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화 두구르는 영 필 기미가 없고, 세구루는 은퇴를 했다. 채송화는 봉숭화에 치여서 지리멸멸하다. 이게 현제 상황이다. 내 화분? 나는 물을 줄뿐이다. 기르시고 꽃을 피게하시는 분은 그분이다. 골목길을 걷는데 우연히 눈에 띄는, 잘 익어가는 여지 하나와, 익어서 말라가는 오이하나와, 창문에 엉키듯 화사하게 피어있는 수세미 꽃을 보게되었다. 여지와 오이가 매달려 있는곳은 실외기였다. 실외기. 이게 바로 그분의 솜씨 인것이다. 내가 물을 주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말이 된건가, 안된건가. 햇볕이 없어서 시원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비가 한둘 떨어진다. 비 소식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TV한구석에서 비가 흩뿌려지고 우산이 그려진것을 보듯도 싶긴하다. 이젠 내 기억력 믿을만 한게 못된다. 저건 뭔소리? 까치도 까마귀도 아닌 다른 새소린데, 그도 기억에 없다. 어쩌면 까마귀의 또다른 발성일수도 있다. 세상에 내가 알고있는게 얼마나 된다고. 내가 알수있는 것은 얼마쯤일까. 아니, 사실 이런데 관심을 기울려 본적도 없다. 그냥 살았다. 돈이 생기는 일이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럼에도 정작 돈과는 친하지 못했다. 살면서 사기당하지 않는게 어디냐 싶긴 하지만. 하긴 사기도 아무나 당하는 것도 아닐듯 싶다. 가령 뭔가 있어야 뺏으려 덤비는 수작이 있을태니 말이다. 어쩌면 그도 다행인가.ㅎㅎㅎ. 무덥다. 아들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려면 2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 아들이 온다고해서 내 일이 끝인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들까지 챙겨야하는 부담도 있으니까. 아이들 표현도 그랬다. 아빠가 집에 있으면 지들을 살펴주는 것은 좋은데, 자유가 억압받는 것도 사실이라나. 인생은 반듯이 양면이 있으니까. 그럼 또다른 내 양면은 뭣이었지를 생각해보았다. 무책임하고 무능의 끝판왕이었던 남편과의 동행이 내게 어떤 잇점이 있었던가. 그를 경훌히 여기는 것 말고는 뭐가 있었을까. 자신의 반쪽을 신뢰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는 인생에 무슨 잇점이 있을수가 있지?
덥고 덥다 하는 중에도 여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벌써 8월이다.세상은 시끌버끌하다. 나만 고요하다. 다행인가, 혹은 감사인가. 오늘 하루도 다를 무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감사했으면 더욱 좋겠다. 나를 사랑하신 나의 하나님 이란 고백이 진심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