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인가 보다. 몸은 늙어, 앉고 일어나는 일마저 버거운데도 성숙하지 못한 뭔가는 나를 여전히 어린아이 처럼 갈바를 모르고 헤메게 하는가 보다. 숙제를 덜한 느낌인가 하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것도, 집을 구하려 다니는 것까지도 멈추지 않는 나의 방황인가 싶다.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 그만 내려놓을때도 되지 않았나. 한발은 이미 저쪽에 들어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아니었어? 살아있으면 살아있는 값을 해야한다는 얼친 생각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다. 돈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불러온 잡념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나의 속된 집념은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있다. 독서라는 말은 붙이지 않는다. 그냥, 말 그대로 책을 읽고있다. 이것도 헛된 노력이다. 좋은말과 좋은 경험들이 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적응력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오래된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에 책속에서 길을 찾아갔던게 잊혀지지 않는다. 나도 평생동안 읽었다. 현실 도피였고, 지금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 그래선지 내 책읽기는 내 인생에 아무 도움도 안되었다. 오히려 슬프게 했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영양가 없는 책읽기는 나같은 사람들 이야기다. 내 인생에는 역전도 없고 성공신화도 없다. 아닌가. 지금의 이 빈둥대고 무위도식의 일상은 뭐지? 은혜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어디서 온 발상이고 확신이지? 주일이다. 습관처럼, 아니면 운동삼아 교회 출석을 마음먹고 있다. 이 더운날, 이런 노고라도 있어야 하나님 앞에 서지 않을까. 하나님 앞에 설수는 있을까. 나를 사랑하신 나의 하나님, 이라는 고백만으로 충분할까. 나를 살펴주시고 나를 이끄시길 원하면서도, 내가 주님께 뭘 드리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없다. 천지의 주인되신 분께 나의 작은것이, 남루하고 비천한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은게, 내 소신이다. 내가 주님을 위해 있는게 아니라, 주님이 나를 위해 계신다는게 내 믿음이다. 천지를 지으신 그분이 나를위해 계신다? 이 얼마나 근사한가. 이것말고 또 뭐가 필요하겠는가. ㅎㅎㅎ이게 내가 찾은 답이라면 성공신화가 따로 없어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와! 파이팅이다!
꿈에서는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집도 있어야했고, 일자리도 꼭 필요했다. 몇푼 안되는 작은 돈도 움켜쥘수밖에 없었다. 내일은 늘 막막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 나이는 78세다. 한발은 이미 저쪽에 가있다는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제는 좋은 노인으로 편안을 누리며 지내다가 가볍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연습을 꿈속에서라도 하는게 맞다. 어떤 집착도 그만 내려놓으면 좋겠다. 재순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무도 몰라줘도 나는 너를 위로한다. 구르는 재주하나 없었어도, 비록 남루하고 비천한 인생이었지만 잘 참고 견디었으니 이게 바로 성공이고 역전이 아닐까. 이만하면 됐어. 이름 날리는 명사가 안되었어도 이미 충분해! 이제 마무리 잘하고 천국가자! 거기 너를 기다리는 분들 많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얼굴도 기억에 없는 아버지까지, 어머니와 함께 벌써부터 마중나와 계실지도 모르잖아. 힘을 내자. 그래 파이팅하자! 하나님도 빙긋 웃으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