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산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한쪽을 뽑아놓고 돌아서면 흙은 보이지 않고 풀만 보인다.
힘듦과 지루함을 벗어나려고 풀을 뽑으면서 나눈 이야기다.
내가 풀을 뽑아보니까 풀에도 쌍놈이 있고 양반이 있더라.
우리 풀은 반상의 서열이 없어요.
그냥 잘 뽑히면 양반, 잘 뽑히지 않으면 쌍놈. 내 잣대로 한 말이야.
쇠비름은 세력이 강하지만 잘 뽑혀.
세력이 바랭이나 한삼덩굴 보다는 약한 편이죠. 뽑아놔도 잘 안 죽어요.
맞아, 뽑은 지 보름이 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걸 보면 생명력이 엄청 강해.
선인장처럼 줄기와 잎이 두꺼워서 그래요. 습기가 조금만 있어도 뿌리내리고 살아요.
그래도 다른 풀과 다르게 여러모로 쓸모가 있어. 식용으로도 사용하고 약으로도 사용할 수가 있어 괜찮아. 근데 씨가 많아 번식력은 대단해.
쇠비름만 그런 게 아니고 풀은 다 그래요.
쇠뜨기도 쌍놈 중에 왕 쌍놈이다. 뿌리를 뽑으면 딸려 나오다가 끊겨.
맞아요. 뽑으면 할아버지 까지는 딸려 나오다가 손자는 뿌려가 끊겨요. 끊긴 손자가 싹을 틔운다는 거는 알고 있죠.
알고 있지. 할아버지가 딸려 나오면 당연히 손자도 딸려 나와 야지.
요즘 아이들 개성이 얼마나 강한데요. 특히 mz세대들은 더 심하죠.
너희들이 mz세대가 어딨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한삼덩굴도 보통이 아니다. 걔도 번식력이 엄청 강해. 하나가 온 밭을 다 덮어 버려.
어르신 잣대로 보면 못된 쌍놈 풀이죠.
걔들도 뽑아놔도 잘 안 죽어. 뽑을 때 장갑을 끼지 않으면 피부가 긁혀 엉망이 돼. 그리고 가을에 꽃가루가 날려. 나는 알레르기 채질이라 애 옆에만 가면 콧물에 재치기가 나와서 꼭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한다. 처음 농사지을 때 난 같이 생긴 풀이 무더기로 다보록하게 자라는 걸 보고 화분에 옮겨 심었잖아. 알고 보니 환삼덩굴이야.
풀도 사람같이 어릴 때는 다 보기가 좋아요.
제비꽃도 만만찮아.
씨로 번식하고 여러해살이잖아요.
내가 야생초 매력에 빠져 재배를 했어. 보라색 제비꽃과 도깨비 방망이 같은 씨방에 매료되어 시를 쓴 적이 있어. 한번 들어 볼래?
제비꽃
연초록 잎 파리
가냘픈 몸매에 작달막한 키
다소곳이 고개 숙인 보라색 꽃
사랑스러워라 제비꽃
육모방망이 씨방 속에 하얀 쌀밥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번식력 강한 들꽃
사람도 이런 번식력이 있다면
흐뭇한 눈길로 키운 야생화
세세연년 꽃 피워라
내 너를 옆에 두고 사랑 변치 않으리라.
이런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제비꽃도 잡초구나.
밭에 있는 제비꽃 뽑을까 말까
꽃이나 보고 뽑을까
이렇게 석삼년 세월이 흘러
곳곳에서 제집인양 텃세를 부린다
너도 내가 예뻐할 때는 꽃이지만
미운털이 박히면 한낮 잡초에 지나지 않는구나
모진 마음먹고 호미에 날 새웠다
누구누구 탓하지 마라.
삶의 한 방편이다.
뽑기 힘든데 제초제를 뿌릴까?
아서요, 제초제를 뿌려도 뿌리나 씨앗은 죽이질 못해요. 괜히 땅만 오염 시켜요.
그렇지? 풀도 자라고 농작물도 자라게 호미와 손으로 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