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희 수필집
『흰눈과 돼지고기』 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7
130*224 239쪽 유튜브 바로가기
■ 책 소개
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 문고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은 현역 기자인 김철희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 『흰눈과 돼지고기』이다.
‘세월, 무릎에 얹히다’, ‘광부와 라면’, ‘마스크와 한 철을 보내며’, ‘냉장고와 금고’ 등 4부로 나누어 둥글둥글 몽돌처럼 편안하고 정겹고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프고 눈물 나게 하는, 주옥같은 작품 40편을 실었다.
자신의 수필에는 “나의 이야기 천지”뿐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흰눈과 돼지고기』에서 작가는 “어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급물살에 떠밀려 부싯돌처럼 부딪혀 마모돼버린” 자신의 세월, 가족의 희로애락 등, 나와 나의 혈육들의 삶에 새겨진 풍파의 시간, 다사다난한 지난날들을 깊이,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 저자 소개
김철희
생활정보지가 한창이던 때 25세 나이에 자본금 100만 원으로 《상주생활타임즈》를 창업해 14년간 운영하다 지역신문을 10년 정도 발행했다. 민영뉴스통신사 아시아뉴스통신에서 9년간 근무하고 2021년 2월부터 (주)한국아이닷컴 자회사인 《데일리한국》(네이버뉴스스탠드사)으로 자리를 옮겨 대구경북취재본부 설립 후 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상주청년회의소(JC.2005) 회장, (사)경북지역신문총연합회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현재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월간 《한국수필》(2019)에 최원현 수필가의 심사로 등단했으며, 그해 격월간 《에세이스트》 신인상, 《경북문단》 신인상을 각각 받았다. (사)한국문인협회, (사)한국수필가협회, 리더스에세이, 에세이스트작가회의, 달구벌수필문학회 회원이다.
조선일보사가 기획한 『조선일보 100년,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2020년 12월 30일자)에 「우수리」가 뽑혀 게재됐다.
2022년 경북문화재단의 ‘경북예술인 창작활동준비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 목차
책을 엮으며
1부 세월, 무릎에 얹히다
우수리 / 게발선인장 / 자두 / 사랑할 때는 사랑인 줄 모른다 / 동행 / 석장승 얼굴 / 세월, 무릎에 얹히다 / 우리들의 밥상 / 풍화의 흔적 / 낯선 남자 / 벚꽃 그리고 별 / 어머니의 짜장 칼국수
2부 광부와 라면
광부와 라면 / 흰눈과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찌개 / 장인의 시계 / 가장 큰 실수 / 무형의 훈장 / 가난한 생일 / 아버지의 자리 / 때늦은 후회 / 첫 월급
3부 마스크와 한 철을 보내며
하찮은 병은 없다 / 마스크와 한 철을 보내며 / 아프다는 거 / 내 생애 설악산과 첫 맞선 /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 항저우와 서호의 추억들 / 영남의 젖줄 낙동강변에 들어선 ‘낙동강문학관’ / 경북 상주 모동면 백화산의 둘레길 ‘호국의 길’ / ‘고갯길의 대명사’ 문경새재, ‘문경의 소금강’ 진남교반
4부 냉장고와 금고
그녀의 첫 개인전 / 맹목적인 사랑, 참다운 사랑 / 인연이 만든 또 하나의 작품 / 도예가 부부 / 못다 부른 그리움 / 꿈을 마시며 /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 / 냉장고와 금고 / 편두통 탈출기 / 마음의 빚
■ 출판사 서평
마흔일곱에 상부(喪夫)하고 힘든 삶을 살며 칠 남매를 키워 온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인 1부에서는 게발선인장·자두·산나물·석장승·수술·밥상·보청기·전입신고·집·짜장 칼국수 등, 일상적인 소재에 연관된, 팔순(八旬)을 넘기고 구순을 지척에 둔 노모의 애틋한 숨결이 담긴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차분한 문장과 서정적인 묘사에 담긴 뜨거운 애모(愛母)의 정이 눈물겹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책, 바다, 늦은 밤… 그리고 어머니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행복 목록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빠트릴 수 없다. 경상도 사내의 무뚝뚝함으로 빚어진 약간의 갈등으로 자칫 순수성을 의심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엄연히 그것은 사실이다. 당신은 강한 만큼 쉬 깨지는 접시처럼 여리디여리다. 어느 날인가 서운하다고 하시며 하염없이 꺼이꺼이 눈물을 머금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 당장이라도 바랑을 들고 바다로 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바다는 넓은 가슴과 깊은 속내를 가졌기에 내 젖은 영혼에 모닥불을 피워줄 것만 같았고, 그렇게 믿었다. 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은 고단한 생에 몸부림치는 홀로된 여인의 절규 같다. 너울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은빛 윤슬은 따뜻한 미소처럼 눈부시다. 방파제를 거닐며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때 마치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는 한 여인의 안온한 체취를 맡는다. 늘 함께했으면 좋겠다.”-「사랑할 때는 사랑인 줄 모른다」 중에서
생전 아버지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기억과 다정다감했던 정을 회고하는 「아버지의 자리」 「광부와 라면」, 당신을 추억하는 단 하나의 물건, 시계 하나로 남은 장인의 지난 세월을 그린 「장인 丈人의 시계」 「때늦은 후회」, 아들에 대한 믿음과 소신 「무형의 훈장」, 어릴 적 동생에게 차려준 작은 생일상 이야기인 「가난한 생일」, 아내의 생일날 에피소드인 「가장 큰 실수」, 할머니와 손녀딸로 이어지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얽힌 소박한 행복의 맛을 그린 「흰눈과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찌개」, 딸의 「첫 월급」 등 2부는 인정과 사랑이 따스하게 살아있는, 슬프고도 즐거운 가족 이야기이다.
“돼지 목살은 비계가 약간 붙어있는 걸 써야 한다. 두부 외에 묵은김치를 넣는 것은 돼지 잡내를 잡기 위해서다. 약간의 짭짤한 맛은 돼지 목살 맛을 더 풍미 지게 한다. 김치가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맛, …
…멈칫거리던 다정이도 구미가 당겼던지 약간만 맛보겠다며 밥상머리로 바투 다가와 앉았다. 두부와 김치 밑으로 꼬들꼬들한 육질의 돼지 목살이 몽근하다. 첫술에 뜬 국물이 시원했던지 날름 밥 한술을 입에 넣는다. 연거푸 또 한 번 숟가락질한다. 그제야 입가에 살짝 흡족함이 묻어난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도 불편한 다리를 식탁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찌개에 숟가락을 담근다.” -「흰 눈과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찌개」 중에서
3부에서는 코로나19 범유행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여행의 참 의미를 다룬 작품을 실었다. 「마스크와 한 철을 보내며」, 외에 「항저우와 서호의 추억들」, 문경새재와 낙동강 문학관, 백화산 둘레길 ‘호국의 길’, 설악산 단풍 여행기 등에서 추억과 힐링의 여행기록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인생의 역경을 딛고 ‘진정한 삶’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꿋꿋한 도전정신이 담긴 문장을 만나게 된다.
“여행은 ‘길 위의 문학’이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으려거든 여행을 떠나고, 추억은 고스란히 글로써 남긴다. 언제고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가 의외로 많지는 않다. 두려움 때문이다. 질곡의 삶을 잊거나 부정하며 산다는 만큼 무섭고 두려운 게 있을까. 낯선 곳 어디에도 내 삶이 아닌 게 없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머지않아 나도 아침이면 문경새재 고갯길을 오르는 나그네가 되어 있으리라.” -「고갯길의 대명사 문경새재」 중에서
작가는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수필작품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4부에 실린 일련의 책 감상문은 지적인 독서 수필이라 할만하다. 「맹목적인 사랑, 참다운 사랑」에서는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 「인연이 만든 또 하나의 작품」에서는 사회 참여적 글쓰기에 관한 공감을 , 「못다 부른 그리움」에서는 ‘따뜻한 수필’에 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미언대의(微言大義)’- 깊은 의미와 정신이 담겨 있으며- 가슴에 전류를 보내는 수필을 쓰겠다는 작가의 바람이 실현된 『흰눈과 돼지고기』. “자기 서사의 주제와 소재, 상처의 삶을 온전히 다시 사는 경험”(김종완 수필가·평론가), “아련하고 정겨운 김철희의 글맛”(최원현 수필가), “절제의 언어, 탄탄한 구성” (박찬선 시인), 등의 찬사대로, 삶의 서사와 서정을 깊은 사유로 무르익게 하여 독자의 마음에 희망과 위로를 주는, ‘정신적 그린벨트’가 구현된, 즐거운 수필 읽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수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