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서 승리를 향한 집념과 힘겨운 여정을 우리는 흔히 인생행로와 견주곤 한다.
프로스포츠의 뜨거운 경쟁 열기는 더욱 그렇다. 선수도 지도자도 이겨야 살아남는다.
이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개 도시 일곱 전 게임 관중은 초만원 이었으며
감독 코치진의 치열한 승부욕에 따른 투수, 타자를 총 동원하며 백병전을 치렀다.
기아는 연 26명의 투수를, sk는무려 3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내보냈다.
온 국민을 프로야구에 몰입하게 한 기아, sk 두 팀 모두에 박수를 보낸다.
잠실 7차전 운명의 승패가 갈린 후 김성근 조범현 두 사제 감독의 악수는 큰 감동이었다.
4승 3패 기아타이거즈의 우승헹가레로 끝을 맺은 득 실 점수를 합산해 보았더니
우연의 일치인지 양 팀 모두 똑같이 27점을 득점, 실점했다.
게임당 약 4점씩 사이좋게 주고 받았으며 승부는 투수력에서 갈렸다.
7차전을 거치며 김성근 감독이 주전투수 고갈로 인한 유난히 잦은 투수교체가 이를 증명한다.
여기서 해설자도 간파하지 못한 재밌는 현상 하나.
일곱 경기 모두 원정팀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원정팀이 선공, 홈팀이 후공을 하는 바
광주 무등경기장은 SK 선공 ,
인천 문학구장은 기아 선공,
그리고 잠실 구장은 선공 후공을 번갈아 한다.
그런데 경기 내내 선공팀 패배 후공팀 승리였다.
6차전까지의 승패가 그런 형국으로 3승3패가 되었으며,
마지막 7차전이 시작되고 점수차가 중반에 5대1로 벌어지고 말았다.
마침 들른 광주역 대합실 티비앞에 모인 사람들이
"안타깝지만 호랑이도 이제는 별 수 없구먼~!"
"V10 물건너 갔다" 나지막한 자조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몰려든 군중 틈에서 나는 빙긋이 웃고 있었다.
6차전까지 운명의 신은 선공팀에 승리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굳게 믿기 때문이다.
희망사항을 넘어 후공팀인 기아가 무조건 승리한다는 확신.
아니나 다를까 우여곡절 5대5 동점을 만들고, 후공팀 기아의 왕눈이 타자가 9회말
역전의 홈럼을 날리자 선수도 관중도 눈물을 보였다.
두 손을 번쩍 들며 베이스를 돌았고, 홈베이스를 밟자 모든 선수들이 얼싸안았다.
왕눈이의 9회 말 솔로홈런 한 방은 12년을 기다려온
기아타이거즈의 V10 달성의 짜릿한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모르긴 해도 기아 팬 대다수는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리라.
인생도 실컷 울고 싶을때가 있다.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을때가 있다.
어려운 과정 뒤에 쏟는 눈물의 단맛은, 흘려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스포츠도 인생도 이렇게 진한 눈물속에 역전의 짜릿한 맛이 우러나다 보다.
여러분 인생의 스코어는 몇 대 몇이며 지금 몇 회 말 공격을 하고 있나요?
인생은 현재와 미래 진행형이다.
스포츠도 인생도 이따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싶다.
첫댓글 야구에 빠져보진 못했지만 선생님의 글로 이번 프로야구시즌의 분위기가 짐작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