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이자 오페라 코치로 일하고 있는 김지희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 가장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체 어디서 저렇게 끝도 없이 사랑할 힘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자기 분야를 좋아한다.
진짜 신명나게 좋아하는 길을 춤추듯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진심을 다해 뭔가를 좋아하는 사람의 에너지는 주변에도 저절로 퍼지기 마련이니까.
김지희가 그런 즐거운 기분을 쿠키 포장하듯 예쁘게 소분해 매주 이메일로 보내 주던 뉴스레터가 '어쿠스틱 위클리',
그 어쿠스틱 위클리가 멋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G는 파랑>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한 파란 조약돌 그림? 사진?도 예쁘고 제목에 어긋남 없이 입혀진 파란 박도 예쁘다.
이름 위에 있는 오선지 같은 마크는 G장조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나도 옛날에 플루트 불 때는 악보 볼 줄 알았는데 ㅜㅜ 다 까먹었다)
책을 쭈루룩 읽어 봤는데 하나하나 좋다.
이메일로 올 때와는 다르게 음악을 따로 찾아봐야 되지만, 여러 검색 결과 중에 어떤 버전을 골라 들어야 하나 생각하는 재미도 있다.
자동으로 재생할 영상이 없으니 글에 조금 더 집중하며 읽었다가 궁금해지는 음악을 검색해 재생하고, 음악과 함께 다시 읽고.
어떤 곡은 글만 두고 읽으며 상상했던 것과 이미지가 다른 느낌이라 오? 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나와 조금 다른 생각인 것 같아 흥미롭기도 하고.
(예를 들면 '멜랑콜리'를 이야기하며 '식기 직전의 커피, 뜨거움을 거쳐 모든 게 가라앉을 때의 허무한 온도 같다'고 했는데, 나는 딱 그 온도의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커피를 식기 직전까지 놔두었다가 한두 모금에 꿀꺽꿀꺽 마시는 걸 좋아한다. 대신 나의 멜랑콜리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인 듯)
북토크에서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바흐의 'C장조 서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악보 그대로의 음악과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의 차이, '호흡과 숨'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다.
클래식 음악은 왜 제목이 있는 곡과 없는 곡(번호만 붙어 있는 곡)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대략 17-18C를 기준으로 작곡가들이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함)
사실 클래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제목이 없어서..... 같다. ㅜㅜ
분명 들으면 아는 곡인데 제목을 모르기 때문에 ㅠㅠ
제목이 있는 곡은 그래도 알기가 쉬운데 무슨 소나타 몇 번 무슨 장조 Op. 몇... 어디 협주곡 몇 번. 이렇게만 있어서 어렵다.
베토벤처럼 후세 사람들이 제목을 붙여 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을 온전히 다 보려면 소개한 음악을 전부 들어 봐야 할 텐데, 아직은 몇 편밖에 그러지 못했다.
간식 상자에 아껴 둔 주전부리처럼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듣고/읽고 할 생각을 하니 좋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함께할 수 있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