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주간 사퇴의 변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주간을 맡은 애지로 등단한 남상진입니다. 아직 제대로 된 시 한 편 쓰지 못한 문단의 말석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인들] 문예지 창간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코로나 정국에 줌으로 만나 창간호를 기획하고 편집하며 귀한 인연들을 뵙고 기뻤습니다.
문예지 [시인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생업도 뒤로 미루고 마산에서 부산까지 십 수 번 왕래하며 작은 힘이나마 보태보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좋은 문예지의 탄생만을 기대한 순진한 저의 바람은 일부 시인의 사심을 목도하는 순간 시인으로서의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제가 평소 꿈꾸던 시인의 모습이 아닌 사심에 사로잡힌 정치인처럼 권모술수에 능한 분의 얼굴을 계속 볼 용기가 없어 정중히 주간의 자리를 내려놓고 제 자리로 돌아가 생업과 글공부에 전념하려합니다.
부디 좋은 문예지 [시인들] 이 되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그동안 진정한 시인의 면목을 보여주신 대부분의 선생님들께 고맙고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제대로 된 시 한 편 쓰는 사람 되겠습니다.
제게 있어 시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거울에 비친 생각
나는 귀가 두꺼워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귀를 접을 필요가 없다
말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어서
거울에 비춰지는 것으로
표정을 다듬는 사람을 바라보면
나도
평면을 걸어가고 있는 물처럼 출렁인다
내가 나뭇잎을 만지면
너는 초록으로 흘러내린다
빗물처럼 고이는 나뭇잎들
어디까지가 반사된 영역인지
돌아보면 뒷모습만 남는다
뒷걸음질로 앞을 비춰보면서 걷는다
눈물도 따뜻한 점성이 있어서
이파리를 움켜쥔 나무를
거울에 비추면 울음이 묻어난다
제 안에 길을 내지 못한 나무는
스스로 숲을 지운다
깨져 떨어져 나온 조각 거울처럼
간간이 비치는 파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