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역에 판매한 계측기 교육을 하기 위하여 어제 정읍역을 어제 또 다녀왔습니다.
첨에는 교통편을 잘 알아보지 않아 값비싼 KTX 편으로 갔으나 (편도 5만여원..)
이번엔 2만원짜리 우등고속버스로 시원하게 다녀왔어요..
아침 일찍 갔다가 오후 일찍 돌아오니 정체도 없어 시간 절약에 돈 절약되는 데
왜 KTX가 있는 지 ???
게다가 KTX역과 버스터미널이 도보 5분 거리이니 서로 제살깎기 경쟁을...
각설하고요
이번 점심땐 좀 맛난 거 먹어보자하고 네이버 검색하다가
구시장의 화순옥이라는 순대국집을 발견하고는 여기로 가리라 결심을.. ㅋ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순대국을 목표로..
근데 오전 / 오후 나눠 실시하기로 한 교육은 오전으로 끝이나고 말았네요..
덕분에 시간여유가 있으니 살살 걸어가볼까하고 출발,,
근데
이 날따라 날씨가 왜 이리 더운지 체감온도 엄청 높은데다가
거리에 그늘도 없고 (정오 이니 해가 머리 위에 있어 그늘이 없어요.. 게다가 건물도 낮아서 더더욱..)
들고온 가방이 왜 이리 무거운 지
30여분 정도를 헤매면서 걸어 도착한 화순옥....
인터넷에는 근사한 식당 입구 사진이었는 데 가보니 그야말로 재래시장의 그냥 오래된 순대국집.. ㅋ
날도 더운 데 30여분 걸어서
재래시장의 순대국집에서 뜨거운 국물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땀방울이..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맞아주는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에 기분 업..
전통순대국밥 하나 시키면서 혹시 순대를 반만 주문받아줄 수 있느냐 물으니 단호히 안된다 그러네요..
장사가 잘되어서 그런지..
어쨌든 잠시 기다렸다 받은 순대국밥 (국/밥 따로) 을 가만히 보니
여기엔 들깻가루 넣을 생각을 아예 않하게끔 맑은 국물이더군요..
부속고기나 순대의 맛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맑고 조금은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
역시 맛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군요..
1시경에 갔는 데도 식당안의 식탁 (식탁이 몇 안되기도 했지만) 엔 손님들이 좌악..
재밌는 건
손님들이 거의 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ㅋ
무더운 날씨 게다가 정오의 뙤약볕 아래 전통 시장 한가운 데
그러나 매우 시원한 식당 안에서 먹는 점심을 거의 마칠 때 즈음
한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시네요..
순대 포장이 얼마유 ? => 13,000원이요..
비싸네 반만 파나 ? => 그렇게는 안해요.. 떼어오는 다른 순대국밥집하곤 달라(서)요
할머니는 바깥에 서계신 할아버지한테 나가 상황을 설명합니다.
(근데 문좀 닫아 주시면 좋겠는 데, 에어컨 틀어놨으니까요.. 말은 못하고 국물만 마십니다)
할머니 다시 들어오셔선 (손에는 13,000원 쥐어져 있고요)
그럼 하나 주셔, 근데 빨리 주셔, 차시간이 있응께...
예 하는 주방 아주머니의 손길은 아까 내 순대국 준비하는 것보다 빠르지가 않네요, 그것도 전혀...
할머니는 뭐 죄를 지셨는 지
시원한 에어컨이 켜있는 식당안으로 할아버지 모시고 들어와 앉아서 기다리면
밥먹는 나까지도 시원함을 유지할텐데
할아버지랑 같이 식당 문밖에 문을 열어놓은 채로 서계시면서 순대를 기다리시네요...
에어컨이 켜져있는 식당의 출입문은 결국 그 포장 순대가 전달되고 나서야 닫혔어요...
아 다시 시원...
서울에서는 없을법한 그런 광경이었던 듯 합니다...
두 노부부는 더운 데 문 바로 밖에 서서 기다리시고
주방 아주머니는 하나도 안서두르고 포장을 준비하고
서빙 아주머니는 에어컨 켜진 식당의 문이 열려 있어도 뭐라 한 마디 않하고
다른 손님들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식사를 하고..
그냥 저만 이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 보는 서울 촌놈 노릇을 하고 왔습니다...
첫댓글 식당이 엄청큰가바요..
아녜요 별로 안 큰데요..
오늘 점심을 순댓국으로 먹었는데.
두 테이블에 나이 드신 분들이 반주로 얼큰하게 드신 듯한데
한쪽은 아주 여유 있고 재미지게 드시고
한쪽은 육두문자에 서빙하는 아주머니한테 야, 너하면서 거슬리는데 그렇다고 그리 밉지는 않은데
익숙지 않은 풍경이 아니라 한소리 할 뻔했네.
정읍에서 풍경이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네.
주말 잘 보내시고.
주변의 일들은 건조한 시각으로 보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
용태는 건조한 시각이 아니라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안보이는 장면이 보이는 거겠지
무미건조함.. 이 걸 이겨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