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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수캐로서의 피와 본능과 운명을 격렬한 호흡으로 노래한 이 시는 언제 읽어도 목이 얼얼해지곤 한다. “애비는 종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등 잘 알려진 시구 속에서 사금처럼 반짝이는 그의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2000년 12월 눈 많이 내리는 날, 그가 86세로 타계했을 때 이 시 「자화상」 속에서 그의 처절한 유언을 발견한 한 평론가의 시선은 참 탁월하다.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올해 그의 탄신 100주년이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쳐 온 시인의 상처와 죄와 비극적인 운명으로서의 「자화상」을 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