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대충 지나가는 모양이라고 웃음을 띄었더니 웬걸 밤부터 비가 솓아지기 시작했고, 아이가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서는 그냥 퍼붇는듯 했다. 맞아 그냥 지나갈리가 없지. 제습기 2대가 돌아가고 있고, 선풍기도 2대가 돌아가는 중이다. 그러면 습도가 좀 나아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할수있는 일을 해보는 중이다. 우리집 실내온도는 29도다. 29도면 나도 덥다. 습도 때문인지 끈적이는 느낌도 있다. 또다른 반지하들은 어떨까. 이런 날씨가 되면 불공평이 치솟는다. 보통 날씨에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이런 날씨엔 그만 본성이 나타나고 마는 것이다. 이런날씨에 밖에서 일하는 사람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아니, 일할수 있으니 감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각자 나름의 사정과 처지가 있게 마련이다. 아들도 오늘 천리길을 가고있다.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닐게다. 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가는 것임을 나도 알고있다. 적어도 5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어떻게 좋고 나쁨이 있겠는가. 가장으로 산다는 것이 녹녹한 것은 아닐게다. 가족 그성원으로 서로가 협력해서 오손도손 살아간다면 그나마 덜 외로울탠데,,, 그런 행운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도 아닌것 같긴 하다. 이땅에서의 노고가 어찌 가벼울수 있겠는가. 내가 그나마 이런 노년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은혜다. 숨을 쉬고 사는 것마저 힘들어 했던게 얼마전인데,,,참 대책이 없긴 했다. 희망 한올만 있었어도 덜 지쳤을까. 포기와 채념 뿐이었던 내 인생이, 그럼에도 다시 불씨를 이르킨것은 은혜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아무것도 누려본게 없어도, 쌓아놓고 자랑할게 하나도 없음에도 그래, 자족할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것 아닌가.
이 빗속에 누군가는 이사를 하나보다. 겨우 9가구가 살고있을 뿐인데도 서로 모르고 산다. 내가 원주민 맞다. 이 건물이 처음 지어졌을때 이사를 왔으니까. 새 건물이어서 반지하라는 단점은 눈에 띄이지도 않앗고, 속으로는 형편이 나아지면 이 정도의 손실은 감당하리라는 결심도 있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습도가 높은 날은 마치 발바닥에 물기가 묻어나기라도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고 불쾌하고 그렇다.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정이 들기도 했다. 바로 웃집에서는 상추를 나누어 주어서 받아 먹기도 했다맨 웃층 아저씨는 든든한 방어막도 되어주고 있다. 그 아저씨 차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우리집 창문을 막는 차가 없으리란 법이 없어서다. 지반이 약하니까 무너질수도 있다며 주차를 막아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좋다. 아니면 내가 나서서 싸우거나 설명을 해야할 상황인데, 그게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일지는 상상이 안된다. 이 빗속에 들어오는 누군가를 축복해야 하겠고, 떠나는 사람의 행운도 빌어야겠다. 우린 약하니까 서로서로 협력해서 살아야 하니까.
오늘은 옷을 몇번이나 갈아입어야 할까. 선풍기 바람에 노출된 팔이 오솔거려서 소매가 긴 옷을 입었더니 이번에는 또 덥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