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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창제되기 이전에는, 우리의 언어와 기록 수단인 문자가 서로 달랐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한자를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때로는 그것을 이용하여 향찰이나 이두라는 표기 수단을 개발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당시의 지배 계층은 주로 한문을 위주로 문자 생활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남아있는 고전문학 작품들 중에서 한자로 표기된 작품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조선이 멸망하고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당시의 지식인들은 한문과 조선시대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한동안 한문을 중국문자로 여겨, 한문으로 표기된 작품들을 국문학의 연구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은 작품을 단지 표기 수단이 한문이라는 이유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에 의해서, 지금은 한문으로 표기된 작품들도 국문학의 연구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문학사에서 다루어지는 한문문학은 크게 한시와 산문으로 나눌 수 있으며, 남아있는 작품들은 많지만 여전히 교육 과정에서는 그 가운데 일부만이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시는 당시에 과거의 시험 과목이었기에, 지식인이라면 필수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 남아있는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자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시라고 할 수 있다.
한문산문은 소설에서부터, 편지나 상소문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다. 대체로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는 ‘전(傳)’이나 편지,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 논설류 등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교과 과정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한시와 한문산문을 대상으로 작품론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서 방대한 한문문학의 작품들 가운데 중요한 국면들을 접해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한문이라는 표기 수단보다 작품의 내용과 그 의미 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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