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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전통 누정이 남아있는 전남 담양은 ‘누정문화의 산실’로 여겨지고, 누정과 자연을 배경으로 창작되었던 문학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누정을 배경으로 한 가사 작품들이 적지 않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가사문학관’이 담양에 건립되기도 했다. 송강 정철의 가사 <성산별곡>의 배경이 되는 ‘별뫼(성산)’ 자락에 위치한 가사문학관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적절히 전시함으로써, 가사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고전시가 전공자인 나 역시 1년에 몇 차례는 꼭 들러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송순의 가사 <면앙정가>의 배경이 되는 ‘면앙정’도 즐겨 찾는 장소이며, 가사문학관 근처 언덕에 자리 잡은 ‘식영정’은 <성산별곡>의 배경이 되는 정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담양의 정자 가운데 ‘송강정’을 대상으로 그 내력과 그곳에서 산출된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고, 현재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강정은 달리 ‘죽록정(竹綠亭)’이라고도 하는데, 정자 주변에 푸른 대나무들이 사철 푸르게 자라고 잇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시대의 문인 정철의 호이기도 한 ‘송강(松江)’은 정자 앞을 흐르는 강의 이름이며, 그것을 달리 ‘죽록천’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지금도 송강정에는 두 개의 현판이 걸려있는데, 정자의 이름을 지칭하는 ‘송강정’과 ‘죽록정’이 바로 그것이다. 정철은 담양에 머물면서 정자 앞을 흐르는 송강을 자신의 호로 삼았고, 정자의 이름 또한 ‘송강정’이라고 붙였던 것이다. 이름 대신 지어 불렀던 호에는 이처럼 자신이 거처했던 지명을 근거로 지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진과 함께 송강정과 주변의 자연 풍광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문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좀처럼 찾지 않는 송강정의 위치를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송강 옆 언덕 위의 정자’인 송강정의 위치와 건립 내력을 간략하게 언급한 다음, 정자를 건립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송강 정철과 담양과의 인연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정철 사후 한동안 방치되었던 정자가 ‘가사문학관’이 담양에 건립되면서,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의 명성과 함께 재정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정자가 그렇듯이, ‘송강정에서 노래한 작품들’이 적지 않기에 그것들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담양의 주요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지 았아 찾을 때마다 ‘쓸쓸함’을 느낀다는 저자의 감상이 덧붙여져 있다. 상세한 내용과 함께 사진들로 정자와 주변 모습을 소개하는 구성이 돋보이며, 송강정의 ‘여행 길잡이’로서 길안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또한 송강정에 걸린 편액의 작품들을 ‘송강정 현판’이라는 제목의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어, 혹여 이곳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이 책과 함께 편액의 싯구를 비교하면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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