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토도리가 참나무가 되기까지, 강북구육아협동조합프로젝트
마포에는 유명한 ‘성미산 마을‘이 있다. 마을공동체로 매우 유명하며, 나도 그 사례를 여러 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마을이 공동체를 이룬 곳이 또 있었다. 여기 북한산 아랫마을 인수동이다.
‘아름다운 마을’은 생명평화를 일구는 농도상생 마을공동체이다. 또한, 강원도 홍천 아미산자락 효제곡마을과 서울 북한산자락 인수마을을 오가며 농촌과 도시에서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월간 마을 신문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마을 제 41호 발췌]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하차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몇 코스를 지났을까? 약속한 곳에 하차하고 나는 그곳에서 날씨만큼이나 밝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마중 나와 주신 명진씨를 만날 수 있었다.
공부하는 부모로 시작했지만 함께 자라는 부모가 되기로 하다
강북육아협동조합프로젝트는 인수동에서 ‘도토리공동육아어린이집(이하 ’도토리집‘)’을 품앗이로 운영하고 있다. 최초 발단은 부모의 공부모임이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대략 1년간 예방접종을 하는데 만 100여만 원을 소비한다. ‘이런 예방접종이 꼭 필요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고 문제점을 알아가고자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명진씨는 “아이들의 먹거리는 꼼꼼하게 따지면서 예방접종에 포함된 수은등은 아무런 생각없이 접종을 하고, 이런 것들이 아이에게 너무 폭력적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던 중 지역주민의 소개로 같은 연령의 부모를 소개 받았고, 2012년 2월부터 4명의 아이들과 부모가 품앗이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3년에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선정이 되고 3명의 친구들을 포함 총 7명의 3세 천사와 부모가 함께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다.
시작 동기는 품앗이로 함께 아이들을 키워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공동체로 함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공동육아를 결정했지만, 시작단계이므로 터전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소연 대표는 혼자만의 아이가 아니라 함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고민한 끝에 자신의 집을 공동육아도토리어린이집 최초 터전으로 기꺼이 오픈하였다. 힘든 결정을 내려준 소연씨가 있었기에 함께 자라는 부모가 되는데 한걸음을 떼게 되었다.
내 아이는 마을의 아이로, 나는 아이들의 교사로
규정된 어린이집이 아닌 공동육아를 선택하기까지 결단도 어려웠을꺼란 생각이 드는데,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을 했다. 주변에 물론 삼각산 재미난어린이집이나 발도로푸 어린이집 등 유명한 어린이집이 있다. ‘우리는 어쩜 비전문가이지만 아이에게 집중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려고 하는 마음을 주변에서는 더 좋게 생각해 주었고, 도토리집이란 이름을 지은 이유도 도토리가 참나무가 되기까지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공동육아 도토리집의 운영은 2명의 전임교사와 1명의 아마(아빠 엄마의 줄임말)로 운영된다. 모두 조합원으로 구성 되어있고, 부모들은 부모교사가 된다. 또한, 교사 역시 조합원 중 채용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 중 산책교사로 자원봉사 해주시는 분도 계시다. 부모교사로 살면서 가장 큰 행복은 내 아이뿐 아니라 함께 하는 아이들까지 커가는 것을 늘 지켜본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여성은 출산과 육아와 함께 경력의 단절을 많이 두려워하고, 늘 염두에 둔다. 그러나 도토리집의 부모교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의 시간들은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큰 계기가 되기도 해요.” 주부로 있다 교사로 함께 하면서 좀 더 전문화 되어가는 과정도 무척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한 “실제로 음악 전공자가 아님에도 음악수업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아마도 있어요.” 라는 말에는 정말 아이뿐 아니라 부모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와 닿았다.
도토리집 꼬마들에게는 온 마을이 어린이집
인수동은 북한산 아래에 있으며 고도제한으로 주택이 낮고 담장이 없는 집이 많다. 도토리집 꼬마들은 매일 마을 산책을 하면서 어르신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고, 마을 멍멍이와 고양이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뿐만 아니라 계절에 맞게 밤도 줍고 단풍이 물들어 가는 것을 탐색하면서 계절의 특성도 자연스럽게 익히며 자연 속에 늘 노출되며 자라고 있다. 산책길에는 교사와 아마 외에도 지역주민인 이모 삼촌들이 늘 함께 한다. 이렇게 매일 매일의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사진은 일주일에 한번씩 ‘도토리 공동육아 어린이집’ 카페 ‘날적이’를 통해 자연과 늘 접신하며 자라는 아이들이 기록되어 있다.
인터뷰 중 다른 약속으로 카페에 오신 산책 자원봉사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명진씨를 처음 만났을 때 만큼이나 밝은 웃음을 보이며 아이들 이야기를 해주셨다.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동네 주민이자 마을의 한 사람으로 마을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 실감났다.
도토리집의 부모교사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을 명진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들은 인지주의 교육이나 한 곳에 치우치는 교육이 아니라 각각의 가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역동이 어그러짐 없이 자연스럽게 잘 펼쳐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어린이 집에서는 많은 아이들을 한 선생님께서 보면서 아이들의 변화들을 세심하게 볼 수 없을텐데.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가며 예의부터 소소한 숟가락질 하는 습관까지 세심하게 보고 삶속에서 가장 배워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함께 가르치는 거죠. 무엇보다도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나 함께 키우고 있어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 곳 인수동 ‘아름다운 마을’에 어울리는 속담이란 생각을 해본다.
공동육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묘미
도토리집에 재원 중인 7명의 아이들은 모두 3세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내년에 7명의 친구들이 4세가 되면 새로이 3세가 되는 친구 2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지금 도토리집의 부모들은 아이들과 만나는 영양을 키우는 시기로 보고 있다. 전문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고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의 만남도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재의 과제이다.
아이의 수많은 변화들 가운데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고 함께 넘어갈 수 있는 것이 공동육아의 가장 큰 힘이고,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고 즐겁다.
공동육아를 선택하고 자신에게 달라진 점을 물었다. “혼자 아이를 돌보았다면 너무 답답하고 어려움들이 있었을 테죠. 아이의 성장에 따른 격동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당황했을 것이 틀림없어요. 그러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키우고 만나면서 그런 변화들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게 되면서 좀 더 순간순간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아이들도 자신감 있게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매일 매일 의미 있는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매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명진씨는 늘 아이들과 함께여서 그런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앞으로 공동육아를 시작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야기가 잘 통하고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나의 주제로 공부를 먼저 시작해 보기를 권했다. 이렇게 만난 아마들이라야 부모도 함께 참여하면 서 가려는 의지가 강하고, 그래야 매순간 어려움이 없다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인수동에는 마을찻집 ‘마주이야기‘가 있고, 마을밥상 ‘밥상지기‘가 있다. 언제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늘 열려있고, 도토리집 꼬마들에 게는 대문 없는 집에서 늘 반겨주는 이모, 삼촌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도토리집 아이들은 자연과 사랑 속에서 자라고 있다. 요즘 교육의 트랜드는 ‘숲’이다.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숲 유치원’과 연계하여 주 1회 정도의 숲 체험을 진행한다. ‘숲’이 왜 중요하게 되었을까?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넘쳐나는 사교육과 부담되는 선행학습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 많은 지식을 주입할수록 아이들은 시들어 가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껏 에너지 발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숲’은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숲’에서는 1등과 꼴찌가 없다. 사진으로 열 번 보아야 알 수 있는 곤충을 숲에서는 한번만 만나도 자연스럽게 습득된다. 아이들에게는 지식이 아니라 자연에서 만난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마을 공원에 운동기구는 때론 그네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빠방이 되기도 한다. 마을 골목이 바로 놀이터가 되고 매일 산에 가면 신기한 놀잇감이 넘쳐난다. 이렇게 자라고 있는 도토리집 아이들은 상상만해도 건강하고 아름답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이것은 바로 ’공동육아 도토리어린이집‘ 아이들과 부모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