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가르켜 주는 사람이 없는것이 당연함에도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것 마냥.
어느 타이밍에 거절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이 일을 거절해도 되는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다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벅찬데.
내일도 출근하게 되었다.
고객 하나가 오늘 사정이 안 되서 내일 오겠다고 했는데, 사장이랑 얘기가 안되서 나 한테 미리 말한단다.
영 사정이 딱해보여서 약속이 있음에도 취소하고 해 주겠다고 한건
딱히 상대가 안쓰러워서라기보단
단골손님인것 같은데 거절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싶었던 불안감.
나중에 연락이 된 사장이 거절하지 그랬냐고,
내일까지 출근시켜서 미안해서 어쩌냐고 말 했지만
오히려 그 말이 다그치는 것 같아서 고개를 못 들었다.
내가 일 한다음에, 사장이 또 최종 마무리를 해야 하는 일이라서.
고객은 내일 저녁에나 온단다.
내가 일을 다 끝낼 수 있을지도 벌써부터 걱정되고
사장이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이 되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사람이 좋아서 거절을 잘 못한다거나
이 직원은 참 착하다거나
그런말을 들어도 솔직히 웃길뿐.
거절 못하고 얌전하게 있기만 하면 착하다고 말해버리는 그 말들에 오히려 진절머리가 난다.
이건 착한게 아니라 병신인거 아냐?
자기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한 채 나이나 쳐먹어버린 내가 밉다.
어떨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오늘도 우울하다.
주위 신경 쓸 필요가 뭐 있냐고들 하지만
주위를 신경 안쓰면 오히려 그게 민폐가 되잖아?
주변을 신경써서 행동하는 일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난 좀 과한면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