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의 사투를 걸다시피 한 학예회가
"이문세 공연보다도 더 멋지고, 올림픽보다 더 감동적인 학예회"가 끝났습니다.
아무리 장애정도가 심해도 한 명도 빠짐없이 무대에 다 서야 한다는
교장샘의 지론대로 우리는 하나가 되어서 10월 마지막 밤을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3학년에 새롭게 한명이 전학이 온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힘든일을 끝냈다 싶었는데
전학생이 온다니...
제가 3학년 1반인데요. 아이들을 워낙 잘 다루다보니
저희 반이 최고로 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2학기 때 도우미샘도
다른 반에 양보를 했는데 전학생은 우리반 부터 받아야 합니다.
아>>> 도대체 학기 시작 할 때도 아니고 다 마쳐 갈 때 온단 말인가??
일반 아이들과 달라서 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부비고 할려면
서로에게 적응해야 할 사항이 만만치 않은 것을..
하필, 도우미 있는 두반을 놔두고 없는 내 반에 또 받아야하고...
일복 많은 놈은 어쩔 수 없다고 되뇌이도 하루죙일 맘이 무겁다.
드디어 전학생이 왔다.
생머리를 질끈 묶고 배싹 마른 젊은 누나 (?)가 아이를 두명이나 데리고.
알고 보니 우리반에 올 아이하고 4학년에 갈 형하고 두명인 것이다.
우선, 아이 상태를 온 몸으로 감지하고 눈으로 파악하고...
다행히 아이는 너무나 양호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우리 학교에 올 아이가 아니였다.
아무튼,
상담을 시작했다.
누나인줄 알았던 사람은 31살의 어머니였다. 도대체 몇살에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
아빠는 없단다. 이혼을 하였단다.
한 명도 아이고 두명을 혼자서 책임져야 한단다..
아버지의 심한 구타를 이기지 못해 이혼을 했고
이혼을 한 아버지는 정신 질환이 더 심해져 아이들을 방치했고
보다 못한 할머니께서 아이들을 양육하다가 할머니마저 치매에 걸리고
아이들은 학교도 거의 가지 않고 방치된채로 있다가
보육원에 보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데리고 이모가 있는
이곳 낯선 도시 구미로 부랴부랴 왔다고 한다.
"뭐 한다고 그리 일찍 결혼은 했노???" 나도 모르게 야단치듯이 물었고
"그러게 말이예요..너무 몰랐어요"라고 울면서 대답한다.
아직 취직 자리도 알아 보아야 하고.... 듣고 있자니 기가 막히다.
"솔직히 형 말고 우리 반 ***는 부모만 온전하면 우리 학교에 올 아이가 아니다
일반학교나 특수학급에 가야 할 아이다..아깝고, 미안하고, 안됐다"고 말하니
"특수 학급에서는 우리 학교를 극구 가라고 했다"고..
이 아이들이 돈많고 빽있고, 능력있는 부모였으면 그랬을까?? 화가 났지만
내색은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노랗게 뜬 얼굴의 아직도 어린 엄마를 보내놓고
아이를 끌어 안아 보니 안기기는 하지만 눈을 못 맞춘다.
다음날, 난 아이에게 일단 제일 필요한 작업을 시작했다.
짙게 배여 있는 실패감, 열등감, 문화실조 등을 하루 빨리 걷어내는 일이다.
우선 반장으로 임명하고, 칭찬으로 무장하고, 무차별적인 스킨쉽으로 공격하고
늘 도움만 받던 것을 우리 반 도우미샘의 자격으로 다른 친구들을 도우는
기회를 주고 그 보답으로 한 없는 지지와 박수와 기도를 보냈다.
아이는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표정이 너무나 환해졌고
생기발랄해졌으며, 공부만 자꾸 하자고 난리다.
그리고 시키지도 않은 일 까지 하면서 내게 더욱더 인정을 요구한다.
오늘도,
우리 반의 일 반은 제 스스로 하면서 내 칭찬 한마디에 활짝 피는 얼굴
점심 시간 나온 귤 하나를 반쪽만 먹고 내가 너무 좋다고 나에게 권하는 놈
잘 안되는 "ㅅ"옷 발음을 교정 중인데 그것을 잘해볼려고 애쓰는 놈..
너무 이쁜 놈..안타까운 놈..
남은 방학까지 뒤쳐진 학력 보충은 물론,
자신감 팽배시켜서 내년에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꼭 보내야 겠다고 다짐한다.
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제자가 이 가을 내게 또 다른 노력과 사랑을 기다린다
그래서 더욱 난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인과(因果)는 분명한것......
과찬의 말씀을...보이차 마시러 갈께요..스님도, 주인공님도, 아나디아 님도 보고싶어요. 남도의 강산도 보고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