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향기
제 글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향기로 시작합니다.
제게서 향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고, 주님의 향기를 만분지의 일이라도 남들에게 풍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간절해서요. 이 소망조차 제게는 과한 것임에 틀림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제 마음은 당신께로 향해 있는 想思花인데 오늘도 주님의 답은 '無心'입니다.
어느날은 무진장 보고싶은 당신에게 연서를 썼지만 주님의 답은 무심하게도 말 없음이네요.
사랑한다는 것은 온 몸의 정기를 빨아먹는 食人花로 피어난지라. 내사랑에 내가 취하다가 지쳐 시무룩할 때면 어느새 '그분'은 저녁 바람에 나붓기는 능소화 자주빛 꽃잎으로 다가와서는 삐쳐 있는 절 달래시더군요.
'야 임마, 너 삐쳤냐'
약이 올라 '앵~' 하고 고개를 돌리고 곁눈질로 '그분'을 흘겨봅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달래면 못이긴 채 돌아서 씩 웃어줄텐데....
그런데 무심하게도 '그분'은 어느새 타는 듯 노을속으로 사라진 건가 흔적도 없습니다.
세상에 어느 연인이 두 번도 아닌, 한 번만 옆구리 찌른답니까? 열 번 찍어가 아니라 딱 두 번도 넘기지 못한단 말입니까....
야속한 분, 내 수줍은 고백도 지긋이 들어주시면 안되는 건가요?
당신이 사라진 황혼녁의 노을을 바라보는 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릅니다.
혹여나, 실연의 상처를 남에게 들킬새라 새빨간 노을로 감춰주신 당신께 혼자말을 해봅니다.
'못잊을 당신'
오래오래 노을이 까만 어둠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서 있습니다.
내 기도가,
내가 부르는 연가가 언제면 당신 앞에 다가갈까요?
오소서 주님!
너무 멀리 계시지 마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