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역* 5 -부재시편 9 (외 1편)
한 용 국
못다 푼 응어리처럼 낮달 떠 있다
돌을 던지면 깨진 자리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그간 잘 있었느냐고
사람의 형상을 취할 것 같다 나는
물푸레나무를 훑어 안부를 전한다
부풀어 오르는 기억의 환부 속에서
새는 낮달 근처를 맴돌다 되돌아가고
플라타너스들이 열매를 풍경처럼 매달 때
가슴 한 쪽을 덜컹덜컹 울려오는 순환선
어두워지는 강을 건너 온 열차는
언제나 다른 세상에서 오는 것 같아
열리는 문 외면하고 언덕 쪽 돌아보면
병원으로 가던 길모퉁이에
볼록거울 하나 서 있다 그 속에
강을 막 등진 듯 껑충한 나무 한 그루
사람의 형상으로 팔 벌리고 서 있다
*성내역 : 잠실나루 역의 옛 이름.
점을 보다
1.
남자의 손끝에서
물이 흘러나와
화선지를 적시는 것을 바라본다
음양오행의 그늘을
아래로 휘어들어
발꿈치를 살짝 들어 올리는 것을
2
바람은 바람의 문을 열고
다른 바람을 불러들인다
손금의 행로를 기울이는 것은
살아온 날들의 중력일 터
어느 눈금에서 파르르 떨리면
눈꺼풀이 조금 편안하게
내려앉을 것인가
창밖에는
편관과 식신을 적시며 내리는 비
3.
마른 나뭇가지에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격이니
구설수를 조심하고
마음을 문지방 안에 두어라
물을 밀어가는 물의 힘으로
얼굴 한 겹을 벗어 놓고
돌아 나오는 길
빗속으로
뿌리 없는 빛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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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 2003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ㅡ 「시인정신」2015년 겨울호
카페 게시글
시인정신 신작시 초대석
성내역* 5 -부재시편 9 (외 1편) / 한용국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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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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