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이 펼쳐진 무대
짙게 내린 어둠 속에 차일이 드리워지고
붉은 전구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참으로 안됐어 그러게 말이야
아직도 한창인데 살아갈 날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새파란 젊은이가 그렇게 무참하게 가다니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다......오! 신神이여!
달려드는 화물차에 여지없이 치였다지
이 세상에서 산 자者와 죽은 자者를 가르는
회색의 장막 차일 밑으로 두런두런 야기소리
달그락거리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
그 한켠에 허기진 배를 채우는 만삭의 누렇게 뜬 얼굴
시각을 다투는 만삭의 누리깨한 얼굴이
빛바랜 옥양목 저고리 동전위로 달랑 매달려 보인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 한 일들이 많이 남았는데
숨 한번 쉬어 보려고 입술을 오그려 보지만
하이얀 천이 덮여 있어 숨 쉴 수가 없다
초랭이 갓을 쓴 한일자로 입을 다문 사내가
허공 속을 어슬렁거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달이 지고 새벽 별이 떠오를 때
차일이 펼쳐 진 무대 담장 안
두런거리던 산 자者들은 다 떠나고
바닥에 깨진 바가지조차 내동댕이 쳐진 채
을씨년스런 적막 바들바들거린다
건넌방에선 갖은 고초 끝에 태어나는 첫 아기 울음소리
어둠을 찢을 듯 헤치고 헤치며 우렁차게 들려온다
뜰에 어린 달무리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차일이 펼쳐진 무대 위로 붉은 해가 땅을 치고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