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이야기를 가진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 이야기가 일치를 만들고 협동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이야기는 그 진가를 드러낸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야기는 집단을 결속시키고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된다. 이야기는 '우리, 공동체'를 확인시켜주고 협동의 이유를 찾아 준다.
25. 도시가 뚜렷한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 시민은 자긍심과 연대감을 갖는다.
45. 생존은 단 하루도 멈출 수 없는 엄숙한 과제다.
52. 임길순은 서울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접어두고 대전에서 살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음을 정리한 그는 거제에서처럼 대전역에서 가까운 성당부터 찾아갔다. 다행히 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대흥동성당이 있었다. 당시 대흥동성당은 대전 지역 고아들의 아버지라 불렸던 오기선 신부가 주임신부를 맡고 있었다.
54. 그러나 임길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내건 간판 성심당은 엄밀히 말해 손님을 불러들이기 위한 광고판이 아니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ㅇ의 신앙고백이었다. 그래서 임길순은 첫날 장사를 마치ㅣ자마자 역 주변의 배고픈 이들을 찾아가 남은 빵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레게는 장사보다 장사가 끝난 뒤에 빵을 나누는 시간이 훨씬 중요했다.
워낙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이라 장사는 비교적 잘 됐다. 남은 빵을 매일 이웃들과 나누니 성심당 찐빵은 언제나 당일 만든 신선한 것이었다. 소문도 나고 단골도 차츰 늘었다. 그러나 임길순의 관심은 온통 빵 나누기에 쏠려 있었다. 돈이 조금이라도 모일 것 같으면 더 많은 밀가루를 사서 더 많은 빵으로 어려운 이들과 더 많이 나누고 싶어했다.
단순히 장사하고 남은 빵만 나누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에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 정도를 이웃과 나눴는데, 그 숫자를 맞추려고 종종 무리해서 밀가루를 구입했다. 재료를 가려고 모아둔 돈을 급한 사정이 생긴 어려운 이웃의 손에 쥐어 주는 일도 잦았다. 그에게 찐빵 장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장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64. 사실 '남은 음식'이라는 표현은 임길순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먹는 장사를 시작한 이유ㅠ는 엄밀하게 말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먹기 위해서였다. 장사하다 남아서 나눈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꾸준히 나누기 위해 '부득이하게' 장사를 한 것이다. 장사를 위한 나눔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장사였다. 그래서 어려운 이웃이 급히 돈이 필요할 때 선뜻 재료비를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63. 며느리 미진은 시아버지 임길순을 "본질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분"으로 묘사한다.
85. 하지만 튀김소보로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영진과 공장장이 처음 고안했던 아이디어는 기름에 튀겨낸 뒤 식혀서 초콜릿시럽을 입히는 것까지였다. 계획대로였다면 지금 성심당의 새로운 인기 빵 중 하나인 '카카오순정'과 모양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미처 식히기도 전에 다 팔려 나가는 통에 이제껏 단 한 번도 튀김소보로는 완성된 적이 없다. 여전히 미완의 튀김소보로가 성심당의 전설이 되고 있을 뿐.
100. 빵집 카운터 자리를 면한 덕분에 미진은 좀 더 성심당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제3자의 시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열어주는 열쇠 같은 역할을 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미술전공자 눈에 성심당은 시도해 볼 만한 일이 너무 많은 신세계였다. 신혼여행 때 보았던 일본의 도시 구석구석이 큰 도움이 됐다.
104. "서비스 업종은 손님과 늘 마주하고 소통해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손님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어떻게 하면 손님이 기뻐할까, 늘 애틋한 마음이 있었죠.
119. 세상 일이 늘 좋을 수는 없다. 나는 변하지 않겠다 다짐해도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은 의지와 관계없이 ㅏ뀌는 게 또 세상 일이다. 변화는 늘 적응과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긴다. 그 과제에 소홀했을 때 세상은 냉정하기 짝이 없지만, 반대로 성실하게 그 과제를 치러내면 또 다른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도 그렇다. 흥미로운 이야기치고 클라이맥스 앞에 갈등과 장애물을 두지 않은 것이 있던 가.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장애물을 헤쳐 나간 뒤에야 비로소 주인공다운 주인공이 된다.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극복했을 때 이야기는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사람들ㄹ이 이야기를 갈등 구조에 몰입하는 이유는 현실 자체가 갈등의 연속이며 한 사람, 한 조직, 한 공동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 또한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 여정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도 달라진다.
121. 성심당이 남들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의 기술과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여 우리 식으로 재창조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69. 사람의 행동은 좀처럼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만큼 행동한다. 뒤집어 말하면 생각의 틀이 행동의 범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생각의 틀이 다르면 각자 다른 행동을 할 가능서이 높다. 따라서 하나의 조직이나 단체라면 구성원이 같은 생각의 틀, 즉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180. 세금이야말로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공적인 나눔이라고 믿었다. 그 세금이 사회기반을 만들고 복지에 사용되니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181. 수익을 많이 남겨 후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사업 과정에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199. 문화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 기업 문화 역시 오랜 시간을 거쳐 축적된 산물로, 구성원들의 마음과 태도에 공통된 철학과 가치관이 내면화되었을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한다. 포콜라레 정신을 사업 현장에 실현시키려는 부부의 열정과 노력은 10년의 시간을 거치며 향기롭게 숙성되었다. 성심당 구성원들은 이 문화를 중심으로 한가족으로 결속했고, 그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성심당 울타리를 넘어 이웃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는 삶을 같이 나눌 가족 공동체로, 대전 시민에게는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빵집으로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것이다.
219. 매장을 만드는 작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1년 전 백화점에서 고생한 경험이 보약이 됐다.
228. "대전을 벗어나 서울에 자리 잡은 성심당을 과연 성심당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물론 돈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겠지만 돈을 많이 버는 대신 우리의 본질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대전 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성심당을 소개하고, 빠을 선물하며 대전에 성심당이라는 역사를 지닌 로컬 기업이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 그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264. 성심당과 이곳 포장마차들 사이가 각별한 이유기 또 하나 있다. 성심당 본점 1층 골목길을 보면 수도꼭지 하나가 바깥으로 나와 있다. 포장마차들이 맘 펴히 물을 쓰도록 ㅇ일부러 설치한 것이다. 성심당은 오랫동안 무상으로 물을 공급해왔는데 언제부턴가 포장마차 주인들이 자발적으로 형편껏 수도세를 내기 시작했고, 성심당 골목길 포장마차들은 이렇게 30년 넘게 공생하고 있다.
270. 성심당에는 '노동'이 있다.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 따위는 성심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답시고 부동산이나 금붙이를 사들이지도 않는다. 대신 사장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성심당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직하게 일한다. 그리고 그 노동을 소중하게 여긴다.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할 때는 말단 직원에게 미루는 대신 간부들이 먼저 나서서 떠안는다. 성심당의 소통은 바로 이런 '정직한 노동' 위에서 이뤄진다. 성심당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일치는 레빈이 풀베기를 통해 비로소 농부들과 소통하는 장면과 사뭇 닮았다.
291.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성심당의 스토리보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홍 선생님의 눈빛과 표정에 매료됐다. 아무 이해 관계도 없는 동네 빵집 이야기를 하면서 어쩌면 그렇게 뿌듯해 할 수 있을까?
301. 그래서 우리는 꼭 대전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빵집이 되고자 했다. 우리로 인해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그리고 시민들이 같이 성장하고 함께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자, 그간 우리가 대전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쇠락한 원도심을 지켜내며 다시 동네가 살아나고, 모두가 함께 이뤄온 열매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과 함께 우리를 믿어준 대전에 대한 자부심도 더 커졌다.
시민들과의 유대관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은 기업, 성심당. 모두가 행복한 경제의 모범을 보이는 이 기업은 다른 기업과 달리 맴출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숫자에 매몰되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작가님께서 앞으로 계속 이런 좋은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성심당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
대전 성심당에서 공수해 온 맛있는 빵을 맛보며 저자와의 만남을 했습니다. 그 어느 날보다 맛있는 강의, 맛있는 독서모임이 되었습니다. 이 날 꽃 한송이처럼 예쁜 송이 샘이 교실을 선뜻 내어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좋은 사람들 곁엔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또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나도 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누면서 두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첫째는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나는 꽤 겁이 많은 편이라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태도, 머뭇거릴 때가 많은데요, 나 스스로를 믿고 용기를 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런 예쁜 사람이 언젠가는 되겠죠?
둘째는 무슨 일이든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기업들처럼 확장해 나갔다면 '대전에 와야 맛볼 수 있는 성심당의 가치'를 지켜나가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성심당이 사람들을 돕고 나누는 본래의 목적과 돈이라는 수단의 가치가 뒤바뀌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나도 내 삶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져야겠습니다.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 거기에 아이들과 따뜻한 사회가 있어야겠지요? ^^
첫댓글 맛있는 빵과 독서모임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저는 이 모임을 참석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쁜 우리 준희선생님^^
지금 그대로 충분히, 온전히, 너무나 아름답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준희샘^^
겸손하기까지 하다니요.^^
오늘도 사진과 글 감사히 읽습니다. ^^
ㅋㅋㅋ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성심당 빵과 함께한 저자와의 만남, 독서모임 ! 모두 최고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