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구역 불법 주·정차 5년새 24배나 늘어
강원도 8304건 적발…주차 공간 확보·시민의식 개선 동시 진행돼야
최근 산불 및 건물화재 신속 진압 실패에 대한 언론 보도들에서 법규를 어기고 멋대로 주·정차된 차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던 점이 한 원인으로 제기되면서 불법 주·정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2월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에서도 이런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 진입을 못해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불법주정차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시민 피해가 확대된 사례가 147건에 달한다.
강원도와 춘천시 역시 불법 주·정차 문제로 인한 문제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자는 인구 이동이 많은 춘천 시내를 중심으로 현장 주·정차 상황을 취재했다.
춘천시 옥천동에 위치한 춘천시청 앞 인도에 주차한 자동차의 모습
춘천시의 인구 이동이 많은 시청·시의회 건물 앞조차도 무단 주·정차에 대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시청 앞에는 인도에 올라서 주차한 차량까지 난무한다. 이 때문에 행사가 많은 시청 주변의 주차 문제 때문에 불편, 불안을 겪는 시민들이 많다.
춘천시청 이전 이후 줄곧 7세, 5세 두 아들을 데리고 시청 광장에 산책을 나오는 정모(43·가정주부)씨는 늘 걱정이 있다. “아무데나 주·정차된 차량들이 툭 튀어나와 아이들을 칠까봐 항상 걱정”이라는 것이다. 또 “횡당보도에까지 주차하는 차량들 때문에 더욱 불편하다”는 정씨는 “시에서 좀 더 철저히 관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차문제는 비단 도심뿐 아니라 시내 대학 교내에서도 몸살을 앓는 문제다.
춘천시 옥천동에 위치한 한림대학교 대학본부별관 앞에 무단 주·정차된 차량들의 모습
이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하는 안모(27)씨는 “교내에서 이동 중 아무데나 세워져 있거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량들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많다”며 “학교 차원에서 좀 더 주차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통계포털 사이트 KOSIS
지난 11년간 도내 공·민영 주차장 주차 면수는 2만 개에서 40만개 가량으로 20배나 증가했다. 자동차 보유한 집이 41만1천 647가구인데 주차장 면수는 41만1천667개로 수치상으로는 적정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춘천의 경우, 인구 이동이 많은 시내를 비롯한 지역 곳곳에 주차 라인이 그려지지 않은 지점에 주차되어있는 차량들이 많다.
출처 : 경기개발연구원
출처 : 경기개발연구원
2018년 4분기 경기개발연구원이 운전자 5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데 따르면 불법 주차의 원인으로 ‘주차장 부족’이 37%로 가장 많았다. 정부가 주차 구역 관리 및 확장 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지만 역부족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춘천시 퇴계동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모(43)씨는 “손님들이 빵을 사러 오는데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해 한다”며 “주차장들이 CGV같은 큰 건물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주변 곳곳에 공용 주차장이 더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시에서는 예전보다 주차 공간을 많이 늘렸다고 하나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춘천지소 관계자(40)는 “주차구역 확장 및 재건 등은 시 예산 및 개발사업과 관련된 문제라 쉽게 확장 할 수 있다, 없다를 논하기 힘들다”며 “현재 시간대별 공용 주차장 운영과 승용차 요일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말했다.
한편, 춘천시는 ‘가구당 자동차 보유수’가 증가하면서 공터, 도로변 및 학교 등의 무단 주·정차 뿐 아니라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위반 차량들까지 많아졌다.
춘천시 옥천동에 위치한 한림대학교 자연과학관 옆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 차량들의 모습.
주차할 데를 찾기 힘들고 주차 구역의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장애인전용 주차 구역’에까지 주차하는 차량들이 늘어난 것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주차구역 위반 운전자들의 적발 시 첫 마디가 “장애인 주차 구역이 건물과 가장 가까워 빨리 볼일 보고 바로 가려고 잠시 주차했다, 장애인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이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은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위반 적발 및 과태료 정수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위반 건수가 3만9천334건에서 33만359건으로 740%나 증가한 것이다. 강원도는 그 정도가 심해 5년 사이 338건에서 8천304건으로 무려 24.6배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춘천시청 경로장애인과 관계자는 “법규 준수와 시민의식 고취를 위해 포스터와 현수막 등을 가독성이 높은 대로변이나 관공서 및 중. 고등학교 정문 등에 부착 중”이라며 “캠페인도 실시하려 계획 중이나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해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시는 또 가구별 자동차 보유수 통계를 업데이트 해 주차 문제 개선 마련에 참고 할 예정이다.
춘천시 교동에 위치한 선거관리위원회 건물(구 춘여고) 앞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의 모습.
정부와 각급 지자체가 주차 구역확보와 제도 및 시민의식 개선 등을 통해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차문제’가 들어간 트위터 메시지들을 텍스트마이닝하여 워드클라우드 기법으로 시각화한 결과. ‘시민의식’, ‘시야확보붉’,‘진로방해’ 등 불법 주·정차 문제의 원인과 그 여파에 대한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출처 :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황선우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