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에서 영화관을 새로 설치하면서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2편을 특별 상영했다.
두드림에서는 이전에도 1주일에 두 차례씩 영화 상영을 했는데,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갔던 기억이 있다.
토요일은 개관 기념식이 열리기에 번잡할 것으로 생각되어 일부러 영화관에 가는 것을 피해서, 일요일 상영을 택했다.
마침 시민문화제가 열리는 기간이고 지인의 버스킹 공연이 근처에서 열린다고 하여, 집에서 점심을 먹고 겸사겸사 길을 나섰다.
지인의 공연을 보고, 공연이 끝난 그들 부부와 함께 우리 부부도 영화관을 찾았다.
사실 나로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평범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감독의 연출이 돋보였고, 그의 영화를 또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상 우리 주변에서 볼 수도 있는 인물들을 형상화하여 그려내고 있었으며, 소시민의 일상이 화면에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과거 자신이 쓴 소설로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료타(아베 히로시 분)는 옛날의 영광을 다시 맛보길 기대하지만, 지금은 남의 뒤나 캐고 다니는 탐정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돈을 벌면 경륜과 복권에 허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형편없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에게는 이혼하여 한 달에 한번 만날 수 있는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 분)와 전 부인 쿄코(마키 요코 분)와 재결합하려는 꿈이 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여, 6개월 전에 죽은 부친의 유품 가운데 값이 나가는 물건을 찾기 위하여 노모가 사는 집에 몰래 뒤지기도 한다.
한평생 허랑하게 살다 죽은 남편과 닮은 아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노모 요시코(키키 키린 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아들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에 그런 남동생을 못미더워 하는 누이 치나츠(코바야시 사토미 분)와 그 가족들은, 료타와는 달리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들과 만나는 날 료타는 노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때마침 몰아친 태풍으로 인해 아들을 데리러 온 전부인과 함께 지낼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시어머니를 친부모처럼 대했던 며느리와 아들 부부를 재결합시키고 싶어 하는 노모의 대화, 죽은 부친이 했던 것처럼 아들과 태풍이 치는 날 놀이터에서 추억을 만들려는 료타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서 밤을 지새며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모두는 재결합의 꿈을 포기하게 된다.
다음날 아침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 각자 헤어지는 모습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실상 내용은 그리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잔잔한 스토리가 더욱 인상적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나아가 그러한 일상을 그려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모처럼 본 영화를 통해 충분히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전날 개관식 선물로 준비했던 '칠게빵'이 남아 추가로 추첨을 했는데, 추첨에 우리 부부 모두 당첨되었다.
좋은 영화를 보고 선물도 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흐믓했고, 칠게빵 하나는 지인에게 기꺼이 선물을 했다.
이후 웃장 국밥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영화에 대한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 헤어졌다.
오랫만에 휴일의 나들이였지만, 하루의 기억이 더욱 특별하게 생각될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2018.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