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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역사를 이해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사관(史觀)'이라고 하는데,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동일한 사건도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역사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단적으로 지난 정권에서 시도했다 대다수 학자들과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던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과거 박정의 정권 하에서 모든 교과서가 국정으로 발행되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사회의 민주화 분위기에 맞추어 한국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과서가 이제는 검인정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유독 한국사만을 국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실상 이것은 단순히 국정이냐 검인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일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이승만 정권을 건국의 주체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고 이해되고 있다. 즉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관을 정권에 유리하게 서술하여, 학생들에게 교육시키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바꿔 말하자면 국정 교과서를 제정하려는 움직임과 그것에 반대하는 일련의 운동들은 바로 일종의 '사관'을 두고 벌어진 이념 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역사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역사 서술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비전공자로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고 이해된다. 제목에서부터 자신이 바라보는 역사에 대한 관점과 역사 기술이 지니는 중요성 등에 대해서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역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서양과 동양에서의 역사의 원류로부터 시작하여, 주요한 역사가와 저작들을 통해 다양한 사관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역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항상 그 중심에 두고 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묘청과 김부식'을 다룬 항목에서는 '믿어서는 안될 역사'라는 부제로, 고려시대 이 두사람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 관계를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 결과 묘청은 반란의 주역으로 죽임을 당하고 김부식이 역사의 승리자로 남아 삼국사기>를 편찬했지만, 그 책 역시 김부식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 8개의 장으로 구성된 내용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학설들과 그것이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보편적인 역사관에 대한 저자의 해설과 함께, 세계사의 흐름은 물론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설명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역사에서의 우연과 필연의 중요성, 그리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생각 등에 대해서도 '우연한' 사건에 대한 의미 부여보다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결과를 초래한 '인과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도드라지게 표출되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선행 저술을 통해서, 후속작인 최근의 <역사의 역사>라는 보다 깊이 있는 작업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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