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에 뜻하지 않게
딸내미 학교 봉사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다.
한달에 두 번 정도 아이랑 엄마랑 함께 여러 요양원을 돌며
자원봉사하는 모임인데..
선생님의 서류상 착오때문에 그야말로 뜬금없이 가입되었었다.
가입된김에 그냥 하지 뭐..하는 마음으로 몇달째 다니고 있다.
이번 일요일엔 진해에 있는 요양원에 갔었다.
치매노인들이 있는 요양원인데 그나마 할 일이 많아 봉사하는 맛?이 나는 곳이다.
처음도착하면 방방마다 청소부터 시작하는데 족히 1시간이 걸린다.
청소 후엔 할머니 할아버지랑 얘기하거나 식사도우미를 한다.
처음엔 어찌할바를 몰랐는데 해보니 뭐.. 또 하더라..ㅎ
이번에도 청소를 하며 방방마다 돌고있는데..
같이 간 1학년 학생이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어쩔줄을 몰라한다.
무슨일인가?하고 가봤더니..
할머니 한 분이 학생을 붙잡고 울고 있다.
옆에 가서 사연을 들어보니..
학생을 보니 동생이 생각난다며..
남편은 집을 나가서 먹을 것도 없는데 멀리서 손님이 왔는데
내놓을 음식이 없으니 넘 미안해서 우신단다.
괜찮다고..손 사래를 치다가..
아차.. 할머니는 지금 이 시간 얘기를 하는게 아니었다.
어느 시간인지모르지만
할머니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시간에 머물러계시는거였다.
남편은 가족을 돌보지않고 집을 나가버렸고..
자식이랑 동생들은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데..
멀리서 온 손님에게 변변한 밥상하나 내놓지못해서
울고 또 울었던.. 그 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치매야 어쩔수없다지만..저 슬픈 시간을 어이할꼬..
인생의 그 많은 시간들 중에서 하필 가장 슬픈 시간에 갇혀
매일을 되풀이 사는 할머니..
가슴이 서늘해져왔다.
기억이 사라져갈 때 인간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기억은 무엇일까?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감정은 무엇일까?
따뜻한 햇살속에서 많이 거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웃어야겠다는 생각도..
머리를 굴러 이것저것 계획하기보다 그저 하고싶은것을 원없이 해야겠다는생각도..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
조그마한 것에 더 많이 감사해야겠단 생각..
내 아이 내 남편 내 친구.. 내 곁에 남아준 그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래.. 그랬다..
내 머리속에 기억이 하나씩 사라져갈때..
마지막으로 남는 기억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감사했으면 좋겠다.
출처: ★ 우주의 정원 [ The garden of Cosmos ] 원문보기 글쓴이: 짱이
첫댓글 나랑도 역시 나눌 때가더 아름다운거 같네요
첫댓글 나랑도 역시 나눌 때가
더 아름다운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