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비보호좌회전, 바른 규범을 알려야...(기고)
거제YMCA 문철봉
20여 년 전 캐나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에서 일방통행로를 진입하다가 경찰에게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곳은 비보호좌전의 표시가 따로 있지 않았다. 직진 신호의 파란 주행 신호 선에서 마주 오는 차선이 비어 안전하다 싶으면 좌회전을 하는, 이미 비보호좌회전이 일반화, 상식화 되어 있던 곳이기에 일방통행을 하던 주행로에서 가로질러 마주친 일방통행로를 보고 좌회전을 하여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붙어 정지를 명했고 나는 얼떨떨해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저 길에서는 이 길로 진입을 못한다. 진입금지 표지판을 보지 않았냐?”고 했다. 내가 표지판을 못 본 것이다. 이렇게 비보호좌회전의 표시는 아예 없고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거나 진입을 하면 안 된다는 표지를 따로 해 놓은 것이 일반적인 것을 이때 알게 되었다.
우리 지역에도 언제부턴가 일방통행과 비보호좌회전의 표지판을 쉽게 본다. 일방통행은 도로상의 행사나 공사일정에 따라 예전에도 시행되어 왔고 대도시의 좁은 길 소통을 위해 지정 되어왔지만 우리지역 같은 소도시까지 일반화되기는 오랜 된 것 같지 않다. 비보호좌회전 역시 지금과 같이 지역현장에서 실체화되기는 얼마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교차로에 들어서 비보호좌회전을 어찌할 바 몰라 쩔쩔매는 운전자를 종종 본다.
이렇게 바뀐 교통체계는 2009년부터 시행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의 일환으로 제법 된 것이다. 이것이 일반화, 보편화 되면 지금 붙어 있는 교차로 예비표지판인 좌회전비보호표지판은 사라지고 북미처럼 진입 또는 좌회전을 해서는 안 될 곳에 이를 알리는 금지 표지판만 붙을 예정이라 한다.
북미의 비보호좌회전 규범의 경험은 이렇다.
일반 교차로에서 ‘직진(녹색)신호일 때, 당신 앞이 깨끗하여 안전이 확보되면 천천히 회전하라’고 되어 있다. (특별한 곳에만 별도의 좌회전 신호표시나 금지표지가 있다.)전방이 비어서 시야가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주관적일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복잡한도심 안에서는 대개 한 블록의 교차로와 교차로사이가 비어진 것을 말한다. 이때 비보호좌회전의 대기 양식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아야 하고 핸들도 좌우로 꺾이지 않아야한다. 자신의 차가 비보호좌회전을 대기하는 맨 앞차이면 교차로 안에서 기다렸다가 안전한 상태 또는 신호가 바뀌는 사이의 대기신호인 황색신호에서 빠져 나가야한다. 황색신호일 때 교차로 안에서 대기한 상태면 신속히 빠져 나가야 하고 교차로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가 꼬리를 물고 좌회전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제 시행 단계라 교차로마다 비보호좌회전의 표지판이 붙었지만 이것을 인식하는 운전자의 반응은 각양각색인 것 같다. 녹색신호 즉 직진 신호에서 주행하는 차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것은 인지한 것 같으나 직진주행 차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를 임의로 생각하는 것 같다. 직진으로 주행하는 차들의 간격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회전하기도 하고 마주오던 직진 차량이 정지를 하고선 도리어 좌회전 차가 지나가도록 양보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정말 위험천만이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교통운영체계 선진화’에서 선진화란 내용보다 형식만 먼저 빌려온 탓 때문이라 여겨진다. 선진사회는 사회공공의 규범에 모두가 철저하다. 이 철저함은 사회 구성원이 함께 인식하고 공감하는 분명한 조건의 약속이행인 것 또한 물론이다. 지금이라도 비보호좌회전 시에 지켜야할 규범을 좀 더 명확히 알려주어 형식만이 아닌 내용도 함께 있는 선진시민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