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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암과 싸우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라이프 김동우
“선생님 음식은 무얼 먹어야 하나요?”
“고기 먹어도 되나요?”
“OOO라는 건강보조 식품이 좋다는데 먹어도 되나요?”
“그럼 홍삼은요? 홍삼은 나라에서 파는 것이니 좋은 것 아닌가요?”
외래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바로 음식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만큼 음식이야말로 암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외래에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환자분들께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만, 대개 시간에 쫓기면서 외래를 보게 되어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안내문을 만들게 되었으니 꼼꼼하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암에 걸린 이후의 식사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한의학의 영향을 받아온 까닭에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그 뿌리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 사람들은 섭생(攝生)을 잘해야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만 몸을 보(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는 아직 50여년전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의 인식이 남아있어, 병은 못 먹어서 생기는 것이고, 병에 걸리면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갖고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굶주리는 사람은 없어졌지만, 잘 먹어야 병이 낫는다는 인식은 여전히 우리 문화 속에 깊이 남아있어, 암환자나 가족들은 암을 진단받고 나면 음식 고민부터 하게 됩니다.
여기에 남들이 좋다 하는 각종 건강보조식품까지 가세하게 되면,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의 음식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건강보조식품과 식사를 구분해서 먼저 식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선생님 음식은 무얼 먹어야 하나요?”
“누가 좋다더라 그런것만 드시지 마시고, 평소 드시던 대로 드세요.“
“평소 먹던 대로요?“
“네, 음식으로 암이 낫는 것이 아니니, 평소 드시던 대로 드시고, 다만 항암치료 중에는 체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고단백 고열량 식품 위주로 즐겁게 드시면 됩니다. 간식도 챙겨드세요.”
암에 걸렸을 때는 과연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암에 걸렸을 때 먹어야 하는 특별한 비방이나 비책은 없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먹을 것이 풍부한 요즘 같은 세상에서 암은 먹는 음식이 부실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암에 이미 걸린 상태에서 암을 줄어들게하는 특별한 식품이나 영양소는 없습니다. 암은 특정 음식물을 먹는다고 해서 크기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물론 암 예방에 좋은 혹은 나쁜 음식은 있습니다. 가령 검게 탄 육고기는 대장암이나 위암의 발생률을 높입니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서 대장암 발생의 위험율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고기가 대장암에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엄밀히 대장암 확률을 높인다는 이야기이고, 암에 걸리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고기가 대장암 발생의 위험율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와전되면 고기가 대장암에 안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집니다. 한 단계 더 와전되면 고기가 모든 암에 안 좋다고 알려집니다. 한 단계 더 와전되면 고기 먹으면 암이 빨리 자란다고 알려집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고기가 암환자에게 안 좋으니 대신 OOO 건강보조식품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 근거 없는 거짓말입니다.
일부 암 예방에 좋은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이 암치료에 좋은 음식으로 둔갑해서 면역력을 증강시켜 주고, 암세포를 죽이는데 탁월하다고 입소문이 나지만, 실제로 근거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등으로 치료가 되는 것이지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암에 걸리고 나서 이후의 식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사로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식사가 중요한 것은 음식 자체로 암세포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치료를 받는데 적절한 체력을 유지하고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 비타민 및 무기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합니다. 균형 있는 영양 섭취는 체내 대사 작용을 활성화하여 신체 회복 기능을 활성화시켜서, 비정상적인 암세포의 빠른 성장을 억제하고, 수술이나 방사선 그리고 항암 화학 요법 등 투병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부작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암 환자를 위한 식단이라 하면 누가 좋다더라 하는 특정성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고른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한 식단입니다. 고기가 안좋다고 해서 채식만 해서는 힘든 암치료를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암에 걸린 이후에는 오히려 고기를 충분히 드실 것을 권합니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물고기, 등 가리지 말고 환자가 좋아하는 고기 위주로 식사를 마련해 주면 좋습니다. 암은 특정 음식을 먹으면 낫는 병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식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필요는 없고, 환자의 평소 식성에 맞게 음식을 섭취해도 됩니다.
암은 환자의 대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영양 섭취는 환자 치료에서 어느 치료법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잘 먹는 사람이 감염에도 강하고, 부작용도 적으며, 보다 회복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메스꺼움, 구토, 식욕 부진, 입안 염증, 입맛 변화 등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으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아프기 전처럼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식사는 아래와 같은 요령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고단백 고열량 식사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성분이 골고루 있는 식사를 준비하세요
소화되기 편하도록 식사는 조금씩 천천히 하세요
식욕을 증진하기 위해 산책이나 걷기 등의 가벼운 활동을 해보세요
입맛이 없는 경우 하루 3끼 식사 외에 중간중간에 간식을 해보세요
고기가 암에 나쁘다는 속설 때문에 채식만 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고기를 많이 드셔야 체력유지가 되어 암치료를 이겨냅니다.
환자분이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 위주로 해서 환자의 입맛에 맞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먹이고 싶어하는 음식보다 환자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위주로 준비하세요
가족과 함께 식사하시고, 대화를 많이 나누며 즐겁게 드세요
2. OOO 라는 건강보조식품을 먹어도 되나요?
의약품은 아니지만 질병 예방과 치료에 기대를 갖고 섭취하는 일련의 식품을 흔히 건강 보조 식품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건강 보조 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분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정립되어 있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저 상업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용어 역시 분명하게 통일되어 있지 않아 건강 보조 식품, 건강식품, 건강 기능성 식품, 기능성 식품, 특수 영양 식품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건강기능성식품은 생체 리듬을 조절하거나 생체 방어, 질병 예방, 질병에서의 회복, 노화 억제 등의 목적이 강하고, 그 효과가 의약품의 효과와 겹치는 면이 많아 의약품과 구분이 확실치 않습니다.
게다가 항상 허위 과장 광고가 문제되는 경우도 많아 매년 식약처에서 특별 단속을 하기도 합니다. 암 치료에 있어 건강 기능성 식품은 각종 건강 기능성 식품, 보약, 한약, 민간요법, 음식물 등이 한데 뭉뚱그려져 환자들 사이에서는 그저 ‘암에 좋은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곤 합니다.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이야기 하는 소위 “암에 좋은 것”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 보조 식품: 정제 어유, 감마리놀렌산, 엽록소, 로열젤리, 알로에, 화분, 매실 추출물, 스쿠알렌, 효소, 키토산, 유산균, 프로폴리스, 조류 등
특수 영양 식품: 조제 유류, 영양 보충용 식품, 식사 대용 식품 등
인삼 제품: 인삼(분말류, 액기스, 캅셀 등), 홍삼(분말류, 액기스, 캅셀 등), 선삼, 산삼 등
민간요법: 개똥쑥, 청국장가루, 차가버섯, 상황버섯, 도라지, 해구신, 자라, 두꺼비 등
한약 종류: 넥시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첩약, 보약, 산삼면역치료 등
우리나라만큼 각종 건강 보조 식품이 많은 나라도 세계적으로 없습니다. 온 국민이 몸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는 강박증이라도 있는 듯 몸에 좋다는 것은 가리지 않고 먹어치웁니다. 아픈 사람은 건강해지기 위해 먹고, 건강한 사람은 더 건강하기 위해 먹습니다.
소중한 분들께는 건강을 선물한다는 개념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남들이 다들 그러고 있으니 나만 안 먹으면 왠지 뒤쳐지는 것 같고, 나만 내 건강에 무심한 사람 같아 보여 불안해 합니다.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우유 하나 살 때에도 유통기한이 언제인지, ml당 가격은 얼마인지, 옆의 가게와 비교해보면 신선도는 어떤지 이렇게 조목조목 꼼꼼하게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들도 건강 보조 식품을 구매 할 때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어떠한 원리로 효능이 있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입증은 되었는지, 먹어 본 사람들은 효과를 보았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좋은 재료를 엄선하여 만들었는지, 중국산은 아닌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업체에서 만든 것인지, 위생상태는 괜찮은지, 유통 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등을 물어보고 판단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렇다 보니 어떤 이유로 구입해서 먹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남들이 좋다고 해서, 비쌀수록 좋다고 해서, 그래도 먹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서, 부모님께 평소에 잘해 드리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큰 맘 먹고” 등의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암환자의 불안감을 악용하는 건강보조식품 상인들의 상술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돈만 낭비하는 것은 상관 없다고 해봅시다. 문제는 그러한 검증되지 않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인해 건강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똥쑥도 잘못 먹으면 간기능이 저하되고, 버섯종류도 잘못 먹으면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항암치료를 못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러한 “건강보조식품” 혹은 “소위 암에 좋다는 것”을 싫어하는데 아래의 이유에서 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과학적 검증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아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서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판매원이 의료 자문 행위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입니다. 일부 불안감이 심한 환자들 가운데는 건강 보조 식품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문에 항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등의 문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다가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대부분 나 몰라라 합니다.
세번째 이유는 허위 과대 광고 때문입니다. 무조건 암에 좋아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허위로 표시하거나 과대광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판매가 안되기 때문인데, 불안함 암환자와 가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암환자와 가족은 그 속임수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네번째 이유는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환자분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입니다.
다섯번째 이유는 안전성과 위생 문제 때문입니다. 일부 건강 보조 식품의 경우 식약처에서 정한 위생과 안전에 관한 기준이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많아 유통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되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누가 좋다고 하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뭐라고 먹어야지 하는 것 보다 아래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합니다. 판단기준은 지극히 간단하고 상식적입니다.
․그 분야의 여러 전문가에 의해 검증되었는가.
․과학적 근거와 개인의 경험 중 어떤 것을 강조하여 광고하는가.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였는가.
․가격의 합리성 :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는 않은가.
․성분과 함량이 분명하게 표기되어 있는가.
․원산지가 표기되어 있는가.
․유통 기한은 제시되어 있는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는가.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표기해 놓았는가.
반대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강 보조 식품 판매원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비밀로 하라.
․비쌀수록 효과가 좋다.
․모든 암에 효과가 있다.
․병원에서 받는 치료를 중단하라.
․카드는 안 되고 현금 결재만 된다.
결국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잘 모를 때는 담당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고 확실합니다. 간혹 건강 보조 식품 판매자 중에는 의사에게 말해 봤자 쓸데없는 것이니 먹지 말라고 한다며 아예 물어보지 말라고 하거나 담당 의사가 물어보면 먹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의사에게는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3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먹이는 것은 먹어도 되고, 3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먹이지 않는 것은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굼벵이엑기스, 녹용엑기스, 자라즙 등이 몸에 좋다는데도 불구하고 3살짜리 어린아이에게는 안 먹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그리고 건강보조식품을 찾게 되는 궁극적인 이유는 대부분 불안감입니다. 너무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초조한 경우에는 담당의사에게 꼭 이야기 하십시오. 우리 병원에는 암환자의 불안, 우울증을 전문으로 상담해주시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계셔서 불안감의 문제를 도와드릴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식이나 건강보조 식품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사랑입니다. 근거 없이 먹는 것에 의존하려고 하기보다는 가족간의 든든한 사랑과 지지, 신뢰 이런 것들이 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암환자에게 더 중요합니다. 가족간에 시간을 많이 보내며 힘든 과정을 함께 이겨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http://bhumsuk.tistory.com/439?category=169259 [진료실에서 못다한 항암치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