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즈에는 집이 하나 있었어. 해 뜨는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집은 불우아동들이 우글거렸고, 나도 그들 중 하나였지. 재단사였던 엄마는 내 청바지를 새로 만들어 주었고, 노름밖에 몰랐던 아버지의 유일한 만족은 술에 떡이 되었을 때 뿐. 엄마, 제발 자식들에게는 죄 많은 당신들처럼 비참하게 살지 말라고 말해줘. 지금 내 한쪽 발은 기차에, 다른 발은 플랫폼을 딛고 서서 발목이 쇠공사슬에 묶일 절망뿐인 해 뜨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신이여, 알고 있다오. 나도 그 비참한 아이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영국에서 결성된 비틀즈가 높은 세금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미국으로 진출한 직후 I wanna hold your hand로 빌보드 1위에 오르며 성공행진을 이어가자 비틀즈의 인기를 영국에서 재현하고자 ‘The House of the Rising Sun’으로 도전장을 던진 그룹이 영국의 ‘The Animals’다. 애니멀즈는 이 팀의 리드보컬인 에릭 버든(Eric Berdon.75)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고, 에릭 버든 역시 애니멀즈를 빼고 논할 수 없다.
초기 애니멀즈 시절 에릭 버든의 얼굴은 매우 반항적이고도 우수가 깃든 귀공자의 마스크를 지니고 있었는데, 고개를 숙이고 눈을 치켜 뜬 그의 반항적 표정에 드리운 슬픈 그림자는 예술에 버금가는 걸작이었다.
하지만 올해 75세 노인인 짧은 백발의 에릭 버든이 변변한 활동무대도 없이, 이따금 중견가수들의 무대에 게스트로 출연해 한결 삭아버린 목소리로 젊은 시절 히트곡이나 몇 곡 부르다 내려가는 곤궁한 모습을 올드팬들에게 확인해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젊은 시절 한 때 그의 후레쉬한 마스크만큼이나 산뜻한 전기기타의 아르페지오 전주로 시작되는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의 멜로디 속에서 외롭고 가난했던 청춘시절에 깃든 낭만과 추억을 손상시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까 말이다.
1963년에 영국 뉴캐슬에서 결성된 블루스 록 밴드 애니멀스는 팀 리더이자 보컬인 에릭 버든과 앨런 프라이스, 힐튼 발렌틴, 존 스틸, 체스 챈들러 등 5인 밴드로 출발했는데, 특히 베이스 연주자 체스 챈들러는 훗날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라는 걸출한 록의 전설을 발굴하게 된다.
불후의 연주자 지미 핸드릭스는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는 록과 블루스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영국에서 첫 번째 성공을 거둔 후, 1967년 미국의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 1970년 Isle of Wight Festival에서 역사적인 음악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으나 불과 28살의 나이로 런던의 스마르칸트 호텔 지하에서 1970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그는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처럼 왼손기타 연주자였다.
대학시절 뉴캐슬에 있던 보컬밴드 ‘앨런 프라이스 콤보’에서 활동하다 기타리스트 힐튼 발렌틴을 만난 에릭 버든은 콤보를 재정비해 The Animals라는 그룹명으로 영국 음악계에 등장했다. 그해 말 유명 프로듀서 미키 모스트는 이들을 런던으로 진출시켰고, 런던 입성 다음 해인 64년의 첫 싱글작품이 지금까지도 영원한 고전으로 사랑받는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다.
이 곡은 그 당시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던 전기기타와 함께 정열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거의 집단 중독성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는데, 1964년에 발표해 영국의 싱글 차트와 미국의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던 이 곡은 원래 미국의 구전 민요를 손질해 만든 곡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이 노래의 그림자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1980년대 초반 디스코 가수 리로이 고메즈가 흥겨운 댄스곡으로 편곡해 3인조 스튜디오 밴드 산타 에스메럴다(Santa Esmeralda)의 이름으로 발표해 돌풍을 일으킨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나 When I was young, Good times, San Francisscan night, 그리고 고향을 떠난 가난한 나그네의 고독을 노래한 걸작 Hotel hell도 에릭 버든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애니멀즈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 체스 챈들러(왼쪽). 그는 20살도 안 된 나이의 지미 핸드릭스를 알아보고 그를 메이저 무대로 이끌어 수퍼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었다.
이 시기에 ‘영국의 비틀즈’로 불리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5종의 앨범을 발표했던 애니멀즈는 1966년 계약문제가 갈등으로 확대되고 에릭 버든의 솔로활동 선언으로 인해 해체되고 말았다. 하지만 솔로활동이 여의치 않은 에릭 버든은 드럼 주자인 베리 젠킨스를 데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나머지는 다른 멤버들로 채운 ‘Eric Berdon & Animals’를 결성해 미국시장을 겨냥한 활동을 시작했다.
Eric Berdon & Animals는 1967년 3월에 ‘Eric is Here’라는 음반을 시작으로, 그해 9월 애니멀스의 최고작인 두 번째 음반 ‘Winds of Change’를 발표하게 된다. 여기에 실린 San Francisscan night이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의미와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담은 분위기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진출했다.
미국에서 브리티쉬 록의 지평을 넓혀가던 에릭 버든은 새로운 음악에의 지향을 이유로 다시 애니멀즈를 떠나 1970년 다수의 흑인멤버들과 함께 퓨전재즈 소울그룹 ‘Eric Berdon & The War’를 결성해 ‘Spill the Wine’을 싱글차트에 진입시키며 발군의 음악성과 다채로운 연주기법을 선보였다.
Lee Oskar
The War의 멤버들 중에는 덴마크 출신의 하모니카 연주자 Lee Oskar도 있었다. 그는 에릭 버든과 함께 만든 The War를 에릭 버든이 버리고 나간 이후에도 꾸준히 그룹을 지키며 간간이 솔로앨범을 발표했는데, 리 오스카의 대표적 히트곡이 바로 Before the Rain, San Fransisco Bay, 조관우의 늪 원곡인 Forbidden Water 등이다. 그는 세계적 명품 하모니카 브랜드인 Lee Oskar 컴퍼니를 가지고 있다.
어쨌든 아프리카 소울이나 펑크를 떠올리는 War 시기의 음악으로 인해 브리티쉬 팝을 저버리고 흑인들을 모아놓고 뭐하자는 거냐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잦은 멤버교체와 해체, 재결성 등 부침이 심했던 애니멀즈가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면 미국 음악사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가졌겠지만, 브리티시 록으로 미국을 침공한 그의 음악적 재능이 다른 그룹에 비해 크게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은 애니멀즈의 앨범 Winds of Change에 실려 있는 Hotel Hell을 소개한다. 작품성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명작으로, 집을 떠난 나그네가 외지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홀로 견뎌야 하는 고독감을 침울하게 표현한 에릭 버든의 걸작이다.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회귀본능이 강해지는 법이다. 마치 자기가 태어난 강물로 다시 돌아와 고단했던 일생을 마치는 연어들처럼 고향은 그곳을 떠난 이들에게 있어 돌아가고 싶은 정신적 안식처이기에...
최기만/팝컬럼니스트
"반짝이는 네온사인은 벽에 자국을 남기고,
침묵하는 TV는 새벽까지 그대로겠지.
침대는 싸늘하고, 전화마저 먹통이군.
난 고향에서 너무 멀리 떠나온 거야.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누군가 위험에 처했나봐.
그래, 나뿐만이 아닌 거야.
담배는 타들어가고, 주위엔 아무도 없어.
꼬리를 무는 기억들 속에서 새벽을 맞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맞아야 하지만
난 만족스럽지 않아.
아침 식사가 차려지고 아침 뉴스가 들려오지만
난 고향에서 너무 멀리 떠나 왔어.
그래 너무 멀리 떠나 왔어."
(Hotel Hell 中)
에릭 버든 근황. 귀공자형 반항아 이미지가 특징이었던 그도 이젠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박정희 유신시대 때 국민 사기를 떨어뜨리는 퇴폐음악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송 금지됐었죠. 정작 국민을 괴롭힌 건 자기인데 해괴한 핑계를 만들어 남들에게 덮어 씌웠으니 말입니다.ㅎ 지미 핸드릭스를 말씀하셔서 본문에 그의 사진과 자료를 추가했네요. 감사합니다. 천재는 요절한다던데 저는 아직도 살아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공구리 아다마인듯 합니다만..ㅋㅋ 늘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무렵(?)에 알게 되어, 아주 좋아했었던 곡이었습니다. 우연님이 올려주신 이 곡을 듣고있으려니, 옛 느낌들과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또, 번안된 노래 가사를 보니, 그 당시 궁금해서 물어물어 알았던, "재단사", "노름꾼"이란 단어 들도 아주 반갑네요. 얼마전 최근 클리프 리차드 사진도 봤는데, 이분들을보면 세월이 참 빠르 고 무상한 것 같습니다. 늘 좋은 posting 감사드립니다. 더위 잘 이겨내시고 또 수고 바랄게요^^.
우리가 어렸을 때 맞춤 양복점이 참 많았습니다. 옷감 천을 '라사'라고 했는데 서울라사, 해운대라사, 간판이 다들 그랬는데 저도 가서 양복 맞추고 가봉도 하고..ㅎ 양복점 유리에는 맞춤재단을 뜻하는 Custom Tailor라고 쓰여 있었네요. 해뜨는 집을 우리나라로 보면 희망원.. 모자원.. 뭐 대충 그런 빈곤한 분위기 아니었을까요?ㅎ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면 여지없이 젊었을 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도 클리프 리처드나 에릭 버든은 늘 그대로일 것 같은데 그게 아니죠?^^.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잠시나마 행복하셨는지요. 아이스크림 하나 택배로 부쳐주시면 계속 수고하겠습니다.ㅎ
그래도 익숙한 기타 멜로디 들으니 금방 아시겠죠? 아니면 유배지에서 소를 키우셔야 합니다.ㅎ 그때는 방송에서 들을 수 없으니 담배연기 자욱한 지하 음악다방에서 DJ에게 신청해 듣곤 했습니다. 근데 어느날 저희 동네 음악다방에 이쁘장한 여자 DJ가 새로 오니까 별안간 高秋들이 글루 다 몰려가는 거에요. 그러니 맞은편 대학촌 다방 주인마담이 열받아서.. 암튼 한동안 여자 DJ 붐이 일어났었죠.ㅎ 어머. 시방 내가 먼 수다를..@@; 황시인님도 무더위 잘 보내시고 인생 최고의 가을을 맞으시길 빕니다. 늘 감사드려요.^^
첫댓글 애니멀즈의 해뜨는 집은 한때 금지곡이었죠
이 그룹에서 발탁되어 세계적인 기타의 새 장르를 연 지미헨드릭스를 생각합니다 왼손으로
연주를 한 그는 아깝게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천재는 요절한다더니 ㅎ 덕분에
두루 두루 자료를 살펴보게 되어 감사해요
박정희 유신시대 때 국민 사기를 떨어뜨리는 퇴폐음악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송 금지됐었죠.
정작 국민을 괴롭힌 건 자기인데 해괴한 핑계를 만들어 남들에게 덮어 씌웠으니 말입니다.ㅎ
지미 핸드릭스를 말씀하셔서 본문에 그의 사진과 자료를 추가했네요. 감사합니다.
천재는 요절한다던데 저는 아직도 살아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공구리 아다마인듯 합니다만..ㅋㅋ
늘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무렵(?)에 알게 되어, 아주 좋아했었던 곡이었습니다.
우연님이 올려주신 이 곡을 듣고있으려니, 옛 느낌들과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또, 번안된 노래 가사를 보니, 그 당시 궁금해서 물어물어 알았던, "재단사", "노름꾼"이란 단어
들도 아주 반갑네요. 얼마전 최근 클리프 리차드 사진도 봤는데, 이분들을보면 세월이 참 빠르
고 무상한 것 같습니다. 늘 좋은 posting 감사드립니다. 더위 잘 이겨내시고 또 수고 바랄게요^^.
우리가 어렸을 때 맞춤 양복점이 참 많았습니다. 옷감 천을 '라사'라고 했는데
서울라사, 해운대라사, 간판이 다들 그랬는데 저도 가서 양복 맞추고 가봉도 하고..ㅎ
양복점 유리에는 맞춤재단을 뜻하는 Custom Tailor라고 쓰여 있었네요.
해뜨는 집을 우리나라로 보면 희망원.. 모자원.. 뭐 대충 그런 빈곤한 분위기 아니었을까요?ㅎ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면 여지없이 젊었을 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도 클리프 리처드나 에릭 버든은 늘 그대로일 것 같은데 그게 아니죠?^^.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잠시나마 행복하셨는지요.
아이스크림 하나 택배로 부쳐주시면 계속 수고하겠습니다.ㅎ
해 뜨는 집 이라는 제목도 생경하지만 아주 예전에 들어보았던 곡의 가사가 이런거 였구나하며 새삼 깊이있게 들어 본답니다 우연님의 애쓰심에 편승해 산지기의 무식도 살짝 가려져 간답니다 감사드리며
좋은 날 이어가셔요
그래도 익숙한 기타 멜로디 들으니 금방 아시겠죠? 아니면 유배지에서 소를 키우셔야 합니다.ㅎ
그때는 방송에서 들을 수 없으니 담배연기 자욱한 지하 음악다방에서 DJ에게 신청해 듣곤 했습니다.
근데 어느날 저희 동네 음악다방에 이쁘장한 여자 DJ가 새로 오니까
별안간 高秋들이 글루 다 몰려가는 거에요. 그러니 맞은편 대학촌 다방 주인마담이 열받아서..
암튼 한동안 여자 DJ 붐이 일어났었죠.ㅎ 어머. 시방 내가 먼 수다를..@@;
황시인님도 무더위 잘 보내시고 인생 최고의 가을을 맞으시길 빕니다. 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