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먼 곳을 갈수나 있으려나 걱정 반 의혹으로 망설이다 12월 13일 새벽 여행가방을 짊어집니다.
목적지-강원도 춘천.광주송정역 8시 5분 무궁화호 첫차를 탔지요.강원도는 몹시 추우리라는 편견으로 두꺼운 옷을 껴입은 탓에 옷이 걸어갑니다. 장성-백양사-정읍..논과 밭에 하얗게 서리가 껴있어 눈가루 같습니다.졸음 섞인 희망과 기대감이 눈꺼풀을 연신 들어올리지요. 전라도,충청도,경기도..용산 도착.매표소에 부리나케 당도해 춘천행 ITX 청춘열차 표를 구합니다. 1번 전철역에서 청춘열차는 출~발.어! 그런데 이거 전철이야,기차야..훨씬 아늑하지만 구조가 좀 전철입니다.청춘에 걸맞게 청춘들이 많이 탄 듯하지요.가면서 강촌역이 김유정역으로 돼있는데 춘천에 있을 텐데요.? 아무튼 모든 거리가 춘천 같아요..
여행지를 춘천으로 정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젊은 시절 청량리에서 곧잘 경춘선을 탄 추억들이 있으며 '아들찾아 삼만리'모정에 겨운 어미의 마음이 발동한 이유입니다. 효자동에서 사는데 절대 효자가 아니거든요.한달이고 두달이고 전화는 안 받고(아빠에게도 마찬가지) 카톡도 안 보는 혼삶족입니다.좀 폐쇄적이에요.간섭받는 거 질색에 자기 고집이 강한 성격.그 아들을 보러 갑니다.가평,청평,강촌,남춘천..군데군데 희미한 추억들이 살짝 고개를 내미는데 푸릇한 얼굴들이 반가이 맞이하네요.웰 컴 투 춘천..터널이 자주 등장해 그림들이 끊기긴 하지만 마음으로 훤히 드러납니다.드디어 춘천역 도착.택시를 탑니다. 효자동 ** -29번지..원룸이라 골목들 사이를 누빕니다.곳곳마다 효자부동산,효자숯불갈비..^우리 아들도 개과천선하여 효자되기를..
원룸이라 하기엔 좀 괜찮은 -빌 건물에 조금 움찔.. 그런데 난관봉착.비밀먼호 입력? 딸에게 전화하니 숫자는 아는데 앞뒤 기호가 붙어있어 시도하라 하지요. # 혹은 * .아구! 이젠 터키에 있는 아빠에게 카톡..7가지 정도 예문을 제시하네요.그래도 불가능.결국 관리자에게 연락.자동문이 스르르..승강기를 타고 3층에 올라 현관문 노크하기.아빠가 노크하라했거든요. 반가움 보다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합니다.불시 검문 당하는 사람처럼..연락도 없이 왔다는 거지요.그럼 연락은 되나..^생각보다 깔끔한 방.정돈된 모습에 안심합니다. 정신도 저리 안정되기를..갖고 간 마른반찬을 냉장고에 넣으며 힐끔.온통 인스턴트지만 다행히 밥통에 노란불이 켜 있어 밥은 먹는가 봅니다.
첫댓글 나로선 거의 모험에 가깝게 이행했지만 결국 결론은..우리 집이 최고야.^ 낯선 도시,삶의 방식이 달라진 호기심도 있지만 그 에 따른 불편함이 여행의 묘미일런지요. 또 어디론가 가고는 싶습니다. 멀리 말고 전라도로..^
다리 불편하신데 아주 먼 춘천까지 다녀오시다니~ 제가 생각해도 모험입니다. 아들에게 연락도없이 아들 보러 간 모정과 불시에 엄마를 맞이한 아들의 당황한 모습. 부모가 되어보면 자식에 대한 간절한 정을 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