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udy on A Teaching Model of Moral Education considering the Interdependency between Reason and Emotion in Morality.)
정 탁 준 (목포대 교수)
=================<< 요 약 >>===================
이 논문은 이성과 감정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검토하고, 도덕과 관련 있는 이성과 감정을 추출하여 그것들을 분류함으로써, 도덕교육에 있어서 이성과 감정의 밀접한 관계를 밝히고 도덕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의 관계정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하여 이성과 감정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이성과 감정이 도덕성 함양과 관련하여 가지는 상호의존성을 강조함으로써, 그것들을 도덕교육의 중요 요소로써 수립하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다.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의 핵심은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감정과 도덕이성의 불가분의 관계를 주지시키고 경험하게 하여 삶의 기준이 되는 도덕원리의 형성과 실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모형을 통해 학생들은 도덕감정은 지식과 지혜 없이는 공허하며 도덕감정 없는 도덕원리는 추동력을 상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주제어: 이성, 감정, 도덕적 이성, 도덕적 감정, 이성과 감정의 상호의존성, 도덕교육의 교수모형
도덕교육은 일반적으로 도덕적 인간을 길러내는데 도움을 주는 교육을 말한다. 즉 도덕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자질이나 품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자질과 품성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따라 도덕교육의 모습이 달라지는데, 화이트(White, 1998)는 이와 관련하여 도덕교육에 대한 세 가지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첫째, 아동이 자연스레 신체적 측면에서 발달하듯이 도덕적 성향과 판단력도 발달한다는 것이다. 둘째, 도덕적 학습은 자연적 과정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에의 의도적 유도(induction)라는 것이다. 두 번째 견해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처음은 학생들은 고차원적 이성(rationality)이 인도하는 규칙이나 원칙에 의한 규범과 가치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은, 학생들은 천부적인 욕구(desire)와 감정(emotion)을 덕(virtue)이나 도덕적 성향(disposition)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도덕적 학습은 관련된 도덕적 지식과 이해와 더불어 도덕적 성향의 형성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의 도덕교육 견해에 주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덕교육에 있어서 이성과 감정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즉, 도덕교육의 목표로서 이성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감정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이성과 감정은 서로 배타적인 것인가 혹은 통합의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이성과 감정에 대한 이론들이 도덕교육의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성과 감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등의 의문이 들 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성은 인간을 특징짓는 유일한 요소로서 인식되어왔고 도덕의 근원을 강력하게 해설해 주는 인자로 알려졌다. 반면, 감정은 믿을 수 없으며 변화무쌍하며 지속적이지도 않다는 이유로 도덕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산업사회를 지나 현대사회에서는 도덕적 행동에 대한 동기로서 이성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그 구실을 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논문은 이성과 감정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검토하고, 도덕과 관련 있는 이성과 감정을 추출하여 그것들을 분류함으로써, 도덕교육에 있어서 이성과 감정의 밀접한 관계를 밝히고 도덕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의 관계정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하여 이성과 감정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이성과 감정이 도덕성함양과 관련하여 가지는 상호의존성을 강조함으로써, 그것들을 도덕교육의 중요 요소로써 수립하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다.
II. 이성과 감정의 일반적 분류
이성(reason)은 본디 ‘셈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reor에서 온 말로 ‘계산’이라는 기본 의미뿐 아니라 비율, 관계, 추리, 계획, 원리 등의 의미를 지닌다, 이성은 인간이 가진 특성으로서 귀결을 예상하고 사물들의 원인들을 통찰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백종현, 2003). 비슷한 말로 합리성(rationality)은 라틴어 rationari에서 온 말로 ‘생각하다’ 혹은 ‘계산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성은 어떠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지성 혹은 논리의 영역을 말한다(McLeish, 1993). 우주의 원리라는 개념으로부터 계몽(Enlightening)을 통한 인간의 지성적 측면 강조까지 이성개념의 변천이 있어왔지만 이 논문은 이성의 개념 발달사 보다는 개괄적인 측면에서 이성이란 인간이 가진 특성의 하나라는 견지를 확인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이성과 합리성을 같은 뜻을 가진 두개의 표현이라 상정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이성적 행동이라 함은 어떠한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서 논리적인 측면에서, 예상된 결과에 합치되는 것으로서, 또는 적어도 확률적으로 적합한(optimal) 행동을 뜻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추구하는 그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성의 분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론적(theoretical) 이성은 진리(truth)를 추구하는데 사용되며 실천적(practical) 이성은 인간행동의 선(좋음, good)과 가치(value)를 추구하는데 쓰인다. 목적론적(teleological) 혹은 결과론적(consequentialist) 이론에서는 이성적 행동은 선이라 간주되는 것을 증진시키거나 극대화하기 위한 것을 의미하며, 비목적론적 혹은 비결과론적 이론에서는 이성적 행동이란 ‘좋음(good)'의 유무 혹은 다소와 상관없이 본질적 가치 혹은 내재적 옳음(right)과 상관하여 쓰인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외부의 주어진 목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도구적(instrumental) 이성이라 볼 수 있으며, 이성 그 자체가 구축한 인간 행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비도구적 이성이라 불리며 비도구적 이성에는 도덕적(moral) 이성이 포함된다(Hampton, 1998). 이제 도구적 이성과 도덕적 이성을 구분하기 위해 홉스(Hobbes)와 칸트(Kant)의 이성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홉스(Hobbes)는 인간이 전적으로 자기이익에 충실하다고 가정하였고 본질적으로 평등하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이해타산적 동기와 자연적 동등성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필연적인 전쟁의 상태로 몰고 간다고 이해하였다(Solomon & Murphy, 2000). 따라서 홉스에게 있어서 도덕성이란 인간들 사이의 동의에 불과한 것이며 계약이 없이는 도덕성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계약을 체결한 인간들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며 계약을 한 이유는 그 계약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도덕성은 상호이익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홉스의 이성개념은 자기중심적이며 돈이나 보수를 목적으로 하는 도구적 이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 도구적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도덕성 그 자체는 의미가 없으며 그것의 정당성을 계약자 상호의 만족에 둔다. 그들은 도덕성을 도덕 그자체가 아닌, 자기이익(selfishness)이라는 도덕과 상관없는 가정을 통해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다.
고띠어(Gauthier, 1997)는 옳음(right)과 의무(duty)를 계약의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정당화하려 시도한다. 그러한 가상적인 계약의 상황에서 도구적 이성은 발현된다. “합리적인 선택은 규범적 이론의 모범을 보여준다.... 도덕이론은 선택이론의 일부이다.... 도덕성은 합리적 선택이라는 도덕과 상관없는 가정으로부터 추출된 이성적 규제인 것이다(1986, p.4)". 고띠어의 ‘이성적 규제’라는 말은 홉스의 도구적 이성에 의한 사회적 표준과 원리이며, 이러한 표준과 원리는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좋음, 욕구 등에 관한 논리들을 조정 혹은 중재하여 법률과 같은 공적 권위가 강제력을 갖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고띠어의 기본적 관심은 ”왜 개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있어서 도덕적 규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가(1986, p.5)“를 밝히는 일이다. 말하자면, 홉스적인 도구적 이성으로부터 도덕성을 추출하는 과정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유용성의 극대화(utility-maximization)이라는 도구적 이성에 의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공평한 규제의 수립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상통한다. 즉 그에게 있어서 이성적으로 계약하지 않은 것은 규범이 될 수 없으며 도구적 이성에 의하지 않는 규범은 계약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계약한 규범’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는 협상에 들어선 자기이익에 충실한 개인들은 자신이 양보한 만큼 타인도 양보하면 도덕적 규준을 세우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남보다 비교적 덜 양보한 사람은 그만큼을 타인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것이다(Gauthier, 1986, p.137). 홉스적인 도구적 이성은 동등하게 자기중심적인 개인들의 도덕적 규칙에 대한 계약수립을 ‘도구적’인 측면에서는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칸트(Kant)는 이성을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으로 나누었다. 전자는 순수 이론적 이성으로서 자연(nature)의 영역을 밝혀내며 후자는 자유(freedom)와 당위(what ought to be)의 영역을 밝히는데 관계한다. 이성에 있어서 칸트의 특징적인 주장은 도덕성을 신이나 자연 등 외부의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내재적 이성에서 끌어냈다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실천이성과 도구적 이성을 구분한다. 실천이성은 행동의 선택이나 처방을 위한 추론의 특별한 능력이라 볼 수 있는데, 실천이성은 자신의 욕구나 선호와 관계없는 행위의 규칙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반면 도구적 이성은 욕구나 혐오 등과 같은 도덕외의 것에 의해 만들어진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과 관련된다(Pablo, 2001).
칸트가 말하는 도구적 이성은 도덕적인 실천이성과는 동떨어진 것, 즉 도덕과 상관없는 이성이다. 아마 칸트에 있어서는 도구적 이성은 ‘이성’이라 불릴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도덕성과 상관없는 인간의 계산능력은 이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도구적 이성은 칸트가 도덕적 가치가 없다고 본 인간의 감정이나 욕구와 관련되어있고 기껏해야 인간의 이익이나 쾌락의 추구에 도움 주는 것일 뿐이다. 실천이성은 인간의 자유에 의해 잉태되고 이성에 의해 수립된 정언명령이라는 도덕적 사고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도덕률 그 자체를 위하여 행동을 선택하는 혹은 선택하지 않는 의지는 이성이외의 것에 의해 조건 지워진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보편성(universality)과 ― 도덕법칙은 준칙(Maxime)이 아니고 법칙(Gesetz)이다. 도덕률은 개인의 행위의 원리가 아니고 만인의 행위의 원리인 것이다(박영식, 2000) ― 인간존엄성(dignity of human beings)이라는 원리에 입각한 정언명령 자체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도덕적 실천의지는 오로지 이성이 세운 도덕법칙에 따라 행위 할 뿐 그 행위의 동기에는 어떤 자연적 영향도 받지 않는다. 물론 자연적인 존재자로서 인간은 그의 자연적인 소질, 즉 변덕스런 감정, 성향, 좋아함과 싫어함, 쾌락에의 추구 등에서 비롯된 동기에 그의 행동을 맡기게 되며 당연히 그것은 이성이 세운 도덕법칙과 충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연적 성향을 누르고 도덕법칙을 준수하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인간은 자유로운 행위의 주체임을 보여준다(백종현, 2003).
롤즈(Rawls, 1971)는 도구적 이성과 도덕적 이성을 결합하려 시도하였다. 그는 ‘원초적 입장’에 서 ‘무지의 베일’을 쓰면 자기중심적인 개인들이 도구적 이성을 사용하더라도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따라서 자유롭고 동등한 시민들이 다양한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교의(doctrine)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의 정의의 이론에 따른 과정을 거치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도구적 이성에 지배된 개인들이 ‘무지의 베일’을 써야 하는가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Habermas, 1984).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롤즈는 도덕적 이성과 관련 있는 합당성(reasonableness)과 도구적 이성과 상관하는 합리성(rationality)을 구분하여 개인들이 합의에 이르게 해주는 것은 합당성에 의해서라고 설명한다(Rawls, 1985). 즉 그는 좋음(good)보다 우월한 옳음(right)을 특징으로 하는 도덕적 이성(합당성으로 설명되는)을 도구적 이성에서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마스(Habermas, 1984, 1987)는 현대사회에 이르러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을 둔 도구적 이성의 지나친 강조는 체제(system)를 앞세워 도덕적 담론(discourse)의 원천이 되는 생활세계(lifeworld)를 식민화 시켜 사회적 병리현상을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의 이론에서 의사소통적 이성(communicative rational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도구적 이성, 도덕적 이성, 미학적 이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구적 이성은 의사소통적 이성에서 결코 분리될 수는 없지만 구분할 수는 있다. 다른 두 가지의 이성보다 도구적 이성이 압도하는 현대사회는, 세 가지 이성의 조화로운 활동을 통한 의사소통적 이성의 본연의 임무인 자기진단과 자기처방을 약화시켜 수많은 부작용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칸트적인 자기 독선적인 도덕적 규범의 수립과 결코 변하지 않는 도덕률에 대해 반대하며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에 의거한 대화윤리(discourse ethics)를 주창한다.
이와 같이 인간은 자기이익 혹은 경제적 효율성에 의존하는 도구적 이성만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 의해 도덕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기이익을 초월한 도덕적 이성에 의해서만 도덕성을 밝힐 수 있다는 이론가들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이성은 도구적 이성과 도덕적 이성, 혹은 도덕과 상관없는(non-moral) 이성과 도덕적(moral) 이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emotion)은 라틴어 emovere‘옮기다' '없애다' 에서 유래하였으며 중세 불어 emouvoir ’휘젓다‘ ’선동하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감정은 주체(subject)에 관계된 것에 대한 신체적 변화 혹은 행동을 동기화하는 반응(response)을 의미한다(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03). 감정은 신체적 동요에 의해 생성되는 감각작용(sensation)이며 느낌(feeling)이다. 감정은 또한 행동(behavior)으로 표현되며 상황(circumstances)속에서 나타난다. 즉 감정은 느낌, 생리학, 행동, 사회적 맥락등과 관련 있지만 이 설명에서 한 가지 잊은 것은 감정은 인식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인식은 개념, 판단, 믿음, 대상물 등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위험의 개념, 공격당했다는 판단, 억울하게 죽었다는 판단, 사랑해야 한다는 신념 등이 감정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들이며 아무 대상없는 감각적 측은함이 아니라 어떤 것(대상)에 대한 측은함만이 측은함이라는 감정을 완성시키는 요소이다(Solomon, 1998).
감정의 분류에 있어서 레어쉬(Lersch,1974; vanderVen, 1998, p.289 재인용)는 감정을 인간에게 일어나는 세 가지 층(layer)에 따라 기초적(vital) 감정, 개인적(individual)감정, 전이적(transitive)감정으로 나누었다. 기초적 감정은 인간의 생물학적 하부구조에, 개인적 감정은 권력에의 추구, 자기보존, 자존, 혹은 복수(retaliation)와 같은 개인적 측면에, 전이적 감정은 사회적, 미학적, 도덕적, 형이상학적, 혹은 종교적 측면에 관련된다. 슈트라서(Strasser, 1956; vanderVen, 1998, p.291 재인용)는 감정을 세 가지의 서로 다른 해석에 따라 분류한다. 첫째, 충동(drive)에 의한 감정으로 확실한 목적이 없는 원초적 본능과 같은 감정을 뜻한다. 둘째, 욕구(desire)에 의한 감정으로 진실, 좋음, 아름다움과 관련하여 의지(will)하고 선택하는 감정이다. 셋째, 애정(affection)에 의한 감정으로 사랑(love)에 의해 감동(be touched)하는 감정이다. 슈트라서는 이러한 세 가지의 감정이 위계적이어서 애정의 감정은 나머지 두 가지의 감정을 지도하며 충동과 욕구의 감정은 애정의 감정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흄(Hume)은 고요한 감정과 요동치는 감정을 구별한다. 자비심(benevolence), 사랑, 친절과 같은 감정은 고요한 감정이며 요동치는 감정은 타인에 의한 상처나 치명적 질병에 의한 위협 등에 반응하는 격한 감정들이다. 흄에 의하면 우리는 이 두 가지의 감정을 조용한 감정은 되도록 계발하고 요동치는 감정은 되도록 억제함으로써 조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 있어서 우리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MacIntyre, 1981).
밴더밴(vanderVan, 1998)은 감정을 가식적(inauthentic) 감정과 진정한(authentic)감정으로 나눈다. 진정한 감정을 인간이 가식적 감정과 구별하려면 그 자신이 감정을 자신의 자아 앞에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최대한 공평하게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탐색하고 반성하고 평가할 수 있을 때 둘 사이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진정한 감정은 자신이 지지하는 목적과 가치와 확신에 기여한다.
윌슨(Wilson, 1993)은 인간은 생존욕, 소유욕, 성적탐닉, 권력추구욕과 같은 도덕과 상관없는 감정들이 있고 동정심, 자제심, 책임감, 의무감 등과 같은 도덕감정이 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도덕감정은 사람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는 믿음을 의미한다.
III. 감정과 이성의 상호 의존성
감정과 이성은 도덕성의 발현과 그 실행에 있어서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도덕적 사태에 직면해 그것을 도덕적으로 수용하고 판단하며 그에 따른 행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감정과 이성은 각각의 특징과 장점에 따라 민감성, 수용성, 동기화에 혹은 명료한 판단과 깊은 숙고의 측면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밴더밴(vanderVan, 1998)은 도덕과 관련하여 감정을 보는 다섯 가지 견해를 설명한다. 첫째, 억압(suppression)으로서 감정은 전적으로 수동적(passive)이며 전적으로 부정적(negative)이라 보는 견해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성적감정(sexual emotion)과 같은 것으로서 감정은 원초적인 본능으로부터 비롯하여 인간의 정신적, 이성적, 지적 능력을 제압하여 정신적 혹은 영적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이해된다. 둘째, 억제(control)로서, 감정은 어떤 테두리 안에서 제한하고 억누르고 강제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칸트가 말했듯이 감정이란 좋든 나쁘든 그 감정이 이성과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해야 지적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셋째, 중립화(neutralizing)로서 감정은 도덕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감정은 도덕성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감정 자체는 도덕적 의의(worth)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감정이 도덕성 발달에 있어서 아동을 고무, 촉진시키는 면이 있지만 도덕성 발달의 핵심요소인 인지적 구조의 변화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넷째, 지도(ordering)로서, 감정은 감정적 에너지가 도덕적 목표에 의도적으로 사용될 때, 그 정의적(affective)인 분출을 통해 인간이 목표로 하는 도덕적 가치로 직접적으로 향한다. 이 견해는 덕(virtue)과 감정사이의 관계에 흔히 인용되는데, 감정은 덕 있는 행동 혹은 덕의 탁월한 수행을 하기위한 인간의 의식적 분투와 노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동정심(sympathy)은 인간으로 하여금 우정(friendship)이라는 덕목을 습득 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전(全)과정(processing)으로서 감정은 선한 삶을 위한 정보와 영감(inspiration)과 정향(orientation)의 원천이라 생각된다. 즉 감정은 도덕적 판단과 행동을 이끄는 것이다. 감정의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게 되면 자기배려 및 타인지향의 태도가 발달하게 되며 이것들은 진정한 삶을 위한 필수요소로서 작용한다.
밴더밴은 앞의 세 가지 견해가 명확히 감정은 위험하고, 적절하게 작용하지 못하며 적어도 도덕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그 세 가지 견해가 감정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감정은 그것이 속한 상황 속에서 목적과 관련이 있는지, 목적과 합치하는지, 또 자아가 속해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뒤의 두 가지 견해는 인간이 속한 상황에서 확실히 도덕과 관련하여 기능하는데 그 상황을 신뢰하거나 비난하도록 혹은 문제에 집중하거나 감정에 집중하도록 만들거나, 또는 미래를 예상하도록 지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감정은 이성과 더불어 어떤 도덕적 견해들이 감정의 도덕적 관련성을 부인할지라도 도덕성의 설명과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성과 관련하여 이성과 감정의 상호의존성을 설명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이론가들은 이성의 우월적 지위와 감정의 보조적 역할을 강조한다. 먼저 칸트는 인간의 의지를 경험적 의지와 순수한 의지로 나누고 경험적 의지는 자기를 위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명령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순수한 의지라고 설명한다. 이 순수한 의지를 ‘선의지’라 부르고 선의지란 그 자체로서 선한 것이요, 선의지 의외에 선한 것은 지구 안이나 지구 밖에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선의지는 욕망의 명령에 따르는 의지가 아니고 순수한 이성의 명령에 따르는 의지요, 의무감(義務感)을 좇는 의지이다(박영식, 2000). 즉 칸트는 순수한 명령이라는 도덕의 가능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자유의 이념을 요청하였고 그 도덕명령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감정을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셔만(Sherman, 1990)에 의하면, 도덕적 의무 그 자체를 결정함에 있어서 감정은 통제(control)되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칸트는 도덕적 상황에 관계된 것들을 알아차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알게 하며 그들을 돕는데 일조하여, 옳은 일을 하게하는 인간 사이의 공유감(compassion)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롤즈(Rawls, 1971)는 인간이 표현하는 도덕감정의 적실성은 원초적 입장에 의한 정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연적 감정과 도덕적 감정을 구별하였고 도덕적 감정은 도덕적 개념과 그와 연관된 도덕원리를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자연적 감정과 도덕적 감정은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그는 죄책감, 부끄러움, 양심의 가책, 후회, 의분, 정의감, 인간애와 같은 것을 도덕적 감정의 예로 들었다. 그리하여 도덕감정을 인간의 자연스런 삶의 일부분이라 간주하였다.
피터즈(Peters, 1978) 는 콜버그(Kohlberg)이론의 정서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첫째, 콜버그의 이론 전체는 일관성에 대한 애호나 독단 혹은 교화에 대한 증오라는 감정이 개재되어 있다고 한다. 둘째, 콜버그의 불편부당으로서의 정의라는 원리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한 관심, 혹은 인류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라는 정서적 측면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다 높은 차원의 인지가 발달한 사람은 그의 앞에 나타난 개인적 곤경 뿐 아니라 전체 집단이나 계층의 곤경도 이해하는 능력을 지니는 것인데 이것은 인류애 혹은 인류 전체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셋째, 보다 구체적으로, 콜버그의 인지 발달단계들은 타인의 주장 혹은 권위에 대한 위반에서 나오는 죄의식과, 인간이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행동할 수 없다는데서 오는 실망감 혹은 자존감의 위축인 수치심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다음과 같은 이론가들은 도덕성을 설명함에 있어 이성과 감정의 대등한 역할을 혹은, 감정의 우월적 지위와 이성의 보조적 역할을 강조한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어도 감정을 이성의 방해자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는 건강하고 덕스러운 삶에 있어서 감정의 중심적인 역할을 인식하였다. 그는 ⌜수사학(Rhetoric)⌟에서 감정은 어떠한 목표와 연관되는 것이며 평가라는 특성을 갖는 사고에 의해 형성된다고 하였다. 감정은 단순한 느낌이나 욕망이 아니요 인지적으로 풍성한 정신적 상태라 이해된다. 이 말은 감정이 정서적인 측면, 또는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으면서도 인지적인 내용이 감정을 개념화 하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의 형성과 그 실현에 있어서 감정은 도덕적 동기화에나 일시적으로 기여하는 뜬구름 같은 자극물이나 미적 감지를 돕는 임의적인 특질이 아니라, 덕의 필수불가결한 구성물이라고 인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도덕성 혹은 덕을 설명함에 있어 암시하는 것으로서, 셔만(Sherman, 1997)은 우리가 도덕적 삶을 살아갈 때 감정이 가진 다음과 같은 주된 기능들을 소개한다. 첫째,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무엇에 대해 관심 갖고 배려해야 하는지 집중하고 머릿속에 기록하도록 해준다. 둘째, 감정은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가치화(valuing)를 시작하도록 도와준다. 즉, 감정은 가치를 전달하고 표현하게 한다. 셋째, 감정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던 가치를 상기시켜준다. 즉 가치를 발견하도록 한다. 넷째, 감정은 모르고 지내던 가치를 단순히 따라가 되짚어 보도록 할 뿐 아니라 새롭게 다시 가치화 하도록 도와준다. 다섯째, 감정은 보통의 인간이 누리는 삶을 사는 주요한 방법으로서 스스로 가치화 된다(감정의 내재적 가치). 여섯째, 감정은 행동을 동기화 한다.
맹자(孟子)에 있어서 도덕성은 밖에서 만들어져 인간을 강제하는 외적규범의 의미가 아니라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접할 때 자연적,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다른 사람을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본 사람은 누구나 측은한 마음을 가진다. 자신의 정당하지 않음을 부끄러워하고 부정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으며 남에게 양보하고 옳고 그름을 알아차리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公孫丑 上). 맹자는 사람이면 누구나 도덕적인 자연스런 감정이 있다고 했으니, 그것은 도리와 옳음에 대한 존중감이요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이요 그것의 존재와 실천을 기뻐하는 감정이다. 도덕성의 단초가 되는 네 가지 도덕적 감정인 인 의 예 지는 밖에서 나를 녹여오는 것이 아니라, 내게 본래부터 있는 것으로서 생각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구하면 얻고 버려두면 잃어버린다고 말하는 것이다(告子 上).
셀러(Scheler, 1980)는 인간의 근원적 정서작용은 그것만이 가치를 직관할 수 있으며 그것은 이성의 도움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단순히 감각에 귀속시킬 수 없는 선천적이며 실질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셀러는 감정이 인식론적으로 이성보다 우월하다고 보고 그 근거로서 감정은 가치 본질에 대한 직관이며 이성적 사고에 앞서서 작용하는 반면 사고는 직관된 것을 추후적으로 개념화 혹은 체계화하는 기능을 할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한 그는 감정이 윤리학적으로도 이성보다 우월하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도덕법칙은 선 혹은 악이 일차적으로 감정을 통해 감지되고 선천적으로 직관된 것을 이차적으로 사고를 통해 서술한 것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덕법칙을 실천에 옮길 때 가치감정이 주어져야만 도덕적 의지는 도덕적 실행성을 갖기 때문이다.
윌슨(Wilson, 1993)은 이익추구의 동기에 의해 계약하는 사람들마저도, 국가를 만들든지 교환을 하든지 간에 거기에 계약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약을 준수하려는 자발성이 있어야 하며 권력이나 힘의 과시보다 더 근원적인 것에 의해, 즉 책임감이라는 감정에 의해 그 자발성이 형성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떤 정부도 힘이나 보복의 위협만으로는 계약의 준수를 완전히 강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스미스(Adam Smith)가 인정한 동정심도 인간으로 하여금 신중하게 이익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이 가진 자연적 감정에 속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합리적 선택이나 이익의 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가정되는 지식, 문화, 규범과 같은 사회적 구속의 구성요소들이 아주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에서 보듯이 그것들이 유지되어 온 것은 치밀한 이성의 작용이 인간의 도덕생활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우리의 몸에 배어있는 도덕적 감정들에 의해서이다. 즉 규범이란 도덕적 감정이 경제적 환경, 사회구조, 그리고 가족체계 등의 현실과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덕적 행위에 대한 우리의 성향이나 곤경에 처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은 많은 경우 즉각적이고 본능적이며 우리의 지적행위보다 우리의 자연스런 감정이 더 많이, 더 기본적인 측면에서 반영된 것이다. 비도덕적인 것에 대한 면역성은 자신과 남을 판단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살아가려하는 우리들의 선천적인 성향에서 비롯된다. 그 성향은 조용하고 무심한 순간에 선과 악을 통찰하고 직관하는 선 혹은 옳음에의 존중감이며 이것은 우리의 도덕적 판단을 지도한다.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위험, 과중한 부담, 그리고 어린아이를 양육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기꺼이 양육하는 것,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 타인을 고려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행동하는 것 등은 이러한 도덕감정이 개입된 실제적인 예가 된다.
III. 감정-이성의 상호의존성이 주는 도덕교육적 시사
지금까지 도덕성의 해석에 있어서 감정과 이성을 상호 배타적으로 해석한 이론가들이나 감정 혹은 이성을 어느 한쪽 보다 우위에 둔 이론가들도 공통적으로 감정과 이성의 상호연관성 혹은 상호의존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필자가 여기에 이르러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감정과 이성은 도덕성의 형성과 실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두 가지 요소이며 이들은 서로 뗄 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감정과 이성의 관계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두 가지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있다. 첫째, 감정은 인간을 압도하며 그로 하여금 자유로운 사고나 자유로운 행동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니 인간은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감정을 관조, 통제, 초월해야 한다는 견해이며, 둘째 감정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으로서 사고의 자율성이나 감정을 벗어나는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부인하는 견해이다. 이러한 두 가지 사고방식은 감정-이성의 상호의존성을 무시하고 어떠한 한 가지 원리(예를 들어, 이성, 유용성, 쾌락, 혹은 감정)에 의해 도덕성을 재단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칸트에게 있어서 감정에 따라 행위하는 것은 그 행동이 옳게 될 것이라는 점을 보증할 수없고 우리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보증하는 것은 도덕법 자체가 직접 의지를 결정할 때이다. 감정은 변하기 쉽기 때문에 그에 따른 행동은 적실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보편성을 가질 수는 없다. 감정이 욕망에서 오든(도덕과 상관없는 감정) 혹은 이성적 의지에서 오든(도덕적 감정) 본질적으로 감각에 속한다. 따라서 감정은 도덕적 동기로서 작용할지 모르지만 도덕적 가치를 결정하는 객관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반면 흄(Hume)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감정과 관심을 지닌 자연스러운 사회적 창조물이라 보았다. 인간이 가진 동정심(sympathy)은 보편적인 감정이며 많은 경우에 있어서 인간의 이기심을 제어할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고 주장하였다. 도덕감정 일반과 동정심은 도덕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이며 그것이 없이는 도덕은 성립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이성은 감정(passion)의 노예이며 또 그래야 한다(A Treatise of Human Nature, 1738)”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칸트가 공리주의의 쾌락 일변도의 도덕이론에 저항하기 위해, 흄이 이성일변도의 합리주의적 도덕이론에 저항하기 위해 이와 같은 이론들을 내놓았지만 이 두 사람은 감정과 이성을 도덕성에 있어서 서로 반대되는 것 혹은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적대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 같다. 위 사상들은 도덕성을 유일한 어느 하나로만 설명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감정이냐 이성이냐의 기로에 서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여 왔다. 따라서 도덕성을 이루는 감정과 이성은 나누어 진 채 통합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성의 분리를 넘어서서 도덕성을 가르치는 것이 도덕교육의 본래의 뜻에 부합할 것이다.
솔로몬(Solomon, 1990)에 따르면, 감정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감정은 종종 지적이며, 섬세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다. 즉 감정은 이성적 특질을 지니고 있다. 감정은 그 자신의 만족 및 한계에 대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감정의 적대적 관계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감정의 한 부분이다. 감정은 판단의 반대자가 아니다. 감정은 판단을 요청한다. 정의(justice)에 있어서 이러한 이성과 감정의 통합은 더 두드러지는데, 정의에 있어서 이성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계몽된 사고이며 세상에 대한 확장된 인식이다. 정의에 있어서 감정은 타인의 요구에 대한 민감성이며 상황에 대한 이해에 수반하는 감정의 적절함이다. 감정은 지식과 지혜 없이는 공허하며 정의감(sense of justice) 없는 정의는 추동력을 상실한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이성과 감정은 도덕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편, 도덕성을 가르치려고 할 때 도덕성의 주요 부분인 이성과 감정을 재분류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도덕과 상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분류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즉 감정을 도덕적 감정과 도덕과 상관없는 감정, 이성을 도덕적 이성과 도덕과 상관없는 이성으로 나눌 수 있다. 감정을 육체적인 욕망이나 목적 없이 드는 때때로의 기분과, 대상물이 있고 인지적 내용이 있는 감정으로 나눌 수 있다면, 후자의 감정은 다시 도덕적 고려가 포함된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곤경에 빠진 타인을 측은히 여기고 불의를 보면 분개하는 감정과 생명에 대한 존중감, 인류의 복지에 대한 관심 및 책임감 등은 도덕적 감정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도덕감정의 하위에는 인간의 덕목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감정들인 사랑, 신뢰감, 공감(empathy), 동정심, 정의감, 수치심 등을 나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은 형식적 논리를 따지는 도덕과 상관없는 이성과, 도덕적 내용이 있는 도덕적 이성으로 나눌 수 있으리라 본다.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계산능력, 현상을 관찰하거나 현상에 대한 해석에서 처음과 끝의 논리적 일관성을 위한 추론 등이 전자와 관련된 것이라면, 나의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이 되어야 한다는 혹은 인간을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도덕원리에 기여하는 이성은 도덕적 이성에 해당 할 것이다. 이러한 도덕이성의 하위영역에는 도덕판단의 기초가 되는 호혜성(reciprocity) 혹은 황금률(Golden Rule)이 놓여질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이 네 가지로 분류된 감정과 이성들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중감은 보편성의 이성적 논리에 의해 뒷받침되고 이렇게 성립된 도덕원리는 다시 수치심이나 정의감에 의해 유지되고 실천될 것이다. 도덕과 관련 없는 이성도 도덕원리의 논리적 지지나 철저한 수행을 위한 계획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덕과 관련 없는 이성은 스스로 도덕적일 수 없다. 오로지 도덕적 감정과 도덕적 이성을 보조하는 수단으로만 의미가 있다. 도덕적 목표에 대한 효율성을 제고 한다는 것은 도덕적 목표를 어떻게 하면 더 철저히 추구할 수 있는가를, 즉 현실에 맞추어,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자기중심적인 타인을 어떻게 설득하며 계도할 것인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계획하는 것이며, 도덕적 입장에서 도구적이며 이해타산적인 것을 어떻게 최대한 배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덧붙여 도덕과 관련 없는 감정도 때로는 도덕감정의 지도에 의해 도덕감정을 더 잘 발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배고픔에 대한 쓰라린 느낌은 기아상태에 처한 타인을 공감하는데 강력한 힘을 더할 것이며 두려움을 겪어본 사람은 전쟁의 피해자들이 가진 심정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IV. 도덕교육의 교수모형탐색
이런 뜻에서 도덕교육에서 주된 교육요소로 삼을 것은 도덕감정과 도덕이성이다. 이 두 가지를 보조해 주는 것은 나머지 요소들이며 교수의 핵심은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감정과 도덕이성의 불가분의 관계를 주지시키고 경험하게 하여 도덕원리의 형성과 실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교육과 밀접한 도덕교육의 교수학습 모형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감정과 이성이 어떻게 학습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반적 학습의 원리를 통해 도덕수업과 관련 있는 구체적인 교수모형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감정은 세 가지 유형(vanderVen, 1998)에 의해 학습되는데 첫째는 관찰이다. 학습자는 감정을 다루는 타인(성인 및 또래 등의 중요한 인물)을 살펴봄으로써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익힌다. 학습자는 관찰을 통해 애착과 기본적 신뢰를 어린 시절에 배우며 자라면서 관심, 배려, 사랑 등을 익히게 된다. 조금 더 높은 차원에서는 불편부당, 정의감, 자애, 공감 등을 학습하게 된다. 둘째, 경험으로서 학습자는 스스로 혹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을 통해 감정이 무엇인가와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학습하게 된다. 셋째, 개념을 통해서 학습자는 감정을 배우게 된다. 개념을 통한 감정의 습득은 구조(structure)와 사례(case)의 두 가지 측면에서 배우게 되는데 감정의 구조는 감정에 관한 개념적 통찰을 통해 상황에 포함된 감정들을 명료화하고 추상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또한 획득된 감정의 개념을 자신이 처한 구체적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물론 감정의 학습은 공감, 동정심, 애착, 배려, 사랑 등의 긍정적 감정과 분노, 실망, 슬픔, 수치심 등의 부정적 감정을 포함하며,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은 어떠한 감정을 배우는데 있어서 상호작용하며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감정을 체득할 수 있다. 감정의 교수에 있어서 유의할 점은 교수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학습자를 통제하고 힘으로 제압하기 위해 이러한 감정들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성은 네 가지 측면(Gensler, 2003)에서 학습된다. 첫째는 정합성(consistency)이다. 정합성은 이성의 형식적 측면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념의 논리적 일관성, 수단과 결과의 일치성, 면밀함, 공정성, 황금률, 보편입법 등의 특성을 의미한다. 둘째는 사실적 자료(factual data)로서 그 상황에 관련된 사정, 대안, 결과, 장단점 등의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도덕적 판단과 관련 감정 그리고 연관된 타인의 도덕적 논점과 견해를 아는 것도 포함된다. 셋째는 상상력(imagination) 으로서 타인이 처한 상태 혹은 미래의 자신이 처할지도 모르는 상태를 가상적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서서 그 사실들이 여타 다른 사람과 상황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가 고려하는 것이다. 넷째는 인격적 특질(personal qualities)로서 삶의 광범위한 경험을 갖는 것, 사회적 조건을 고려한 진정성을 갖는 것, 도덕적 직관을 인식하는 것,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진정한 고려의 감정을 갖는 것, 다른 처지의 타인과 대화를 갖는 것, 타인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 타인의 보다나은 이성적 견해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은 주어진 문제상황, 감정의 탐구 측면, 이성적 탐구의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이 모형을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의 표1과 같다.
문제상황의 제시는 그와 관련된 역사, 문화적 보조자료가 이야기나 영상매체 등의 도움으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보조자료는 이성적 탐구의 사실적 자료수집단계와 감정의 측면인 도덕감정의 관찰과 경험 단계에서 학생들의 수업참여를 활성화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상황에 대한 이성적 탐구 측면은 사실적 자료수집, 도덕적 상상력, 정합성의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문제상황에 대한 감정의 탐구 측면은 감정의 관찰, 감정의 경험, 감정의 개념도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성적 측면의 탐구와 감정적 측면의 탐구는 “이성적⋅감정적 상호의존성 파악” 부분에서 이성과 감정의 상호보완성을 기반으로 문제상황을 해결하기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이성적⋅감정적 상호의존성 파악” 부분은 그 문제상황 내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이나 다른 사례를 고려하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을 통해 감정이입, 공감, 도덕적 직관의 인식, 타인에 대한 고려 및 개방적 대화의 자세를 갖추게 된다. 이런 이후에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되고 문제해결의 과정은 대안의 파악, 각 대안의 결과고려, 대안의 위계설정 등을 통해 학생들을 최종 행위로 인도한다.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은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전제가 있는데 먼저,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문제상황은 도덕이성과 도덕감정의 탐구를 촉진하도록 조직되어야 한다. 둘째 문제상황에 대한 이성적 탐구와 감정적 탐구는 탐구과정 전체를 걸쳐 상호작용한다. 셋째, 이성적 탐구를 위한 수업과 감정적 탐구를 위한 수업은 문제상황의 특성에 따라 선후가 있을 수 있다. 넷째, 문제상황에 대한 탐구를 수행하는 학습자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 다섯째, 이 교수모형은 대화, 토론, 역할극과 같은 학생과 교사 또는 학생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교수기법을 사용할 때 그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표 1: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
문제상황 제시
도덕이성의 탐구
도덕감정의 탐구
사실적 자료수집
감정 관찰
⋅사례의 배경
⋅인물과 사건의 특성
⋅장단점별 분류
⋅타인의 감정상태 관찰
⋅타인의 감정 다루는 법 관찰
정합성
문제상황의 이성적⋅감정적
상호의존성 파악
감정 경험
⋅논리적 일관성
⋅수단-결과의 일치
감정이 개재된 타인과의 관계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함
도덕적
상상력
도덕감정의
개념화와 적용
그 문제상황 내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의 상태나, 문제상황과 비슷한 경우를 예측
도덕감정 개념에 대한 명료화⋅추상화
도덕감정의 구체적 사례에의 직⋅간접 적용
⋅감정이입, 공감, 도덕적 직관,공정, 황금률, 도덕원리의 파악
⋅인간이 가진 자연적인 성향인 타인에 대한 도덕적 관심 의 인식
문제해결
⋅대안들의 제시
⋅대안들의 결과고려
⋅대안들의 위계설정
행동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을 좀더 상세히 살펴보면, 먼저 문제상황은 학생들에게 교사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사건의 판례, 영화나 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혹은 대화의 녹취록을 제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문제상황은 도덕적 가치와 도덕과 상관없는 가치를 학생들이 구별할 수 있도록 조직하여, 그들이 도덕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문제상황을 분석하여 그것이 도덕가치를 포함하도록 상세화,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변수를 제한하여 문제상황을 단순하게 하거나 혹은 제시된 문제상황에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 학생들이 도덕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
문제상황이 제시되고 나면 교사는 도덕이성의 탐구를 먼저 할 것인가 혹은 도덕감정의 탐구를 먼저할 것인가 아니면 병행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편이 상 도덕이성의 탐구를 먼저 살펴보면, 학생들은 문제상황에 나타난 혹은 숨겨진 사실적 자료를 수집하게 된다. 사례의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배경을 탐색하게 된다. 또한 연관된 상황과 개인의 특성을 살피고 역사적 혹은 동시대의 유사한 사례를 수집한다. 이러한 자료의 수집을 통해 학생들은 제시된 문제상황과 관련된 자료를 장단점 별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음은 제시된 문제상황이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지 혹은 수단과 결과의 일치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 정합성의 단계를 밟게 된다.
도덕감정의 탐구는 문제상황에 관련된 타인의 감정상태를 관찰하고 타인이 감정을 다루는 법을 관찰하게 된다. 물론 역할놀이나 모의재판, 토론을 통해 직접적으로 탐색할 수 있고 발표, 보고서작성 혹은 문제사태에 대한 반응지(response-paper)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탐색할 수도 있다. 이때 학생들은 도덕적 감정과 도덕과 무관한 감정들을 구별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감정이 개재된 타인과의 관계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감정경험이다. 감정관찰의 단계에서 사용한 전략들을 다시 심화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러한 상황에서 동정심, 측은함, 정의감, 양심의 가책, 불의에 대한 수치감, 죄책감 등의 도덕적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발문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다.
도덕이성과 도덕감정의 탐구는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이성적, 감정적 상호의존성을 파악하는 전초단계이다. 이러한 전초단계가 끝나면 도덕적 상상력과 도덕감정의 개념과 적용에 대하여 탐구하는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교수모형의 핵심단계인 상호의존성 파악과정으로 들어서게 된다. 제시된 문제상황 내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의 상태나 주어진 문제상황과 비슷한 혹은 대조적인 경우를 예측하는 도덕적 상상력의 과정과, 도덕감정의 개념에 대한 명료화 혹은 추상화를 실시하고 도덕감정의 구체적 사례에의 직, 간접 적용을 하는 도덕감정의 개념화와 적용과정은 모두 도덕이성과 도덕감정의 상호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문제상황과 유사하거나 대조적인 사례를 상상하고 가상적으로 전망해 보는 것은 역사적, 사회적 조건과 논리적 일관성을 고려하는 도덕이성적 탐색이 주가 되고 그 상황의 맥락과 개재된 감정을 파악하는 도덕감정적 탐색이 보조적인 역할을하는 반면에, 내가 가진 구체적 도덕적 감정을 바탕으로 그 개념을 명료화하고 그것을 다시 현실적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나의 도덕적 감정이 무엇인가 밝히는 도덕감성적 탐구가 주가 되고 그 도덕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적절한 여건을 살펴보는 도덕이성적 탐구가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된다.
도덕적 상상력과 도덕감정의 개념화와 적용을 통해 학생들은 감정이입, 공감, 도덕적 직관, 공정, 황금률, 도덕원리의 파악을 이루게 되고 이것은 인간이 가진 자연적인 성향인 타인에 대한 도덕적 관심을 학생들에게 다시한번 인식하고 확인하도록 도와준다. 주어진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도덕이성과 도덕감성을 상호보완적으로 탐색한 학생들은 그것을 기초로 대안들의 제시, 결과고려, 위계설정을 통해 도덕적 행동의 구체적 상황표와 지침을 만들게 되며 그 이유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마침대 도덕적 행위를 위한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시간표는 도덕이성 뿐 아니라 도덕감정이 관여했기 때문에 도덕적 행동을 위한 강력한 동기를 포함하고 있다.
V. 맺 음 말
이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견해가 근래에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최근 수십 년 간의 논쟁은 도덕성에 있어서 나누어질 수 없는 감정과 이성을 인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얻어진 현상이다.
도덕적 감정은 도덕적 개념과 그와 연관된 도덕원리를 불러일으키며, 불편부당으로서의 정의라는 원리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한 관심, 혹은 인류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라는 정서적 측면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감정이 정서적인 측면, 또는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으면서도 인지적인 내용이 감정을 개념화 하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의미를 지니며, 도덕성은 밖에서 만들어져 인간을 강제하는 외적규범의 의미가 아니라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접할 때 자연적,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이기도 하다. 더불어 권력이나 힘의 과시보다 더 근원적인 것에 의해, 즉 책임감이라는 감정에 의해 계약의 준수 혹은 규범의 준수에 봉사하는 인간의 자발성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 관심, 공유하는 신뢰감 등의 도덕적 감정은 이성의 보편성과 더불어 도덕성의 필수요소이며 서로 상호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도덕교육에 있어서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적 이성에만 기대어 도덕적 감정에 초연하도록 강요하거나 혹은 도덕적 이성을 불신하며 지속적이지 않은 도덕적 감정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은 도덕성에 있어서 도덕이성과 도덕감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태도이며 도덕교육이 목표로 하는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도덕교육은 도덕성의 원천으로서, 또 계발방법으로서 이성과 함께 도덕적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도덕적 감정, 예를 들어 동정심, 배려, 사랑, 인자함, 자비 등의 호혜적 및 이타적 감정을 도덕교육에 있어서 도덕성의 주요 정당화 및 도덕적 인지와 실천의 동기부여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즉, 도덕적인 사람이란 자연스러운 인간의 도덕감정에 따라 도덕적 상황에 민감하고 도덕적 사고가 촉진되며, 도덕적 행동으로 지체 없이 연결하는 사람이다.
감정과 이성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도덕교육의 교수모형의 핵심은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감정과 도덕이성의 불가분의 관계를 주지시키고 경험하게 하여 도덕원리의 형성과 실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모형을 통해 학생들은 도덕감정은 지식과 지혜 없이는 공허하며 도덕감정 없는 도덕원리는 추동력을 상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즉, 도덕성에 있어서 이성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계몽된 사고이며, 감정은 타인의 요구에 대한 민감성이자 상황에 대한 이해에 수반하는 감정의 적절함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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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A Teaching Model of Moral Education considering the Interdependency between Reason and Emotion in Morality.
Tak-Joon Jung (Mokpo National University)
This article has an intention to show the close relationship between the aim of moral education and the interdependency of reason to emotion in morality. This intention will be accomplished through reviewing and categorizing various theories which explain the roles of reason and emotion in morality-formation and morality-practice of human beings. This article categorizes the characteristics of reason and emotion in morality into four types - moral reason, non-moral reason, moral emotion, and non-moral emotion - and develops a teaching model of moral education according to this four types. This model is called "interdependency model."
The interdependency model is focused on helping student to know the indivisible relationship between reason and emotion in morality through facilitating them to experience the vivid interactions between reason and emotion in morality-formation and morality-practice.
Key Word: reason, emotion, moral reason, moral emotion, moral education, interdependency between reason and emotion, interdependency teaching 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