아무런 관련성도 없다. 단지 가난이 가져온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만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가 학습과 문제풀이 능력에 결정적인 장애를 가져온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 정서와 스트레스는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는 저소득 층의 아이들에게 전두엽 강화와 편도체 안정화를 시켜주는 마음근력 훈련이 특히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음근력 훈련은 창직을 위해서뿐만아니라 열악한 가정환경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 글은 내용은 주로 김주환 (2013)의 그릿 중 4장 "자기조절력" 부분을 참조하였음.)
4. 당신의 뇌를 바꾸는 법 - 뇌의 가소성
뒤집힌 이미지에 적응하는 뇌
20세기 초 1차 대전 이후부터 심리학자들은 위 아래가 뒤집힌, 혹은 좌우가 바뀐 이미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지각하는가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특히 에리스만이라는 스위스 심리학자는 사람에게 이미지가 거꾸로 보이는 고글을 씌워주는 연구로 유명하다. 1939년부터 에리스만은 제자 코흘러에게 이미 지가 거꾸로 보이는 고글을 하루 종일 착용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미지가 거꾸로 보이는 고글을 착용하면 맨 처음에는 어지럽고 혼란스럽지만 수일 내에 곧 익숙해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심지어!! 열흘 뒤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스키도 탈 수 있게 되었다 (Schuler, 2016).
에리스만의 뒤집힌 이미지를 보여주는 고글과 그것을 착용하고 스키를 타는 코흘러
뇌의 가소성
현대 뇌과학은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가 마치 말랑말랑한 찰흙이나 플라스틱처럼 변형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인간의 뇌는 딱딱한 컴퓨터와 같은 기계가 아니다. 뇌의 특정 부위가 담당하는 부위는 대체적으로 정해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것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뇌의 각 부위의 기능이나 역할 혹은 작동 방식은 체계적이고도 반복적인 자극을 주게되면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새로운 자극이 뇌에 반복해서 들어오면 그러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뇌의 시냅스 연결구조에 변화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습관"의 본질이며 훈련의 효과다.
예를 들어, 갑자기 사고로 눈을 다쳐 시력을 잃게되면 시각정보가 더 이상 후두엽에 있는 시각중추에 오지 않게 된다. 즉 시각정보처리를 담당하던 뇌 부위는 할 일 없이 놀게 된다. 뇌는 매우 효율적인 기관이다. 이렇게 그냥 노는 부위를 놔 두지 않는다. 수개월이 지나면 원래 시각정보를 다루던 뇌부위는 점차 청각정보나 공간정보 등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과의 박해정 교수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맹인의 시각피질은 청각 신호를 처리하도록 재조직되었음을 발견하였다. 원래 보는 것을 담당했던 뇌의 일부가 시각정보처리의 일이 없어지자 청각정보처리를 하게끔 스스로를 변화시켰던 것이다. 뇌의 가소성에 대해서는 노먼 노이지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뇌” (The Brain that Changes Itself)라는 책에 많은 사례가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특히, 노이지에 따르면 “나는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서 머리가 굳어졌는데...”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머리는 평생 굳어지지 않는다. 늙어 죽을 때까지 우리의 뇌는 계속 변화한다. 뇌세포는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도 잘못된 속설이다. 뇌세포는 80세가 넘어서도 계속 만들어진다. 뇌에 관한한 “변화시키기엔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것은 모두 잘못된 부정적 생각이다. 뇌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즉 어떠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느냐에 따라서 그 작동방식이 달라진다. 비인지능력과 문제해결력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전두엽이 강화되도록 반복해서 자극을 주게되면 실제로 마음 근력이 강해진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선천적인 음치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마음 근력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변화는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음근력을 강화시키는 훈련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한 활동을 꾸준히 반복하게 되면 뇌의 사용방식이 달라진다. 피아니스트의 뇌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부위가 특별하게 발달한다. 프로 골프 선수와 아마추어 골퍼의 뇌 사용 방식 역시 완전히 다르다. 밀턴 등은 뇌영상 연구를 통해 이를 확연히 보여주었다. 골프 스윙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하도록 했더니 핸디 28 이상의 초보자들의 뇌는 변연계를 포함해서 여기저기 온통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프로 선수들의 뇌는 두정엽 부위의 운동중추와 관계된 부위만 살짝 활성화되었다. 프로 선수들의 뇌는 부정적 감정이 거의 유발되지 않는 반면에 초보자들은 온갖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윗 사진은 초보자의 뇌 모습이며, 아래 사진은 PGA 투어 프로의 뇌 모습
훈련은 뇌를 바꾼다
초보자들은 스윙을 하는 순간에, 공을 치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이미 좌절하고,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러니 편도체는 활성화되고 전두엽의 기능은 저하되어서 골프 수행능력이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뇌의 이러한 습관적인 사용 방식은 굳게 마음을 고쳐 먹는다고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골프 초보자가 이제 편도체는 가라앉히자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바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뇌의 사용방식을 바꿔야 한다. 뇌의 가소성을 위해서 시냅스의 연결 구조를 바꾸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뇌를 사용하는 방법을 꾸준히 훈련하여야 한다. 마음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두엽의 연결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뇌를 반복적으로 계속 사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근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결국 뇌의 가소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습관을 고착화시킨다는 뜻이다. 습관의 종류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한 습관을 체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달에서 3달정도 걸린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명상의 효과를 뇌영상을 통해 살펴보는 최근 연구들은 피험자들을 보통 8주에서 12주 가량 명상 훈련을 매일 반복해서 시키곤 한다. 마음 근력 훈련 역시 적어도 2달은 지속해야 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근력 훈련을 학교 현장에 적용해보다
2014년 여름 방학동안 나는 세종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 10분에게 마음근력 훈련방법을 가르쳤다. 개학 후에 매일 아침 조회시간 10분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감사일기 쓰기, 감사호흡훈련하기 등을 실시하도록 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강점발견 워크샵이나 존중고백 훈련을 실시하도록 했다.
https://youtu.be/q84tYoB8Fns (유튜브 동영상 자료)
그 결과, 2개월이 지난 뒤 학생들의 마음 근력은 측정 가능할 정도로 향상되었다. 학생들의 표정뿐만아니라 담임선생님들의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학생 교사 모두 대만족이었다.
5. 마음근력의 세가지 구성 요소 -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
마음근력의 세가지 측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가 잘 다스리고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할 대상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나 자신인데, 내 자신을 잘 다스리고 조절하는 능력을 자기조절력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내 주변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인데 이를 대인관계력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는 세상 일을 잘 다스리고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동기력이다. 이 개념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자기조절력
자기조절력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집념과 끈기를 발휘하는 능력이다. 또한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제대로 존중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곧 자기 조절력이다. 하위요소로는 감정조절력, 과제지속력, 긍정성 등이 포함된다.
나는 우선 나 자신과 제대로 관계 맺어야 한다. 기억하는 자아 (본래 자아)가 현재 진행 중인 경험하는 자아 (현존 자아)를 존중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곧 I - self 의 관계다. 자기 조절력을 발휘하려면 기억하는 자아가 경험하는 자아를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지 허버트 미드가 이미 간파했듯이 "나"라는 개념 속에는 이미 내가 자라면서 경험한 수많은 "다른 사람"이 들어 있다. 즉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면적인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 밖에 없다.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과 의도를 바라보는 능력이다.
다니엘 골먼의 감성지능이론에서 말하는 자기인식과 자기조절(Goleman, 2004),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서 말하는 자기성찰지능(Gardner, 2006), 제임스 헤크만의 소프트스킬의 한 축인 과제지속력(Heckman & Kautz, 2012), 안젤라 덕워쓰의 끈기(Duckworth, 2016) 등이 모두 자기조절력에 해당한다.
(2) 대인관계력
대인관계력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픔이나 느낌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내 뜻을 잘 전달하고 설득하고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하위요소로는 공감능력, 관계성, 자기표현력 등이 포함된다. 나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관계 맺어야 한다. 내 주변 사람을 설득시키고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을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리더십이고 설득력이다. 어떤 일을 해낸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일과 관련된 다른 사람을 설득해냄으로써만 가능하다. 사랑과 존중의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호감과 신뢰를 줄 수 있다. 호감과 신뢰는 설득과 리더십의 기본이다.
다니엘 골먼의 감성지능이론에서 말하는 공감과 사회성(Goleman, 2004),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서 말하는 대인관계지능(Gardner, 2006), 디씨와 라이언의 자기결정성 이론에서 말하는 관계성(Ryan & Deci, 2000), 제임스 헤크만의 소프트 스킬의 또 다른 축인 사회성(Heckman & Kautz, 2012) 등이 모두 대인관계력에 해당한다.
(3) 자기동기력
자기동기력은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하위요소로는 내재동기, 자율성, 유능감 등이 포함된다. 나는 내가 마주하는 세상 혹은 "일"과 제대로 관계 맺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나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벗어나서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일을 열정적으로 해낼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
세상을 변화시킴으로서 사람은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한다. 사람은 자기 뜻에 따라 주변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재미를 느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내재동기다. 세상 일은 나와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 우리가 만나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은 어떤 세상 일에 대해서다.
나와 너의 관계 속에 세상 일은 존재한다. 또는 세상일이야말로 너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교량이다.
다니엘 골먼의 감성지능이론에서 말하는 동기부여(Goleman, 2004), 디씨와 라이언의 자기결정성 이론에서 말하는 자율성과 유능감(Ryan & Deci, 2000), 캐롤 드웩의 능력성장믿음(Dweck, 2006)등이 모두 자기동기력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비인지능력에 관한 이론들이 강조하는 핵심 개념들을 정리해보면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세가지 마음 근력 중 하나에 해당함을 알수 있다.
마음근력 개념의 철학적 배경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근력이 세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적 근거는 하이데거 철학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이 세상에 휙 던져진 존재다. 본인의 계획에 의해 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거기에 그렇게 던져진 존재(there being)가 곧 현존재(Dasein)고 인간이다. 이러한 현존재의 기본적인 속성이 세계내적 존재다.
(나는 사실 "Dasein"을 "현존재"라 번역하는 관행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와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을 "Dasein"이라 부르는 것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인간존재" 혹은 그냥 "사람"이라 해야한다."Dasein"을 "인간"이라 부르지 않고 "현존재"라 번역하는 순간 하이데거 철학은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세계는 다른 사람과 사물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세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물이 물 컵 안에 혹은 옷이 옷장 안에 있는 것처럼 "안"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 거기서 "안"에 있다는 뜻은 다른 존재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보살피고 배려한다(sorge)는 것이 "안에 있다"는 의미다. 곧 나와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는 존재들이 나의 세계다.
내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세계다. 내가 배려하는 대상이 나의 세계다. 나에게 전혀 인지되거나 지각되지 않는것, 나에게 관심거리가 아닌 것은 나의 세계의 일부가 아니다. 나는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동시에 이러한 소통을 통해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계를 끊임없이 구성해내고 생산해낸다.이 세상은 나의 관심과 소통의 결과인 것이다. "세계내적존재"라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소통하는 존재라는 뜻이다.이러한 소통의 세가지 차원이 곧 세 가지 마음 근력을 이룬다.
내 자신과의 소통능력이 자기조절력이며, 내가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sorge)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능력이 곧 대인관계력이고, 내가 몸 담고 사는 세상 혹은 내가 하는 일과의 소통능력이 곧 자기동기력이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하는일을 미워하고 내 주변 사람을 미워하면 내 삶은 증오로 가득차게되고 나는 불행해진다. 반대로 내 스스로에 자부심을 느끼고 내가 하는 일을 즐거워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존중한다면 나의 삶은 행복해진다. 세상과의 소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진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사람이라는 존재는 관심을 갖고 배려(sorge=care) 하는 존재다. 배려에는 대상에 따라 두가지 종류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를 Fursorge 이라 하고, 주변 사물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Besorgen 이라 한다.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도 있을 수 있다.
하이데거는 자기 자신을 깊이 성찰하여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꿰뚫어 봄" Durchsichtigkeit 이라 하고,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보아 (다시 돌아보고, 즉 리스펙트하는 것) 이해하는 것을 "되돌아봄" Rucksicht 라고 하며, 주변 사물들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을 "둘러봄" (Umsicht) 라고 한다.
즉, 꿰뚫어보는 능력이 바로 자기조절력의 핵심이며, 다시 되돌아보고 존중하는 것이 대인관계력의 핵심이고, 관심을 갖고 폭넓게 둘러보는 것이 자기동기력의 핵심이다.
인생이란 결국 얼마나 많은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빼앗아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내가 남의 것을 많이 차지하느냐에 의해서 행복감이 결정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주는 삶이 더 자유롭다.다른 사람을 위해 내것을 내어주는 삶, 그것이 자유를 준다. 그것이 행복을 준다. 그것이 나와 세상과의 일체감을 준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세상을 통채로 갖게 해준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존재하게 한다. 삶은 얼마큼 얻느냐가 아니라 얼마큼 주느냐의 문제이며, 얼만큼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얼만큼 제대로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하이데거의 개념들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조할 것)
6. 그릿(GRIT)이 몰려온다 - 인공지능 시대와 비인지능력
인공지능 시대와 비인지능력
며칠 전 중앙일보 일면 톱기사는 미국의 대형 로펌에서 인공지능변호사를 채용했다는 뉴스였다. 조지아텍에서의 한 수업에서는 한학기동안 인공지능이 조교로서 수강생들과 계속 이멜 등을 주고 받으면서 수업에 도움을 주었는데, 어느 누구도 질 왓슨이라는 이름의 조교가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미국방부는 트라우마를 겪는 병사가 인공지능 심리상담사에게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으며, 치료 효과와 만족도도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 인공지능은 현실이 되었다.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지만 곧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선적으로 급속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능력 중 "인지능력"과 관계된 부분일 것이다. 논리력, 계산력, 전략적 판단력 등의 역량은 인공지능이 더 잘하게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다음 세대의 학생들에게 여전히 "국어, 영어, 수학"을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 말처럼 "불도저가 밀려오고 있는데 여전히 삽질하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미래 교육의 핵심 목표는 인지능력에서 비인지능력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이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의 개혁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최근 교원 및 교육전문직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는 미래사회 학생들이 갖춰야할 주요 능력으로 공감능력, 도덕성, 소통능력, 문제해결력, 창의성, 시민의식, 협동능력 등이 꼽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기본적 성취역량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자기조절력, 타인을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협업을 할 수 있는 대인관계력, 스스로 내재동기와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동기력 등의 마음근력을 길러주어야만 한다.
비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곧 인성을 길러준다는 말과도 같다. 마음근력이 강화될 수록 더 도덕적인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계속 쏟아져나오는 "GRIT" 책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비인지능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비인지능력과 마음근력을 성취의 원동력으로 강조하는 책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덕분에 2013년에 내가 출간한 그릿(GRIT) 책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세계 최초로 "GRIT"이라는 제목을 단 비인지능력에 관한 책이 되고 말았다.
2015년부터 같은 제목의 책이 계속 출간되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내가 책을 출간할 당시 책 제목을 "비인지능력" 혹은 "마음근력"으로 하려고 고민하다가 왠지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약자로 "GRIT"이라고 정했다. 물론 아마존이나 구글 등을 모두 다 검색해보았으나 당시에는 "GRIT"이라는 제목의 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설이나 영화 제목이 있었을 뿐이었다.
2013년 11월 출간
2013년에 출간한 "GRIT" 책에서 나는 "자기조절력"과 "자기동기력"을 주로 강조했다. 제목 "GRIT"은 "Growth mindset, Resilience, Intrinsic motivation, Tenacity" 네 단어의 앞글자를 각각 딴 것이었다.
(참고로, 2011년에 출간한 "회복탄력성"에서는 "자기조절력"과 "대인관계력"을 강조했다.)
그런데 2015년 1월에 폴 스톨츠라는 작가가 GRIT이라는 제목으로 비인지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을 냈다.
그런데 그의 "GRIT"은 "Growth, Resilience, Instinct, Tenacity"로 내 책의 제목과 매우 유사하다. 과연 우연일까 싶을 정도로 유사하다. 네 단어중 무려 세개나 중복되고 있으니.
제목은 매우 유사하지만, 책 내용은 많이 다르므로 내 책 내용을 참고하거나 한 것 같지는 않다. 스톨츠 책의 표지에는 그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의 작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2015년 1월 출간
2달 뒤인 2015년 3월에 또 다른 작가들이 GRIT이라는 제목을 각각 출간했다. 모두 다 비인지능력의 중요성을 다룬 것이다.
2015년 3월 출간
로리 서드브링크의 "GRIT"은 리더에게 필요한 요소로 "Generosity 아량, Respect 존중, Integrity 성실, and Truth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혀 다른 비인지능력의 요소들로 역시 같은 제목 "GRIT"을 만들어 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아량과 존중은 대인관계력의 요소들이고, 성실과 진정성은 자기조절력과 관련이 깊다. 자기조절력이 높은 사람들은 뛰어난 도덕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드브링크의 그릿은 대인관계력과 자기조절력이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그릿 개념에는 자기동기력이 누락되어 있다.
2015년 3월 출간
2015년 9월에도 또 다른 작가들에 의해서 "그릿을 통해 위대해지기"라는 책이 나왔다. 역시 비인지능력과 마음근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2015년 9월 출간
2016년에 들어서도 "GRIT"이라는 제목의 책은 계속 출간되고 있다. 조 맥키의 "GRIT"은 "Guts, Resilience, Intuition, Tenacity"로 내 책이나 폴 스톨츠의 책 제목과 매우 유사하다. 역시 비인지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성장 Build"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6년 3월 출간
2016년 3월에 출간된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과의 안젤라 덕워쓰 교수의 책 "GRIT"은 약어가 아니라 일반명사로서의 "grit"이다. 이 "grit"은 그의 테드 강연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간혹 "grit"이라는 단어를 "기개"라 번역하기도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기개"라는 말은 "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라는 뜻이므로 이는 "high-sprit"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 "grit"은 차라리 "투지" 혹은 "집념"이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덕워쓰가 말하는 영어 단어 "grit"은 주로 자기조절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약어로서의 GRIT은 비인지능력을 이루는 세가지 마음근력(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을 모두 다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2016년 3월 출간
그릿(GRIT)과 집념(grit)
그릿(GRIT)은 인간 능력의 성장(Growth)이 대인관계력 (Relatedness=사회성), 자기동기력 (Intrinsic motivation=내재동기), 자기조절력 (Tenacity=끈기)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한다.
이 네 단어의 앞글자를 딴 것이 곧 "GRIT"이다.
(2013년 GRIT 책을 낼 당시의 "R"은 "resilience"였으나, 그릿이라는 단어를 통해 마음 근력 세가지를 모두 다 함축하기 위해서 나는 최근 "R"을 "relatedness"로 바꿨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새 책에서는 GRIT의 의미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하려 한다.)
세가지 마음근력을 의미하는 "GRIT"은 영어 일반 명사인 "grit"과는 뜻이 다르다. 영어 단어 "grit"은 명사로는 모래, 자갈이라는 뜻이고, 동사로는 어금니를 꽉 깨물다, 절치부심하다, 와신상담하다는 뜻이다. 즉 어금니에서 뿌드득 모랫 소리가 나도록 이를 꽉 문다는 뜻이고, 끝까지 마음 먹은 일을 해내는 집념이나 끈기를 의미한다.
1960년대 서부 영화 중에 존 웨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True Grit"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2010년에 맷 데이먼 주연으로 리바이벌 되기도 했다. 이 영화 역시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발휘하는 10대 소녀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무협지의 주인공들 역시 모두 이러한 "그릿"의 소유자다. 수십년간 산 속에서 무예를 갈고 닦아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끝내 부모나 사부의 복수를 해내는 집념과 끈기가 바로 영어단어로서의 "grit"이다.
점차 확산되는 마음근력에 관한 관심
미국에서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마음근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통해 마음근력 훈련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마음근력 향상 훈련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영업 부문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일수록 영업 사원들의 마음근력 향상에 관심이 높다. 실제로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마음근력의 척도인 그릿점수가 높을수록 영업실적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학적인 야구를 표방하고 선수들의 인성을 강조하는 NC다이노스는 2014년에 1군,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마음근력강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실전에 나서면 너무 긴장해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근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야구선수 역시 편도체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고 전두엽의 강화시키는 훈련을 하게되면 뛰어난 성취를 보이게 된다. 2015년 NC다이노스는 예상을 뛰넘는 우수한 성적 (정규리그 2위)을 거두었다.
인성과 성취역량
마음근력 훈련은 사람의 성취역량을 높여줄 뿐만아니라 보다 나은 인성도 갖게 한다. 비인지능력에 관한 연구들은 성취력을 향상시켜주는 요인과 보다 나은 인성을 갖게 하는 요인이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인간성이 좋아야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좋은 인성의 요소라 불리우는 존중, 배려, 공감, 책임감, 정직, 성실성 등은 모두 대인관계력이나 자기조절력이라는 마음 근력이 발휘하는 덕목들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은 자기조절력이 높은 것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자기동기력이 높은 것이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는 사람은 대인관계력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취역량인성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이나 창직 혹은 창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능력을 빠르게 대체해갈 미래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7.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확실한 방법 - 긍정적 정서의 힘
세상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풀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적인 능력이 문제해결력 혹은 창의성이다. 문제해결력(problem solving capcity)이나 창의성(creativity), 혹은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는 모두 매우 유사한 개념이다. 창의성은 단지 기발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해내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상상력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들은 항상 자원(resources)과 함께 주어지게 마련이다. 물적, 인적 자원을 재조직하고, 그러한 자원에 새로운 의미와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주어진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곧 문제해결력이고 창의성이다.
촛불문제
심리학자들이나 교육학자들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해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개발했는데 그 중 던커 (Duncker, 1945)가 개발한 촛불 문제가 대표적이다.
(출처: Pink, 2009)
학생들에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성냥 한갑과 압정 한 상자, 그리고 양초 하나를 나눠준 다음, 이 초를 교실 벽에 붙여 불을 밝히되, 촛농이 책상 위나 교실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라는 과제를 준다. 우리는 초를 평평한 바닥 위에 붙여 놓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얼른 풀어 내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래 그림에 나타나 있다. 답을 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압정이 담겨 있는 상자를 받침대로 사용하는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한다.
던커는 이를 기능적 고정성 (functional fixedness)의 극복이라고 불렀다. 즉 압정이 담겨 있는 압정 상자의 주어진 기능은 “압정 담고 있기”다. 압정 상자의 기능적 고정성을 극복해서, 압정을 쏟아 내고, 빈 압정 상자에 “초 받침대”라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출처: Pink, 2009)
밧줄문제
이번에는 또 다른 창의성 측정 방법인 밧줄 문제를 살펴보자. 빈 방에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진 밧줄 두개가 있다. 밧줄은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다. 문제는 이 두 밧줄을 끝을 묶어서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밧줄을 잡고 다른 밧줄로 가까이 가면 줄이 짧아서 닿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봐도 방안에는 나무 의자 하나가 있을 뿐이다.
(출처: 김용학, 2011)
자, 과연 해결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해결 방법은 나무 의자에 있다. 물론 나무 의자에 앉아서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나무 의자를 받침대로 딛고 올라서 봐야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의자에 주어진 기능적 고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의자를 의자로만 보는 것이니까.
해결 방법은 한 밧줄 끝에 의자를 묶어서 마치 추처럼 흔드는 것이다. 밧줄 하나에 의자를 매달아서 흔든다. 그리고는 다른 밧줄을 끌어와서는 의자를 추로 삼아 흔들리는 밧줄이 다가올 때 그것을 잡아서 의자를 풀고 두 밧줄을 묶으면 된다.
역시 여기서도 문제의 핵심은 의자라는 사물의 일반적 기능적 고정성을 넘어서서 그것을 밧줄을 흔들 수 있는 일종의 “무거운 추”로 바라볼 수 있느냐 하는 기능적 고정성 극복의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이 곧 생각의 유연성이다. 유연한 사고는 "틀을 벗어난 사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생각, 뒤집어서 생각하기(역발상), 관계없는 영역을 연결지어 생각하기"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김용학, 2011).
창의성이란 새롭고 황당하기까지한 아이디어를 내는 “상상력”과는 다르다. 창의성이란 곧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이며, 창의성이 높아야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업무 성취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떤 사물의 기능적 고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그 사물의 주어진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다.
물 한 컵이 있다. 이 때, 그 컵의 주어진 기능은 “물을 담는 것”이다. 그러나 물을 따라 버리면 그 컵은 연필꽂이로 사용할 수도 있고 혹은 밑에 구멍을 뚫어서는 자그마한 화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이처럼 기능적 고정성의 극복이란 결국 사물의 주어진 의미를 던져버리고 능동적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러한 적극적이고도 진취적인 삶의 태도가 곧 우리 삶의 있어서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근본이다.창직을 할 수 있으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기능적 고정성의 극복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문제해결력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지난 수십 년간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은 수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했다. 창의성은 어떠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한다고 해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은 긍정적 정서를 유발시키는 것 뿐이다.(자기 관점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과잉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은 기초적인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이를 다양하게 응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조화 하는 것이므로 기초적인 인지능력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투 트랙의 문제이지 원트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해서는 안 된다.) 긍정적 정서의 유발은 문제해결력이나 판단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반면 스트레스나 짜증, 분노, 공포 등의 부정적 정서는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전두엽의 기능을 현저하게 약화시킨다. 이는 스스로의 감정 조절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순간일수록 부정적 정서를 가라 앉히고 긍정적 정서를 스스로 유발하여 자신의 기분 상태를 신나고 즐겁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력을 발휘한다. 정서조절능력이 곧 문제해결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과 주의력과 행동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감정조절은 분노나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면 언제나 긍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불러 일으켜서 신나고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능력도 의미한다.
감정조절력은 부정적 감정을 잘 다스리는 능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필요한 때에 긍정적 감정을 스스로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더욱 더 중요하다.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앨리스 아이센 교수팀은 지난 30 여년간 동안 수 많은 연구를 통해 긍정적 정서가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현저하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정서에 대해 개인이 대부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개인에게 돌리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미시적인 개인적 측면과 함께 구조적인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접근해야 한다.)
긍정적 정서의 힘
아이센 교수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에게는 5분동안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여주었다 (Isen, Daubman & Nowicki, 1987). 학생들은 깔깔대며 웃으면서 즐겁게 영화를 봤다. 다른 그룹에게는 별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하지만 논리적 사고를 자극하는) 수학적 내용에 관한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각각 10분을 주고 던커의 촛불 문제를 풀어 보게 했다. 과연 어느 그룹이 더 잘 풀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깔깔대며 즐겁게 코미디 영화를 본 그룹은 75%가 10분내에 이 문제를 풀었다. 그러나 논리적 사고를 자극하는 수학에 관한 영화를 본 그룹은 단 20%만이 문제를 풀었다. 물론 두 학생 그룹 사이에 지능이나 학력 수준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잠시 웃었다는 사실 (즉 긍정적 정서가 유발되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큰 차이를 가져왔던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아이센 교수 팀은 사탕을 나눠주어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기도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라고 하면서 자그마한 싸구려 캔디 몇 개를 주어도 참가자들은 기분이 좋아졌고 그렇게 약간이나마 좋아진 기분이 가져오는 효과는 확실했다. 사탕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촛불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창의성 테스트 문제도 더 잘 풀었다. 위에서 살펴본 밧줄 문제 역시 사탕을 받아서 기분 좋아진 사람들이 훨씬 더 잘 해결했다.
사실 긍정적 정서가 여러 가지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아이센 교수의 실험 이전부터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로쉬 (Rosch, 1975)의 연상실험에 따르면, 쿠키나 쥬스와 같은 자그마한 선물을 받거나 5분간 코미디 영화를 봐서 긍정적 정서가 유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확장된 연상능력을 보였다.
예컨대 주어진 단어들을 다른 범주의 개념과 연계시키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의 단어가 주어졌을 때 이를 운송수단 (vehicle)이라는 개념과 연관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낙타, 발 등의 단어가 주어졌을 때 이를 운송수단이라는 단어와 같은 범주에 포함시키기는 쉽지 않다. 즉 개념적으로 먼 단어들을 연결시키는 확장된 연상 작용 (remote word association)에는 상당한 정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 하며,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기능적 고정성의 극복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고정관념의 파괴”가 필요하다. 그런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쥬스나 과자를 받거나 코미디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학생들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확장된 연상작용 능력을 보였던 것이다 (Isen et al., 1985).
의사들의 경우
지금까지 살펴본 대부분의 연구들의 실험대상자는 주로 학생들이다. 긍정적 정서가 다양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자, 긍정적 정서의 이러한 효과가 어린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아이센 교수는 비슷한 실험을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기에 이른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전문직종 중에 하나인 대형병원의 내과 의사들을 상대로 긍정적 정서가 의사들의 진단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해 본 것이다.
미국의 대형종합 병원인 헨리 포드 호스피탈에 있는 내과의사 44명을 상대로 한 연구 결과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Estrada, Isen, Young, 1994). 감사의 표시로 자그마한 사탕 한봉지씩을 받은 의사들은 가상 환자 케이스를 진단해내는 과정으로 이루어진 문제해결력 테스트 문제에서 아무 것도 받지 않은 의사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했다.
이들 역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사탕을 받기만 했을뿐 문제를 풀기전에 먹었던 것은 아니다. 자그마한 사탕 한 봉지를 받아서 그저 약간 좋아진 기분이 의사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도 유의미하게 높였던 것이다.뿐만 아니라 더 놀라운 사실은, 사탕을 받은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만족도와 관련해서 인간적인 동기 (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보람있다 등등)를 외재적 동기 (의사는 월급을 많이 받는다 등)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정서는 사람을 보다 “좋은”사람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려는 열린 마음을 지닌다는 것이 다시 한번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아이센 교수팀은 수년 뒤 다시 한번 더 내과의사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Estrada, Isen, Young, 1997). 이번에는 사탕 한 봉지를 받아 유발된 긍정적 정서가 의사의 본연의 업무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의사들을 사탕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눈 후, 간질환의 복잡한 환자의 케이스들을 주고 진단을 내리도록 했다. 이번에도 사탕을 받은 의사들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을 보였다. 물론 사탕을 받은 의사들은 사탕을 먹지는 않았다. 다만 감사의 표지라며 주어진 투명한 작은 비닐봉지에 예쁘게 리본으로 포장된 사탕봉지를 받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더 높은 창의성을 보였고, 더 빨리 관련 정보들을 통합했으며, 초기에 내린 잘못된 진단에 대해 스스로의 입장을 신속히 바꾸는 유연성을 보였다. 그들은 사탕을 받지 않은 통제집단 보다 간질환과 관련된 단서를 더 일찍 발견해냈고 틀에 박힌 생각에서도 더 자유로웠다. 한마디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한 의사들은 통합된 정보를 더 일찍 도출해냈으며 생각의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싸구려 사탕 몇 알에 의해 유발된 자그마한 긍정적 정서의 효과는 놀라웠다. 의사들은 더 폭넓은 사유와 더 많은 정보를 고려하여 보다 더 정확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 정서는 일반적인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자의 구체적인 업무의 수행능력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사탕을 받았던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마저 높게 나타났다. 자그마한 사탕 한 봉지에 의해 촉발된 긍정적 감정의 효과는 이처럼 엄청났다. 이 밖에도 아이센 교수팀은 여러 연구를 통해 긍정적 정서가 협상능력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능력 등을 향상시키고 내재동기도 유발한다는 사실도 밝혀 내었다.
긍정적 정서의 효과에 대한 이론
긍정적 정서는 일시적으로 유발된 아주 자그마한 것이라도 (예컨대 예상치못하게 사탕을 선물 받았다든지, 5분간 코미디 프로를 시청했다든지, 감사한일에 대해 생각했다든지) 인지능력을 뚜렷하게 향상시킨다. 많은 연구들이 이러한 긍정적 정서는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Isen, Shalker, Clark, & Karp, 1978; Nasby & Yando, 1982; Teasdale & Fogarty, 1979),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고(Estrada, Isen, & Young, 1994; Greene & Noice, 1988; Isen, Daubman, & Nowicki, 1987; Isen, Johnson, Mertz, & Robinson, 1985), 집중력과 기억력을 증가시켜 인지능력의 전반적인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밝혀냈다(Aspinwall & Taylor, 1997; Camevale & Isen, 1986; George & Brief, 1996).
긍정적 정서가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처음에는 많은 추측만이 있었을 뿐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 이것이 도파민의 효과라는 이론이 제시되었으며 (Ashby, Isen, & Turken, 1999), 많은 학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 긍정적 정서는 뇌의 도파민 레벨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다. 도파민 레벨이 높아졌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나, 기분이 좋아지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이는 뇌의 다양한 영역을 활성화 시키며 이에 따라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도파민에 대해 신경세포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외향적이고도 쾌활한 성격을 지녔음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Depue & lacono, 1989; Depue, Luciana, Arbisi, Collins, & Leon, 1994).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키는 훈련을 하게되면 도파민 분비에 따른 긍정적 정보처리의 시스템이 보다 활발히 작용하게 되어 마치 선천적으로 쾌활하고도 행복한 성격을 지닌 사람의 뇌에 가까와지게 된다. 긍정적 정서는 자기조절능력 뿐만아니라 대인관계력도 향상시켜준다. 대인관계력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동일시 하는가 하는 공감력과 타인과 나 사이의 간극을 극복해내려는 적극적인 태도에 달려있다. 관계성이란 결국 확장된 자아 (expanded-self)의 문제다.
긍정적 정서는 확장된 자아 개념을 유발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동일시 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게 해준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긍정적 정서가 높아지면 자아확장력이 높아지고 한마디로 더 좋은 사람이 된다. 봉사나 선행을 베풀 가능성도 더 높아지고, 더 친절해지고, 배려하고, 존중하게 되며, 관계 맺기에 적극적이 된다.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주변사람들로부터 신뢰와 호감을 얻게되며, 따라서 높은 수준의 설득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창의성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대인관계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긍정적 정서의 유발 능력은 창직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길러줘야 할 기초체력이다.
긍정적 정서의 다양한 효과
긍정적 정서는 창의성의 증가와 업무수행능력의 향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보다 폭 넓은 사유와 마음을 갖게 해준다는 것도 밝혀졌다. 긍정적 정서의 효과에 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한 아이센 교수팀은 긍정적 정서가 사회 범주화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보았다 (Isen, Niedenthal & Cantor, 1992).
연구자들은 64명의 피험자를 무작위로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 중 한 집단에게만 마찬가지로 예쁘게 포장된 사탕을 나눠 줌으로써 긍정적 정서를 유발시켰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에 제시된 사람들이 긍정적이고 좋은 범주에 속하는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부정적이고 약한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하게 하였다. 컴퓨터 화면에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와 성격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의 사진이 등장하였다. 그 결과, 긍정적 정서가 유발된 피험자들은 가난한 사람, 노인, 청소부 등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해서 좋은 사람들 범주 안에 속한다고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즉 긍정적 정서가 향상되면 다른 사람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부정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약화된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은 심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져온다.
스스로 불행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더 평가절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긍정적인 감정은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당신 주변에 혹시 이상하고, 나쁘고, 사악하고, 부정적인 사람이 유난히 느끼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 자신의 부정적 감정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으니, 스스로를 한번 돌이켜 볼 일이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 정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진취성과 도전성도 키워준다. 예컨대 부정적인 정서가 많은 사람은 늘 하던 일만 하고, 먹던 것만을 먹으려는 반면, 긍정적인 정서가 많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행복한 사람은 그래서 좀 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이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늘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는 이유다.
또 다른 실험 결과를 보자. 긍정적 정서가 유발되면 사람들은 특정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훨씬 높은 수준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Kahn & Isen, 1993). 실험참가자들 일부에게 긍정적 정서를 유발시킨후 널리 알려진 크래커 브랜드와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아마도 맛이 없을 것이라 보여지는)를 여럿 제시하고는 크래커 스낵을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한다면 어떠한 브랜드들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는 비율은 긍정적인 정서가 유발된 사람들에게서 훨씬 더 높았다. 즉 긍정적 정서는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호기심과 적극성을 향상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적인 정서가 일상적 업무에 있어서 새롭고 독특한 것에 대한 선호도를 증진시키며, 또한 창의적이고도 흥미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만 하는 창직 희망자들은 따라서 반드시 긍정적 정서 향상 훈련을 해야 한다.
구글의 경우
긍정적 정서가 이처럼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향상등 개인적 능력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의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들은 경영과 조직의 차원에서도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연구 결과가 현실에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1998년 무명의 두 명의 대학생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회사를 차렸을 당시 이미 검색엔진 시장은 야후(Yahoo), 알타비스타(Altaviata), 익사이트(Excite) 등이 많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이들 젊은이는 새로운 회사를 차릴 의도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새로운 검색엔진기술을 당시의 거대 검색엔진회사인 알타비스타나 익사이트 등에 팔아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 회사도 이들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의 생각은 검색 기술은 대동소이한 것이고 효과적인 마케팅과 홍보만이 치열한 검색엔진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자신의 기술을 아무도 사주지 않자 브린과 페이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 스스로 회사를 차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역경과 위기가 이들에게는 오히려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 때 만약 모든 일이 브린과 페이지가 원하는대로 풀렸다면, 오늘날의 구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들의 역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던 그들의 회복탄력성이야마로 오늘날의 구글의 원동력인 셈이다.
창업자인 브린과 페이지는 구글이 이렇게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낸 것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덕분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그러한 믿음은 전세계 구글사의 사무실 환경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브린과 페이지는 ‘즐겁지 않으면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앨리스 아이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펀(fun) 경영을 실천해 간다. 사무실을 네온사인으로 현란하게 치장한다거나 온갖 기괴한 장난감으로 가득채워 사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긍정적 정서가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증진시켜준다는 앨리스 아이센의 연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된 현장인 셈이다.
전세계 많은 구글 사무실을 보면 마치 놀이터와 장난감 가게를 연상시킨다. 전세계의 구글사의 구내식당은 모두 무료다. 제공되는 음식은 어떤 구내식당보다도 고급스럽다. 마치 호텔 뷔페 같은 진수성찬이 매일같이 기다리고 있다. 포켓볼과 미니축구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완비되어 있고 안마 의자에다 게임기도 있다. 빠른 시간내에 세계 최고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곧 직원들에 창의성이며, 창의성은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감정 (스트레스 등)의 최소화에 의해서 달성된다는 것을 구글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구글의 혁신적인 많은 성과들은 실제로 펀(fun)문화 속에서 탄생했다. 축구하며 놀다가, 식당에서 같이 떠들석하게 식사하다가 튀어나오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그대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실현되는 점이 구글의 강점이다. 이러한 구글의 펀(fun)경영은 창의성을 생명으로하는 IT 기업이나 각종 디자인 관련 회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센 교수팀 이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긍정적 정서가 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키워준다는 연구를 속속 발표하였다. 수백편에 이르는 긍정적 정서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긍정적 정서와 행복감을 갖게되면 그 생각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지고, 빨라지며, 창의적으로 되고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따라서 자신이 지닌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킬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긍정적 정서를 스스로 유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뛰어난 업무수행능력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다. 한 개인의 지능과 성취도와는 별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직장, 사회, 학교 생활에서의 성공 여부는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 스스로 얼만큼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켜 신나게 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에게 “사탕”을 주어서 긍정적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중요한 과제를 맡게 되었을 때, 왠지 스스스로 신바람이 나고 긍정적 감정과 적극적 도전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놀라운 성취를 이룬다. 이러한 감정조절 능력이 바로 마음근력의 핵심이며 창직을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다.
성공적이고도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는 뛰어난 업무수행능력뿐만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도 꼭 필요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인간관계도 좋다.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업무성취능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을 더 잘 하기위해서나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긍정적인 감정이다. 아이센 교수는 긍정적 감정은 판단력과 유연성, 창의성을 관할하는 뇌 부위의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연성은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원만한 인간관계 역시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불행감과 스트레스는 주로 인간관계에서 온다. 상사나 동료 직원들과의 갈등은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일이 힘들다거나 보수가 적어서 그만 두는 경우는 드물다. 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하고 긍정적 감정으로 충만해져야 한다. 창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중요한 일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긍정적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중요한 시험이 다가왔을 때, 커다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할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매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해야할 때--스스로 신바람이 나고, 강한 행복감과 함께 말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 이런 사람이 뛰어난 업무성취능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이 바로 마음 근력이 강한 사람이다. 결국 세상은 그들의 것이다. (세상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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