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남루에 대하여
그가 불심검문에 전혀 겁먹지 않는 이유는
오랜 이력 탓이다 대학생끼리 기타 치던 젊은 날
대전역 광장, 하필 그 사내만 딱 찍어
신분증 부탁합니다 덩치 큰 형사의 요구에도
이유가 있으리라 받아들인다
탱큐요 저는 풍경 전문가입니다
방싯방싯 통과하던 젊음부터 시작이다
공주여중 스승의 비 오는 출근길
택시 기사 왈, 비 오는 날도 공사하냐? 물어서
제가 엄칭이 건강해 보입니까
그 순발력 있는 대꾸, 스스로 소문 뿜어내면서
그의 외모가 남루에 더 친숙해졌다
마찬가지다 자발적 귀양지 마라도 출정 직전
모슬포 포장집에서 제비족 시인 기다리는데
뚱땡이 아점니께서, 밀감 따는 분이냐
고개 끄떡이자 순대 몇 점 덤으로 주셨다
한남대 집회 때 연행된 경찰서 형사는
첫 질문이 ‘체육 선생이냐?’였다
국어 선생으로 대답하자
혹시 시인이냐고 물어서 아싸, 호랑나비
문답서 작성 중에 춤도 추고 싶었다 김상배 시인은
시인이나 노숙자나 같은 클라스란다
고희를 넘보는 굽은 등 시점, 더 여유로워졌다
치매 노인 찾는 전경에게 신분증 보여주는
그 사내, 이빨 틈새가 휑하니 벌어지면서
더 너그럽고 넉넉해졌다
이런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진다 오늘은
지병으로 쓰러진 모친 병문안 다녀오다가
오그르르 줄지어 늘어선 무료 급식소
동탄역 노숙자 틈에 재빨리 붙어
컵라면 하나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동짓달이다
나랏님 보호받을 날짜 가까워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