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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of Sanchez,
퓨전재즈의 거장 Chuck Mangione
'재즈(Jazz)'라는 음악은 아직도 일반 대중에게 있어 다소 난해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담배연기 자욱한 미국식 스텐드바. 서민용 맥주. 그리고 구석진 무대에서 트럼펫을 부는 흑인과 피아노 주자. 그저 성의 없이 즉흥적으로 읊조리는 듯한 재즈의 분위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악적 정서와는 조금 다른 칼라를 지니고 있다.
미국 현대음악의 아버지 '조지 거슈인'이나 '루이 암스트롱'같은 이들은 재즈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로도 유명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술집에서 한 잔의 맥주와 함께 흥겨운 재즈가락에 맞추어 상반신을 흔들며 앉아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며 사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노래에 비해 연주가 몇 배나 긴 특징을 가진 재즈는 듣기에 따라서 분명 난해한 음악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은근한 흥겨움 속에 스며있는 연민의 슬픈 그늘이야말로 또한 재즈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일 수도 있겠다.
검은 모자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채 트럼본을 안고 천진하게 웃고 있는 모습의 '척 맨지온(Chuk Mangione․76)'은 영원한 소년의 모습 그 자체다. 그는 현존하는 퓨전 재즈(재즈에 팝적인 요소를 혼합한 형태의 장르)의 거장인 동시에 퓨전 재즈계에서 이미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거물급 아티스트이다.
척 맨지온은 대표곡인 [Feel So Good/기분 좋아요]라는 연주곡으로 이미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로, 그의 음악은 결코 가벼운 사랑에 울고 웃는 러브 테마가 아닌, 생존이라는 그늘에 가려진 연민(Sympathy)의 가슴을 파고드는 휴먼 테마인 이유로 그가 음악을 통해 던지는 휴머니즘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긴 여운의 그림자를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찰스 후랭크 맨지온' 이라는 본명을 가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아티스트들만 모인다는 뉴욕에서 고도로 숙련된 재즈를 접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재즈를 좋아했던 그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여러 재즈클럽을 다니며 재즈와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수 있었고, 어린 맨지온에게 유난히도 자상했던 그의 아버지는 당시 친구이자 재즈 트럼펫의 명 연주가인 '디지 길레스피'를 아들의 생일파티에 초대했을 때 길레스피는 소년 맨지온에게 황금빛 트럼펫을 선물했다.
언젠가 척 맨지온은 그때처럼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을 때가 없었으며 그것은 자신이 음악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든 분기점이 되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척 맨지온이 뉴욕의 이스트맨 음악학교에서 플루겔 혼을 전공하며 학교를 다니는 동안 5인조 그룹으로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으며, 1965년 우디 허먼밴드, 메이너드 퍼거슨 빅 밴드, 65~67년 아트 블래키 재즈 메신저스에서 활동하였고, 1968년부터는 색서폰 주자 게리 니우드(Gerry Niewood)를 영입하여 척 맨지온 쿼텟을 결성, 데뷔앨범 [Friends and Love...A Chuck Mangione Concert]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80년 미국의 영화 제작사 '홀 베트렛 필름'은 심도 깊은 사회성을 주제로 한 '오스카 루이스'의 소설 [Children Of Sanchez/산체스의 아이들/앤소니 퀸 주연]을 영화로 제작하면서 [Feel So Good]앨범의 발표 이후 전미 순회공연에 지쳐있는 척 맨지온에게 불과 3개월의 시간을 제시하면서 이 영화음악을 맡아줄 것을 의뢰했다.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빈민가 아이들의 휴먼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영상미에 부합되는 감동의 깊이를 더해야만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주인공인 '꼰수엘로'의 러브 테마, 산체스 아이들의 자장가, 순례여행 등 파트별로 나누어지는 이 어려운 작업에 하나씩 착수했다.
얼마 후 [산체스의 아이들]이 개봉되자 할리우드와 뉴욕의 비평가들은 척 맨지온이 만든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 대해 "차라리 재즈의 교향곡이라 부르고싶은 심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찬사를 보낸 사실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의 한 토막이다.
몇 개의 파트를 거치면서 깨끗하고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에 솜사탕처럼 감미롭게 느껴지는 플루겔 호온(트럼본의 일종), 때로는 한국의 전통 민속 농악처럼 흥이 돋는 비트의 드럼과 또 엄마의 자장가와도 같이 포근한 선율을 넘나들며 서곡만 해도 14분이 넘는 이 곡을, FM의 한 프로듀서가 대체 어디에서 잘라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는 말은 그만큼 [Children Of Sanchez] 전곡이 아무렇게나 잘라버릴 수는 없는 매력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1917~1993)는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로, 알토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와 함께
모던 재즈의 원형이 되는 비밥 스타일을 정착시킨 공로자로 재즈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라틴 재즈를 발전시킨 아티스트로도 유명하다.
영화 [Children Of Sanchez]의 주제음악은 그 해의 그래미상을 수상하고 영화는 연이어 골든 글러브와 오스카상에도 강력한 후보로 추천되는 등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빌보드지와 캐쉬박스, 레코드월드, 롤링스톤즈지 등은 앞을 다투어 사운드 트랙을 만든 ‘척 맨지온’을 최우수 연주인으로 선정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미 척 맨지온은 70년에 머큐리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동년 5월 이스트먼 극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던 ‘Friends & Love, 즉 ’사랑과 벗’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실황 콘서트를 그대로 녹음한 실황앨범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 이래, 92년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The Chuk Mangion Quartet/척 맨지온과 쿼텟], 73년 해밀튼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Land Of Make Believe/믿음을 만드는 땅]을 발표해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고, 75년 그가 음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부모님에게 바치는 앨범 [Bellavia/벨라비아]는 그에게는 최초로 그래미 최우수 연주 작곡상을 안겨 주었다.
77년 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Feels So Good/기분 좋아요]는 발매하자 곧 골드싱글에 올랐고 척 맨지온의 음악세계가 화려하게 만개된 [Children Of Sanchez/산체스의 아이들]은 퓨전 재즈의 교과서이자 영원한 명작으로 남아있다. 이후에 [Give it All You Got] 앨범을 발표한 뒤 공백기간을 거쳐 1999년에 [The Feeling's Back], 2000년에 [Everything for Love]앨범을 발표하며 다시 음악계에 복귀하게 된다.
1981년 이탈리아의 타란텔라에서는 ‘척 맨지온& 쿼텟’의 이탈리아 지진난민돕기 콘서트가 열렸는데, 이미 암표가 바닥나고 수십만의 관중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운 이 콘서트에는 지난 시절 소년 맨지온의 생일날 황금빛 트럼펫을 선물함으로써 그에게 결정적인 진로를 제시해 준 아버지의 친구이자 재즈 트럼펫의 명인 ‘디지 길레스피’가 참여해 더욱 뜻깊은 콘서트가 되기도 했다.
83년 여름, 척 맨지온은 연주생활 20주년을 결산하는 통산 스무 번째 앨범 [Journey To Rainbow/무지개로의 여행]을 발표해 세대를 초월하여 저마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는 아름다운 플루겔 혼의 소리를 팬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척 맨지온은 퓨전 재즈 분야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로, 뉴욕의 할렘가나 뒷골목에서 재즈 연주를 즐기는 청년들은 그들의 목표가 ‘척 맨지온처럼 되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재즈어들의 우상적인 존재로 추앙 받고 있다. 두 딸을 둔 그는 뉴욕에서 아내 주디와 함께 여전히 행복한 음악생활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다섯 차례 방문해 내한공연을 가졌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척 맨지온은 흔히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천진함과 재능, 창작에 대한 열의와 인류애를 고루 갖춘 인물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그의 음악적 재능을 보살피고 지원해 준 부모에게 감사하는 의미를 지닌 [Bellavia], 80년대 동계올림픽 지정곡으로 유명한 [Give It All You Got]과 함께, 80년대 이탈리아 지진난민을 위한 자선 콘서트에서 수십만 명의 관객이 숨을 죽이고 있는 콘서트 무대 위에서 디지 길레스피와 함께 플루겔 호온을 연주하던 그의 모습은 차라리 휴머니스트의 숭고함 마저 떠올리게 하는 더없이 감동적인 장면으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재즈를 너무 좋아해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재즈클럽을 즐겨 찾던 아버지, 아직 어린 자신의 생일에 친구인 길레스피를 초대해 금빛 트럼펫으로 자신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었던 자상한 아버지와 길레스피가 없었더라면 자신은 이 자리에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이 거인의 가슴 뭉클한 고백을 들으면서 이 땅의 아버지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생각해 본다.
칭찬보다는 책망을, 자상함보다는 무관심을, 가정보다는 술과 친구가 더 중요했던 많은 아버지들에게 척 맨지온의 휴먼 스토리는 새삼 많은 것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퓨전 재즈의 거장인 그는 그저 되어진 인물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 잘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기만/팝컬럼니스트)
Children Of Sanchez
Without dreams of hope and pride a man will die
Though his flesh still moves his heart sleeps in the grave
Without land man never dreams cause he's not free
All men need a place to live with dignity.
희망과 자부심의 꿈이 없다면 사람은 죽으리라
육체는 움직이지만 정신은 무덤에서 잠을 잘 것이다
대지가 없다면 사람은 결코 꿈을 꾸지 못한다. 자유롭지 않으므로.
모든 사람은 존엄성을 갖고 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Take the crumbs from starving soldiers, They won't die
Lord said not by bread alone does man survive
Take the food from hungry children, they won't cry
Food alone won't ease the hunger in their eyes.
굶주린 군인에게서 빵조각을 뺏어라, 죽지 않을 것이다
신이 말했다 빵에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 살것이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음식을 뺏어라, 울지 않을 것이다
음식으로만 애들 눈 속의 배고픔을 달랠 수 없다
Every child belongs to mankind's family
Children are the fruit of all humanity
Let them feel the love of all the human race
Touch them with the warmth, the strength of that emb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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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멕시코의 한 가난한 가족인 산체스家.
산체스 가족은 식당 지배인을 하고 있는 아버지 헤수스 산체스와 마누엘, 마르타, 로베르토, 콘수엘로 등 여러 자식들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아버지 헤수스 산체스는 이들 모두를 사랑하면서도 전통적인 구습에 젖어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 보이진 않는다. 산체스는 자식들이 모두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엄한 가풍을 유지한다. 형제들은 아버지의 이런 심증을 헤아릴 수 없었고, 아버지와 자식들의 사이는 눈에 띄게 벌어져 간다.
또한 가난은 그들의 그런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그마한 일에도 민감해져 가는 가족들, 그리고 아버지 헤수스 산체스는 자식들과의 갈등으로 괴로워 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아버지의 심정을 차차 이해하게 되고 한차례 폭풍같은 갈등을 겪은 산체스의 가족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Feels So Good - Chuck Mangione [FULL VERSION]
Give It All You Got - Chuck Mangione
첫댓글 자욱한 담배 연기, 퇴폐적인 분위기, 트럼펫, 흑인, 그리고 몸이 절로 반응하는 리듬.. 이 좋아보여서, 젊은 날
저도 한 때 재즈 음악을 한번 만들어 보려고 했었는데,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더군요. 노래도 많이 들어보고 책
도 보고하며 꽤 노력을 했었는데.. 그래서 그때 제 결론은,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만들어서, 시카고나 그 근
방의 재즈bar 같은 곳에 가서 한 몇년 숙식을하며, 재즈 음악하는 사람들과 뒹굴며 몸으로 익혀야지만 가능한
음악이라 생각하고 포기한 적이 있답니다^^. 우연님 덕분에 멋진 퓨전 재즈곡을 들으며 옛 기억도 떠올려보고
또 루이 암스트롱 노래도 다시 한번 찾아 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한국인이 재즈를 작곡한다는 사실이 낯선 이유는 재즈문화권이 아니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겠죠.
다뉴브님 말씀처럼 미국의 재즈바에서 뒹굴어서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예 재즈의 본고장 뉴 올리언즈나 뉴욕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게 지름길일듯 싶군요.ㅎ
척의 아버지는 재즈광이었고, 그는 학교에서도 플루겔 혼을 전공하면서 그룹활동을 했으니
저렇 게 안 된 게 오히려 이상하지 싶네요.
다뉴브님은 크로스 오버 전문이시니 한 우물을 파길 잘하셨습니다.ㅎ
늘 관심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날씨 건강 장 챙기셔서 즐거운 생활 되시길 빕니다.^^
무더위에 짜증나는 하루, 척 맨지온의 프르겔혼의 연주를 듣고 더위를 물리쳐봅니다
천부적 재능을 키워주신 아버지께 평생 감사하며 사는 그는 한국공연도 다녀갔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군요
덕분에 재즈자료도 보며 공부가 됐음을 감사드립니다
요즘 무더위가 대단하지요? 아무렴 작년만 하겠습니까. 생각하기도 끔찍하군요.
저희 집은 에어콘이 장식품입니다. 설치하고 틀어본 적이 없었는데 죽을 것 같아서 작년에 처음으로..ㅎ
이 곡의 길이는 14분 10초 정도가 되는 대곡인데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 오디오로 크게 듣는 그 시간은
한 순간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답니다. 맛이 좀 간 상태죠?ㅎ
척과 쿼텟의 내한공연에는 한 번 갔는데 역시 연주 세션들이 대단하더라구요.
음악자료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