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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와 변호사까지 자백 회유…결국 무죄 |
1심서 징역형 받은 검찰직원, 항소심서 무죄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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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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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피고인의 거짓 진술을 토대로 그와 부적절한 돈 거래를 한 검찰공무원에게 수사검사뿐만 아니라 부장검사마저 자백하면 선처해 주겠다고 회유하고, 변호사까지도 회유하는 바람에 허위 자백을 했으나, 선처는 커녕 구속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검찰공무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초유의 사건이 드러났다. 울산지검 검찰공무원이던 박OO(50)씨는 2003년 10월 A씨로부터 울산 △△호텔 지하 마사지업소의 업주가 윤락행위 등으로 구속된 사건이 선처될 수 있도록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담당 부장검사에게 청탁해 선처가 될 수 있도록 처리해 주겠다며 1,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인 울산지법은 지난해 9월 검사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박씨는 “범행을 자백한 것은 모든 증거가 확보됐고, 범죄사실을 전부 인정하면 선처될 것이라는 수사검사와 변호사의 말만을 믿고 허위로 자백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형천 부장판사)는 3월 30일 박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박씨는 울산지검 범죄정보담당으로 근무하던 2003년 5월 지인의 소개로 당시 건설업을 하던 A씨를 만나 알게 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로 매월 350만원을 받았던 게 화근이었다. 성인 PC방까지 운영하던 A씨가 불법영업으로 구속돼 당시 사무관시험을 앞두고 있던 박씨는 A씨에게 7,000만원을 빌려 주고 매월 350만원을 받은 일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마침 수사검사가 지난해 8월 25일 검사실로 오라고 해 박씨는 검사실에 찾아갔다. 그러자 수사검사는 갑자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조사하면서 (박씨에 대한) 모든 증거가 확보됐으니 빨리 잘못을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것이었다. 더욱이 부장검사가 “자백만 하면 벌금형으로 선처해 줄뿐만 아니라 A씨에게 빌려 준 돈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회유했고, 이에 박씨는 최초 검찰조사에서 얼떨결에 자백하고 말았다. 그러나 박씨는 검사조사를 받고 돌아온 후 당시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A씨로부터 마사지업주 구속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어 다음날 수사검사를 찾아가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박씨는 8월 25일 ‘검찰조서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검사 1차 조사에 대한 반박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박씨가 선임한 B변호사가 찾아와 “의견서 때문에 당초 불구속으로 수사하려던 검찰이 박씨를 구속하려고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B변호사는 그러면서 “수사검사가 의견서를 기록에 첨부하지 않을 것이니,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면 구속영장청구 자체를 재검토해 주겠다”는 취지로 박씨를 회유했고, 이에 박씨는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으나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B변호사는 이번에는 박씨가 수감된 구치소에 찾아와 “수사검사가 법정에서 부인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빨리 기소해 이른 시일 내에 보석이 허가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나, 만약 법정에서 부인하면 또 다른 범죄를 찾아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고 해 박씨는 1심에서 자백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과연 20년 이상 검찰에서 수사업무 등에 종사했던 피고인이 이런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허위로 자백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A씨의 진술은 당시 상황과 다른 거짓 진술임에도 A씨의 거짓 진술을 근거로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며 인정하라고 설득하는 수사검사의 요구에 의한 허위자백이므로 다시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검찰조사에 대한 의견’이라는 문건을 제출했다가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갑자기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조차 포기한 채 구속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A씨와 공무원 신분으로 적절하지 못한 돈 거래를 한 것이 문제가 될 것을 두려워하던 중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면 선처해 줄뿐만 아니라 돈 거래까지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 허위 자백하게 된 것이고, 구속 이후에는 빠른 석방을 위해 계속 허위 자백하게 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자백 진술의 전제가 된 A씨가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고, 오히려 A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사실이 드러나는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자백 동기나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허위라고 쉽게 배척하기 어려워 당시 피고인의 자백은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검사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 제출한 것들은 믿기 어렵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유죄로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으므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돼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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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검찰공무원이 얼마나 약점이 많았기에 자백하면 다른 것을 덮어준다는 말에 회유되어 자백을 했다는 것인지...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