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 잘하고 싶다_호숫가마을 이야기, 기대.
김한나, 김제사회복지관
아, 사회사업 잘하고 싶다.
2021년 김제사회복지관 단기사회사업은 나에겐 큰 소용돌이와도 같은 순간이었다.
사회복지 인생의 터닝포인트랄까.
‘내가 알던 복지는 복지가 아니었나?’ ‘그동안 뭔가가 잘못된 건가?’
이런 생각부터,
‘그래 당사자가 주인 되는 거 좋아. 공생성 좋아.’ ‘왜 그동안 이런 걸 안 알려줬지?’ ‘근데 이게 진짜 된다고?’ 등
의문이 가득 담긴 생각까지…
그렇게 소용돌이를 가져다준 책이 ‘복지요결’과 ‘호숫가 마을 이야기’였다.
특히 호숫가마을 이야기는 그 당시 나에겐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그럴 법한 아름다운 소설 이야기로 다가왔다.
‘와, 이런 마을이 진짜 있다고? 이런 분들이 있다고?’ 하는 마음이었다.
2년 차 사회복지사로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며(여전히 많은 궁금함이 있지만)
‘아, 따듯하다. 최선웅 관장님처럼 사회사업 제대로 해보고 싶다. 이렇게 하면 정말 살맛 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듯하다.
인정이 있다.
소중하다.
아름답다.
깨끗하고 맑다.
귀하다.
졸업여행(p.52~62) 부분을 읽고 끝에 내가 남긴 메모이다.
인정이 넘치는 곳. 정말 문자 그대로 사람다움이 묻어나는 곳. 살맛 나는 곳. 호숫가마을.
두고두고 읽고 싶은 이야기다.
아, 이렇게 사회사업 하고 싶다.
기본
저자와의 대화는 매년 진행했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JK 롤링을 섭외하고 대전 컨벤션센터를 빌리면 저자와의 대화는 발전한 것일까요?
저는 저자와의 대화에서 당사자가 하는 일이 늘어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발전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매해 진행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이를 든든히 감싸고 있는 마을 이웃들을 보았습니다. 10쪽
실무자의 재주나 자원으로 일하면 실무자에게 아이들이 끌려갈 수 있습니다.
실무자의 사업에 그치고 아이들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로 뻗어가지 못할 겁니다. 15쪽
아이들이 주인 되어 준비하고 누리는 여행. 어설프고 부족하고 실수하고 때로 위험하지만
그 빈틈을 둘레 사람이 채워 함께 이루는 여행,
이 여행이 아이들의 삶이 되고 우리 마을 사람살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40쪽
아이들이 책을 읽고, 저자를 선정하고, 섭외하고, 맞이하고, 또 주변에 알리고, 활동을 직접 진행하고…
여행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평가하고… 얼마나 뿌듯하고 기쁠까.
부족하고 위험하더라도 그들을 감싸주는 든든한 마을, 지역사회.
책을 읽는 동안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눈물짓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사회사업이란, 돕는 일이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다.
당사자의 것을 최대한으로, 그다음이 둘레 사람, 그다음이 실무자 쪽 자원을 최소한으로.
이제 ‘문자적’으로는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체화가 되었다.
이 말에 동의하고, 그렇게 실천하고 싶은 단계이다. 그렇지만 이게 머릿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회사업을 진행하면 금세 무너지곤 한다. 무언가 해내기 바쁘고, 내 사업을 하기 바쁘고,
평가를 생각하며 좋은 강사, 좋은 콘텐츠, 좋은 장소에 초점을 맞출 때가 있다.
일단은 기본을 잘 세우고, 그 기본을 흉내‘는’ 내고 있다.
7월 꿈디자이너 아이들의 특별활동 여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식사팀, 숙소팀, 교통팀, 일정팀 4팀(3명씩)이 꾸려졌다.
6월 첫 번째 회의를 마치고, 다음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최선웅 관장님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직접 계획하고 진행하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다.’ 내가 먼저 제안했다.
어느 정도 나의 입김이 들어가 있다.
이것조차 프로그램처럼 아이들이 나에게 끌려오는 것 같은 모양이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도 한번 하면 참 잘한다.
몇몇 아이들 빼고는(ㅠㅠ) 열심히 알아보고, 친구들에게 공유해주고, 반응하고, 뿌듯해하고, 기대한다.
호숫가마을 사회사업의 평가 기준은 ‘아이들이 하는 일이 늘었는가.’ , ‘어른들의 기여가 늘었는가.’이다.
김세진 선생님과의 공부에서도 평가 기준이 ‘둘레 관계가 늘었는가’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어디 멋진 곳을 다녀온 여행보다 아이들이 하는 일이 늘었는지를 기준으로 특별활동이 잘 진행되길 바란다.
당사자가 주인 되는 여행, 당사자가 주인 되는 사례관리. 당사자가 주인 되는 사회사업. 기본을 잃지 않고 사회사업 하고 싶다.
아이들의 특성.
속마음 따위 말 못 하는 사춘기 소년들이 준희를 둘러쌌습니다.
잘 왔다 보고 싶었다 하지 않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이들의 표현법입니다. 43쪽
부모님들께 미리 부탁드린 영상 편지를 마라도 숙소 작은 방에 모여 보았습니다.
어느 부모님 영상에서는 많이 웃고 또 어느 부모님 영상에서는 가만히 침묵했습니다.
아이들이 감정 표현, 특히 감동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데 서툽니다. 그러니 억지로 참아버립니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 감동의 침묵을 서둘러 지우지 않고 기다렸다가 아이들과 답장 영상을 찍어 부모님께 보냈습니다. 45쪽
아이들에게 감정표현을 강조하던 내가 떠올랐다.
‘(친구들을 위해 무언갈 준비해준)준서한테 뭐라고 말 좀 해줘.
엄마가 잘하고 오라고 문자 보내주셨어. 지금 기분이 어때? 이런 감정들도 말할 줄 알아야지.’
말로 표현은 못 해도 고마워하고, 부끄러워 침묵하는 아이를 알면서도
서툶을 바로 잡아주려는 나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이 부분 말고도 아이들 모습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시는 관장님의 태도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국토대장정에 함께 다녀온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처음 받는 내용의 카톡이었다.
‘선생님 힘들 때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이 카톡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국토대장정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은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다.
감정 표현에 서툴다. 침묵, 비언어적 표현, 서둘러 지우지 않고 기다려야겠다.
감정 표현을 강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바라봐주어야겠다.
https://cafe.daum.net/coolwelfare/OX67/127
첫댓글 실습 끝나고 혼자서 호숫가마을 학습여행에 참여했었지요.
그렇게 배운 사회사업을 기관 사업에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한나쌤을 응원합니다.
이렇게 글로 적으니 성찰하게 되고 기억하게 되네요.
글로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일단은 기본을 잘 세우고, 그 기본을 흉내‘는’ 내고 있다.'
김한나 선생님, 제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이 엮으신 책에 나오는 동료들 처럼
박상빈 선생님이 하신 것 처럼
저도 기본을 붙잡고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갈 뿐입니다.
호숫가마을이야기 읽고 글까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