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어때서
方 旻
명품하면 금방 떠오르는 건 여자의 핸드백이다. 고관 부인의 뇌물 목록에도 올라가고, 혼수의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의 하나로, 결혼 당사자인 신붓감이나, 시댁 예단의 대표적 아이템이기도 하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도, 심심찮게 이와 관련한 얘기를 듣는다.
이 명품 백에 대한 여인들의 소유 욕망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금전 소득과 살림살이의 규모와도 무관하다. 뉴스에서 보면, 경기의 호불호에 따라 그것을 소유하고 지키기 위한 고투가 눈물겹기까지 하다. 어려우면 그걸 맡기거나 내다 팔고, 다시 사거나 빌린다. 명품을 계속 소유하기 어려운 사람은 대여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잠시 필요할 때 빌려 사용하고 반납하는데 그 사업이 짭짤한 사업이란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토록 명품에 대한 집요한 욕망은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이 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명품 제조사들은 한국의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짜고 생산과 마케팅에 신경을 쓴다고 그런다. 심지어 명품 투자라는 신종 재테크까지 화제에 오를 정도이다. 물건이란 사서 쓰다보면 값이 떨어지는데, 이건 가격이 계속 올라도 수요는 줄지 않으니, 일찍 사놓으면 남는 장사란다. 사용하는데도 값이 떨어지지 않고 오르니, 과거 한 때의 아파트와 같다. 너도 나도 아파트를 사면 값이 오른다고 투자를 넘어 투기까지 간 적이 있었다.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백이 이렇다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여인들의 행태에 장마철 물 구경 하듯이 돌만 던질 것인가. 남성적 시각에서 또는 경제적 효율성과 기능적 관점에서 비난만 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이걸 수용하고 인정할 방도는 과연 없는가. 여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살이인데 이런 생각을 방치하기만 해서 해결될 일인가. 나는 물론이고, 명품 차를 갖고 싶어 하는 남자들도 적지 않은 일이니까. 이걸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건전한 태도는 아닐 성싶다.
나는 명품을 소유하고 사랑하는 여인들을 내심 이해해보기로 했다. 아니 그 욕망의 건전성을 인정하기로 마음을 넓게 갖자고 다짐했다. 이건 뭐 여인들에게 호감을 얻으려는 불순한 수작도 아니고, 남성들의 현실적인 시각에 대한 정면 도전도 아니다. 세상의 사태에 관한 양면성을 이해하고 그에 관한 사유의 변전(變轉)으로 해명하고 싶다. 어차피 없앨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면 맘이 불편하여 그걸 해소하려는 심리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정신적 노화의 하나는 아닐지 알기 어렵지만, 심사가 편한 쪽을 선택하려는 세상살이 타협의 산물이 아닌지 눙치는 셈으로 쳐주기 바란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성공하길 바라지 않는가. 행복하게 살고 싶고 남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이른 바 명품인생을 꿈꾸지 않는가. 인생에 대해 한발 다가서 보기 시작하는 사춘기부터 청년기에 절정을 이루는 생각, 자신의 생에 대한 애착과 집중은 자연스레 명품인생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유효 기간이 남자보다 여인이 좀 더 길어 보인다. 남자보다 먼저 꿈꾸기 시작하고 더 오랜 기간 이런 꿈을 꾸면서 살아가는 게 여인이 아니던가. 남자보다 사춘기를 먼저 맞은 여인네가 수명도 더 길지 않던가. 노년에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개가 여인인 걸 보면, 죽을 때까지 꿈꾸면서 사는 것이 여인이라고 하면 지나친 성적 편견인가, 아니면 무지한 감성적 단견인가.
얼마쯤 살아보면 알게 된다. 명품 인생으로 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그리고 그게 아무한테나 찾아오는 게 아니란 걸, 세파에 부딪치며 이리저리 폭풍에 휘둘리면 금세 지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명품 인생의 꿈을 자연스레 접게 된다. 처자식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기본 의무를 빠르게 깨닫게 되는 남자들은 쉬이 명품 인생의 야망을 내려놓는다. 하루하루 살기가 버거운데 언제까지 명품 타령만 하겠는가. 현실과의 재빠른 타협과 인정이 더욱 효율적 인생이란 걸 어렵지 않게 터득한다.
명품 인생에 대한 욕구가 아직 남았는데, 그 꿈의 한 덩이가 명품 가방에 대한 집요한 몰입은 아닐까? 그거라도 들고 있으면 내 인생이 명품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젊은 처자가 애인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중년 부인이 동창회에 나갈 때 특히 소중하게 챙기고 싶은 것이 바로 명품 백 하나 정도 들고 가야하는 게 아니던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그네들, 명품 백으로나마 자신의 삶을 치장하고 싶어 한다고 누가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지겠는가. 그 삶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치열한 욕망에 대해, 명품 백으로라도 자신의 대리 만족을 추구하는 그 열정을 인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첫댓글 그거라도 들고 있으면 기가 덜 죽을거 같아서요
수필가의 명품은 수필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생각은 아주 케케묵고 시시콜콜하여 부끄럽습니다.
그러게요. 말이 많긴 하지만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자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도 들고 있던 돌을 누가 보기 전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시침 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