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전적들을 접하면서, 어떤 인물의 일대기를 읽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인물이 과거에 급제하면서부터 각종 벼슬을 역임하는 과정이 나열되어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거친 벼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대략 사전이나 자료들을 통해서 벼슬명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나 직급 등을 헤아려,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짐작하곤 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논문이나 책을 쓰고, 개략적인 내용으로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서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가졌던 궁금증에 대해 최소한의 답변을 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대로 관청은 그야말로 '국가의 골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전문학을 전공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그 골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다만 필요한 부분만을 더듬으며 그 모양을 짐작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개략적이나마, 조선시대 관청의 역할과 담당하는 이들의 직책과 직위 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조선의 관청을 4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궁궐과 궐내각사', '육조거리의 중앙 관청', '그 밖의 중앙 관청들', 그리고 '지방 관청과 지방관'의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특정 관청의 명칭이 바뀐 경우, 그것이 변하게 된 역사적 상황과 함께 변천 과정까지 짚어주고 있었다. 특히 각 관청에 소속된 관원들의 직책과 직위 등에 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정1품에서 종9품에 이르는 각종 관직명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조선시대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어떤 인물의 관직을 열거하면서 가졌던 의문점은 이로 인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궁궐과 서울에 있던 관청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가 언급한대로 지방의 관청과 역할에 대해서는 그에 비해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이는 지방 관청에 대한 자료가 상대적으로 소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 지역의 자치단체에서 과거 지방 행정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고, 나름대로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전체적으로 엮어내는 것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이러한 작업도 누군가에 의해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처럼 조선시대의 문학이나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책의 내용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직 미완성의 사전처럼 긴요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복궁을 복원하기로 하고 일부 복원이 완료되면서, 궁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궁궐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책들도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서울의 궁궐을 방문하지만, 단지 특정 건물의 위치나 그 규모에만 관심을 같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건물의 명칭 뿐만 아니라 건물의 용도나 역할에 대해서도 미리 알고 방문한다면 더 좋은 '관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차니)
|