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피해 ‘현재진행형’…“법이 바뀌어야”
지난해 도촬 범죄 3천8333건 급증…처벌은 호주의 1/10 수준 ‘솜방방이’
불법 촬영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해 급증세를 보여, 불법 촬영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열악한 사회 인식 등에 대한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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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공개한 ‘2014~2018년 월별 세부 유형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평균 3천771건의 ‘불법 콘텐츠 사이버음란물’(이하 불법 촬영물) 범죄가 발생했다. 범죄 누적 건수는 2014년 4천354건, 2015년 4천244건, 2016년 3천777건, 2017년 2천646건, 2018년 3천833건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다시 급증세를 보였다.
월별로는 한 달 평균 314건의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했는데2016년 10월과 2018년 10월에는 각각 1천35건, 1천45건이 발생, 급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초 연예인, 기자, 대학생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불법 촬영 장비 등을 탐지하는 업체인 ‘한국스파이존’에 ‘몰카’ 점검을 문의하는 건수는 지난해 보다 60~70% 가까이 늘었다. 한국스파이존의 이원업 대표는 “체감상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업체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 업주들이 정기적인 점검이나 보안 대책을 물어온다”며 “특히 젊은 남녀들이 불법 촬영 카메라가 어느 지역에서 많이 나왔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고통 속에 있는데…가해자는 ‘새 출발’
▲ 트위터에 키워드 ‘최종범’을 워드클라우드한 결과, ‘미용실’, ‘착잡하다’, ‘뻔뻔하게’ 등이 연관어로 올랐다.
“가해자는 새 미용실 차린다고 홍보하면서 얼굴 피고 사는 것 같던데 진짜 너무 속상하다”
지난달 26일 가수 구하라(28)씨가 극단적 시도를 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구씨를 폭행하고 불법촬영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최종범이 자신의 SNS에 개인 미용실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며칠 뒤 터진 사건이라 대중의 분노는 거셌다. 최종범이 SNS에 글을 썼던 당시 일부 네티즌은 “불법 촬영 범인이 원장인 곳을 누가 가느냐”,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와중에 홍보하는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종범은 지난 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협박죄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최근에도 불법 촬영한 남자가 적발됐는데 반성의 기미가 있고 자기가 스스로 그동안 올렸던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감형해준다든가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성폭력 전담 판사가 불법 촬영을 하다가 적발된 이후 변호사를 개업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경우, 지방에서 교사가 불법 촬영을 하다가 적발된 이후 다른 지역에서 임용 시험을 치러 합격한 사례 등을 예로 들며 “지금의 대한민국 불법 촬영 관련법은 너무 관대하다. 법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영상 유포 저지 조항 ‘도입 시급’
호주에서는 지난해 8월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온라인 안전 강화법’이 통과됐다. 이 법에 따르면 불법촬영물을 유출하고 유포한 가해자는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동일 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7년까지 교도소에 구금된다. 특히 영상 유포를 막을 수 있다는 조항이 눈여겨볼만하다. 불법촬영물 삭제 요구를 받으면 해당 영상을 48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기업은 한화로 최대 약 4억2천만 원, 개인은 최대 약 8천4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는 국내법에 비해 10배 이상 강력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법정에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형을 선고할 때 법관이 참고할만한 양형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몰카’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법원의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범죄 수법이 날이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 상 불법촬영물 유포 시 그 피해를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영상 유포 시 삭제 의무 부과’ 장치가 없어 2차 피해를 당하는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법원 양형 위원회는 3일 토론회를 개최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행위를 ‘양형 가중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법제화의 실현은 요연하다.
원은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