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화(民畵)란 당대의 지배계층이 아닌, 서민 혹은 민중들이 그리고 향유했던 그림을 일컫는다. 전래하는 민화에는 ‘오랜 시간 우리의 자연과 역사 속에서 무르익은 감상’, 즉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미감이 담겨 있다.’ ‘풍속화(風俗畵)’나 ‘속화(俗?)’라는 별칭으로 불렸지만, 저자는 일반 서민들을 중심으로 향유했던 그림을 민화라고 지칭하고 있다. 신분제의 질곡에 지배하던 전근대시대의 민화에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서민들의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전근대 시기의 서화를 나열하면서, 왕실에서 소용되었던 ‘궁화(宮畵)’와 지배계급인 사대부들이 향유했던 ‘사인화(士人畵)’와 구별하여 민화를 피지배계층 일반이 향유했던 그림으로 규정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당대의 서화를 이렇게 구분하지만, 실상 이들 양식들은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창작되고 향유되었다는 사실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을 통해서 민화의 개념과 우리 예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논하고, 그 역사와 주제 등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가장 먼저 ‘민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제1부에서는 ‘민화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와 대비되는 궁화와 사인화의 성격 그리고 ‘채색화로서의 민화’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작품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민화의 주제’라는 목으로 민화의 특징과 분류 방법을 제시하면서, 그 종류를 ‘화조화’와 ‘인물화’ 그리고 ‘문자화’와 ‘산수화’ 및 ‘문방화와 누각화’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체로 ‘민화’의 창작과 향유가 조선 후기에 활발해졌기에 ‘민화의 역사'를 그 이전까지 소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자는 제3부에서 ’고려시대의 민화‘로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가급적 요약적으로 그 역사를 개관하고 있다. ‘민화와 종교’라는 항목에서는 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전근대시대의 종교들을 주목하면서, 유교와 불교 그리고 무교에 반영된 민화의 양상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민화 역시 서로 다른 문화와의 교섭에 의해서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동일한 ‘한자문화권’이었던 중국과 일본 그리고 베트남의 민화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과거의 민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것이 근대 미술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동안 나의 관심 분야가 조선 후기 문학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왔기에, 민화의 형식이나 주제 등을 통해서 당대의 예술사에 대해 조금은 열린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당대의 문화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관심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조감하는 시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