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3일 목요일
굵은 듯 가는 듯 내리는 가을 빗줄기 사이로 미쳐 물들지 못한
단풍잎이 떨어집니다.
괜히 맘이 아리송송하기도 하고, 눅눅하기도 하고......
이런 날 아이들은 늘 방방 떠서 불러대는 내 목소리 보다는
다소 차분하게 지긋이 부르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다행히 저는 비를 무척 좋아하는 관계로 비가 오는 날은
하루 죙일 기분이 아주 좋아 아이들과 늘 행복합니다.
1-2교시; 10월의 마지막날 예술회관에서 하는 학예회를 앞두고
연일 강도 높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막바지에 다가갈 수록 부족한 것들이 더욱더 눈에 띠고,
아이들은 조금씩 힘들어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처음 손도 못 잡고, 제자리도 못찾던 것을 생각하면
음악에 맞추어 따라 하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이렇듯 정성을 다하면 누구나, 무슨 일이나 나아지고,
좋아지고, 변화한다는 사실! 오늘도 제겐 큰 가르침으로 남습니다.
철호가 서서 소변을 누기 시작하였지요.
그런데 조절이 잘 안되어서 아직도 제가 쪼그리고 앉아서
고추를 미리 떼어 주고, 손으로 잡고 줄기를 조절해야 합니다.
다 누고 나서 칭찬을 한 껏 해주면 마치
‘나도 이젠 남자다’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습니다.
그 동안 서서 누는 정호 옆에서 얼쩡거릴 때 제가 그 이유를 몰랐나봅니다.
기다려도 누지를 않아서 늘 포기를 했었거든요.
이렇듯 지치지 않는 기다림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도를
늘 해야함을 다시 공부합니다.
3교시 국어; ‘꿈속에서’동화 따라 읽기, 스스로 읽기, 발음지도 하였습니다.
점심 ; 잡곡밥, 추어탕, 양파저림, 동그랑땡, 호박볶음, 사과
너무 다 잘들 먹었구요,
4교시는 얼른 양치 끝내고 빗소리 들으며
노래 들으며
창밖을 구경도 하고,
묻고 대답하기도 하면서
오늘도 하루 행복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첫댓글 비날바님의 글을 읽노라면 풍경이 눈에 선하게 비춰지는것 같습니다. 동심(童心)과 자연이 어우러진 심성이 유리알 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참 부럽내요! 세상에서 가장 선한분들과 함께 하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