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종로
그 야간 학교 형광등 아래 스승의 매질 끝도 없이 이어졌다 대머리 물상님은 대답이 늦을 때마다 ‘45도’, 호령대로 오른 볼 젖혀 주었다 다섯 명 이상 때리면 스승의 손바닥에도 불이 나므로 칠판 지우개로 대체해 날리시던, 1969년 어린 꿈나무들도 기세 등등했으므로
하굣길 송명여고 담요 바지 향해 휘파람 불 만큼 씩씩했다 학생회장에 당선만 되면 철조망 대신 육교를 놓겠습니다 기호 2번 공약에 우우, 소리 지르며 표 모아주다가 ‘3선개헌 반대’스크럼 뒤따라 광화문 출정도 따라다녔던가 건널목 저편 경찰들 뛰어오면 마파람 게눈 감추듯 사라지다가
‘이끌어주시는 분 우리 서언생님.’스승의 노래 그 대목에 또 걸렸다 변성기 탁음 ‘끄으끄’합창 중인데, 지휘봉 내린 스승께서, ‘새끼들 땜에 덥네’푸념하시던 타이밍에 재빨리 ‘제가 입술로 후우 하고 불어드릴까요?’ 그 한마디로 무릎 꿇은 채 발바닥 싸대기 연달아 맞았으나, 들어갈 때는 손가락 V자로 키득댔으니 잘 버틴 거다 괜찮다, 괜찮다 맞으면서 크는 거였지만
지시 없이 필기하면 50대라고 분명히 경고였는데 아차, 수학님한테 또 걸렸다 ‘나왓’ 그 자발 학습 죄명으로 종아리로 구렁이 칭칭 휘돌았다 몸이 아파 이리저리 비틀자 스승 왈 ‘트위스트 추냐?’그 상큼한 멘트에 구경꾼들 배꼽 잡았고 나도 급우들 바라보며 펫펫펫 웃음보 터뜨렸는데
그러니까 오늘 6시 동창회 대기 중이다 무교동 낙지 골목 옆구리로 초로의 삭신들 오그르르 모여 ‘어, 우리들 아직 마실 만하네’여유도 부릴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