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속에 숨어있는 구원의 진리(이호혁)
<내용>
여름에는 맨발, 겨울에는 나막신을 신어야 하는 가난한 소녀 카렌.
어느 날 카렌을 돌봐주는 노부인이 세례식에 갈 카렌을 위해 구두 한 켤레를 사주지만
눈이 어두워 그것이 빨간색인 줄 몰랐다. 이 구두를 받아든 카렌은 행복했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때나 평상시에도 온통 구두 생각뿐이다.
어느 날 카렌이 무도회에 가기 위해 그 신발에 발을 넣자마자 그때부터 카렌에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좋은 신발을 신었을 때 춤추고 싶은 기분 좋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가. 이제껏 그런 신발을 신어보지 못한데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빛깔의 구두를 착용했으니 소녀의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빨간 구두에 발을 넣는 그 순간 신발은 카렌의 일부가 되어 카렌의 의지와는 다르게 카렌을 지배하는 주체가 된다.
밤새워 춤추던 카렌은 무도회장을 빠져나와 거리로, 거리에서 교회, 교회에서 집 앞, 집 앞에서 벌판, 벌판에서 묘지로 이동하면서 낮이고 밤이고 미친 듯 춤을 춘다.
하지만 미친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힘의 횡포였다. 두려움과 고통에 질린 카렌이 벌판에서 만난 망나니에게 다리 절단을 요청하자 나무꾼은 도끼로 카렌의 다리를 잘라내고 목발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잘려나간 다리가 춤을 추면서 숲속으로 사라지더니 카렌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것이었다.결국 카렌의 입에선 절박한 한 마디가 흘러나온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러자 카렌이 앉아있던 방이 열리면서 찬송과 풍금과 찬송가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는 교회가 나타난다. 카렌은 구원을 받은 것이다.
<교훈>
<1> 빨간 구두
카렌이 빨간 구두에 발을 넣을 때부터 빨간 구두는 카렌의 발에 붙어 카렌을 지배하는 일부가 되었다는 것. 이것은 기독교 진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여기서 검은 구두가 아니라 빨간 구두는 신앙과 경건이 아니라 교만과 허영이라는 죄다.
인간이 에덴에서 하나님보다 죄를 택했을 때 죄는 그들을 지배하는 세력이 되었고, 현 인류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동기가 되었다.
이렇게 죄는 인간 안에서 자기중심 의지가 되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온갖 파괴 작용을 일으킨다. 지성과 감정을 분리시키고, 지성과 의지를 분리시킨다.
그것이 선하다는 것을 알면서 미워하고 그것이 악하다는 것을 알면서 거기에 기운다.
사람은 나름대로의 명분과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인생을 경영하지만 하나님 없는 인간의 한 평생은 사실은 죄에 지배된 춤사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하는 평생의 역정이 사실은 자기 욕심 성취를 위한 몸부림이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얼레에 감긴 실에서 끊어진 연처럼 하나님에게서 끊어진 사람은 삶의 뿌리와 목적을 잃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은 파멸을 향하여 나아간다. 사람은 삶이 시작되면서부터 죽음도 시작되고,
가장 혐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죽음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간다.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고, 안식하고 싶지만 안식할 수 없으며, 영원하고 싶지만 부패해간다.
인간의 땅에 전개되는 것은 행복한 장미 화원이 아니라 불행의 가시덤불숲이다.
인간의 자멸적 진행을 멈출 수 있는 것이 있을까?
<2> 망나니의 도끼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몰려 자기가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도달한 카렌은 벌판에서 사람의 목을 자르는 망나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망나니의 도끼, 이것이 카렌이 의지한 수단이었다. 망나니는 도끼로 카렌의 발목을 잘라내고 나무발을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잘려나간 줄 알았던 카렌의 발이 춤을 추면서 카렌이 가려는 곳마다 앞서 찾아와 카렌을 기다린다.
발목 절단은 소용이 없었다. 이것은 정말 두렵고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이 세상은 뭔가 잘못됐고 인간 안에는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뭔가 치명적인 것이 있다.
이 세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인간 안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인식에서 인간은 각종 수단을 강구한다.
그 수단이 망나니의 도끼 곧 종교, 도덕, 철학(심리학)이다. 그런데 인간의 상황이 개선됐던가?
종교는 수많은 의식을 만들어 인간에게 굴레 씌우고, 도덕은 솜지팡이를 인간에게 제시하며,
철학이나 심리학은 문제의 근원을 벗어나 허망한 처방을 내린다.
유사 이래 인류는 자기가 고안한 수많은 장치를 이용하여 수많은 처방을 시행해왔지만
구원의 빛을 얻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망나니의 도끼는 카렌을 구원하지 못했다.
<3> 하나님 도와주세요!
모든 시도를 내려놓고 카렌은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나는 여기서 사도행전15:11의 “의은득구(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받는다)”,
또는 마틴 루터 종교개혁의 모토가 된 저 유명한 선언인 “이신칭의(믿음으로 의롭게 된다)”의 냄새를 맡는다.
안델센이 과연 이런 신학적 진리를 염두에 두고 이 동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지점에서 자연스레 이 진리에로 환기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구원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그러나 위대한 귀결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의 빨간 피를 바르지 않은 사람은 빨간 구두를 벗을 수 없다.
빨간 구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빨간 피의 옷을 입으라.
종교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도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심리학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을 의지하라. 이것이 카렌의 저 구슬픈 목소리 “하나님 도와주세요!”였고, 그리고 그 목소리 뒤에 나타난 구원이었다. 2012. 12. 5 이 호 혁
첫댓글 하느님 ,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 ,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빨간구두를 읽으며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잘라낸 다리. 멈출수 없는 춤.
지금과는 교훈을 주는 방식이
다른 거라지만..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