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 마실랑가? - 금주 일지 17일(2022.9.30.)
오늘은 광주푸른꿈창작학교의 <바퀴달린학교>(이동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다.
우리학교(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인문계고등학교의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대안학교이다. 그래서 교육과정 속에 여러 가지 대안 교과를 운영하고 있고 그중의 하나가 <바퀴달린학교>(이동수업)이다.
애초에 1학년은 무등산 둘레길 51.8km, 2학년은 영산강 자전거길 전 구간, 3학년은 지리산 종주를 설계하였지만 코로나 등 주변 상황 때문에 축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금년에는 9월 30일(금)에 무등산은 3팀(무등산 2팀. 영산강 1팀)으로 나누어무등산은 무돌길 제1길~제3길, 제4길~제5길 등 2팀으로 진행하고, 영산강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 서창-지석대교~승촌보~~서창~학교로 운영하였다.
<바퀴달린학교>(이동수업)은 무엇보다도 사람(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자연(하늘, 땅, 식물과 동물 등)을 만나고, 그 속에서 ‘나’를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시간이다. 어떤 학습으로도 체험하거나 느끼거나 이룰 수 없고, 시험으로도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생의 내면과 외면의 양식을 먹는 시간으로 마련하였다.
평소 같으면 막걸리를 2병쯤 준비하여 선생님들과 한 잔씩 마실 준비를 하였을 터이다. 산행을 하면서 마시는 한 잔 막걸리 맛이란 먹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산행 중 흘린 땀에 대한 보상 같은 흐뭇한 달달함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그러나 어쩌랴. 이미 금주의 길에 들어섰는데!
그리고 아이들 눈도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금주 중이라서 눈 찔끈 감고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이 비장함을 애주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으리라)
또 선생님들껜 행사 후에 격려하는 자리를 가지리라 생각하고서.
다행스럽게 무돌길 4, 5길 팀에 소속하여 걷는 내내 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마지막 5구간 끄트머리 경상마을 정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작년에 이동수업 답사 중 이곳에서 선생님들과 막걸리 나눠 마시던 기억이 살아났을 뿐, 달달함이 나를 매혹하진 않았다.
오후 늦게 장흥 장모님을 찾아뵈었다.
금주한 이후 3번째 저녁 식사 자리이다.
그런데 장모님은 술에 관하여 한 말씀도 안 하신다.
잊어버리셨을까?
아니면 술 생각 나서 금주 결심을 깰까 봐 일부러 그러시는 걸까?
그래도
‘오늘도 안 마실랑가?’
하고 물어봐 주기나 하시지.
첫댓글 애주가 아닌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비장함~ ㅋㅋ 금주일기가 날로 재밌습니다. 금주 후 일상이 오히려 즐거워 보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